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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우리 늦둥이의 근황

by 靑野(청야) 2012. 8. 10.
 
남도여행기에 소개한 바 있듯이, 녀석이 오래전부터 구독하던 과학소년에서 여행단 모집기사를 읽고 '미서부 탐구여행단 모집한다는데, 보내주라' 해서 떼를 쓰는 바람에, 보내게 된 것 인데.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이 임박해지자.

 

'내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
'괜히 보내달라 했다'
'안가면 안돼?'
'당시 그 기사(과학소년)를 본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어!"

 

장거리여행을 싫어하는 녀석이, 비행기를 타는 시간이 임박해지자, 열댓시간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사실에 새삼부담을 느껴, 중얼중얼, 횡설수설한다는 이야기를 올린 바 있다.
<여행 떠날 때의 우리 늦둥이 모습>
여행가는 똘망똘망한 녀석들 일행이 34명,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까지, 분포되어 있다는데. 그중에 서울 친구는 몇명이 안되었다 하고. 더우기, 강남사는 친구는 없었단다. , 뜻밖의 일이다. 대부분 시골어린이라는 것이다. 요새는 해외 여행이 일상화 되다싶이 하다보니, 강남 일원의 애들은 그정도 나들이는 일상처럼 이미 다녀와서 그렇지 싶다. 그러니, 그 비싼(?) 돈 주고 제차 여행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내같은 촌분들이 세상물정에 둔감하여, 직접 애들 견문을 넓히는 데, 나서지 못하니, 무리를 하는 것이였지 싶다.
여행에서 돌아온 며칠동안,

 

"야! 어행어땠어" 물어 볼라치면, 몇마디 단편적인 사실외는

 

"다음에 이야기 해줄께" 하며 빼더니,

 

어느날 우리(아빠와 지 누나)를 PC앞에 불러놓고, 사진한장한장을 넘기며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다. 나름대로 여행중에 흥미가 있었는지, 입에 거품을 문다. 찍어 온 사진이 자그마치 480장이 넘는다. 녀석의 여행기도 그 만큼 길어졌다. 우리는 녀석이 신이나서 찌꺼리는 소리를 수시간 째 듯고서야 겨우(?), 자유를 얻었다. 내가 글을 썼다면, 수백페이지도 넘을 이야기들이다.

 

아래는 녀석이 다년온 곳을 찍어온 사진 480여장중 몇 장이다. 사진마다, 가이드 역활을 한, 과학소년 기자누나나 현지 한국유학생 누나들의 아르바이트 안내가 있었던 모양이다. 주절주절 줏어듣고온, 설명과 나름대로의 사연이 무척 많다.
<스탠포드 대학>
<인텔 연구소>
<퇴역항공모함>
<디즈니랜드>
<화성 착륙 탐사선 큐리오시티 1:1 모형>
< MIT와 칼텍이 뺏고 뺏기는 소동을 벌였다는,
보불(프로이센-프랑스)전쟁시 사용된 실제 대포>

 

"내가 크면, 신재생에너지 개발자가 되겠다"

 

녀석을 승용차로 인천공항에서 태우고 오는 데, 차안에서, 느닷없이 녀석이 내뱉은 말이다.
"응?, (요녀석봐라, 여행가서 뭔가 관련된 감동적인 것 보고왔나?), 왜 신재생에너지 공학자가 될려하노" 뜻밖의 발언에, 잘못들었나 싶어 되물었다.

 

"내가 언제 공학자가 된다 했어?, 개발자가 된다했지!" 바로 녀석의 통박이 되돌아 왔다.
"그래? 알았어, 헌데, 왜 신재생에너지 개발자가 되려고 생각했는 데?"

 

"왜냐하면, 아빠손자 때, 다시말하면 내아들 청명( 靑明)이 때, 자원고갈이 본격적으로 시작 될 것인데, 내가 신재생에너지개발을 연구해서,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 는 대답이다. 갑자기 멍해진다. 깜작 놀라운(?) 대답이다.
녀석은 초등학교 2학년때쯤 부터, 아들을 낳으면 '청명'이라 부를 것이라고 작명을 해두고, 심심찮게, 우리 아들 운운,,,해왔다. 언젠가, '한자로는 어찌 써야 하느냐'하고 논란이 있었다. 녀석은 푸를 청에 밝을 명이라한다. 내가 '사람이름자 에 푸를 청(靑)은 그렇다, 맑을 청(淸), 밝을 명(明)으로 하자' 고 했더니, '푸를 청(靑)을 한다고 안될 이유가 뭐냐, '푸를 청'자 해도 된다'고 고집을 부려서 미래의 내손자, 그러니까 늦둥이 녀석의 미래의 아들이름은 '청명(靑明)'이로 굳어져 왔다.

 

녀석의 논리(?)에 따르면, 이런 상태로는, 지 아들대 쯤이면 자원, 구체적으로는 석유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것을 녀석이 눈치채고 있다. 석유자원이 고갈되면, 요즈음도 발전문제가 심심찮게 거론되는 데, 그런 에너지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지관한 어른들도, 막연한 지식밖에 없을 그런 사안인데....
하지만,'자원고갈', 신재생에너지'...등의 용어를 들먹인다는 것은 그렇다 쳐도, 거기에 담긴 함의(含意)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이는 녀석의 수준에서는 엄청난(?) 발언이다. 당연히, '어디서 깊은 함의와 상관없이, 그냥 줏어들은 단편적 이야기 수준의 지식이겠지? '하고 폄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동기사이트에 글을 올리거나, 책으로 내가 이런류의 이야기는 많이 쓴 것은 사실이지만, 녀석에게 들려준 것은 없는데...

 

녀석이 그런 에너지, 자원의 고갈운운하는 용어와 그 함의를 눈치채는 정도라도 안다는 것도 바람직 한 것이 아닐 것이다, 어린 아이머리에 세상의 종말적 상황이 그려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헌데 녀석은 아는 체를 하지 않는가?. 순진 무구한 어린이 다운 것인지, 아닌 것인지, '그런 상황을 타파할려면 우짜면 되는 데...'정도의 물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상황을 타파해보리라는 의지를 내비치니 말이다. 해결의 방향이 나름대로 있다는 이야기일까?

 

"니 아빠하고, 우찌 그리 생각이 똑같노? 니 아빠가 쓴 책 읽어 봤나? "
혹시나 내가 쓴 책 '산을 물로 보지마라'를 뒤적거렸는지, II 권 마지막에 '문명과 미래와 나' 라는 글 속에 이런 생각이 담겨 있는 데, 그걸 읽었는지 싶기도 하고, 격려차원에서,물어 봤더니,
"아니, 아직 않 읽었어"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수준높은(?) 글을 네놈이 읽었을리 없지!. 헌데 어디서 줏어들었을랑가? 어쨋튼 기특하네. 이번 '미서부 탐방여행' 에서 뭔가를 본 것이 틀림없어. 여행경비는 엄청 비쌌었는데, 이런 사고의 계기가 되었다면, 본전이상은 하는 셈이다.

 

"야, 아빠가 쓴 책, 2권의 제일 마지막을 한번, 읽어봐라 그기에 니 생각하고 비슷한 아빠 생각이 담겨 있는 데..."

 

"알았어, 나 시간 나면, 읽어 볼께"

 

'시간이 나면 읽어 보겠다' 마치 선심쓰듯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다.
......
'흠흠~~, 녀석이 그 정도로 생각해내다니' 집에오는 길에, 늦둥이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부터 , 며칠간 내심 흐뭇한 마음이였다

 

우리 늦둥이 이제, 6학년 2학기를 맞이 하고 있다.

 

1학기 신체검사 결과를 보니, 몸무게 59점 몇kg, 키는 159점 몇cm였다. 그 때가 5월이였다. 며칠전 2학기 등교를 했다. 이제 지누나 키를 넘어서서 아빠키를 넘본다. 어제는 2012년 8월24일 토요일이다. 아침에 거울에 서서 키를 맛대봤더니, 한 1cm정도 내보다 더 큰 것 같다, 드디어 내 키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5월 신체검사시 보다 수센티는 더 큰 것 같다. 180은 념겨야 할 터인데,

 

녀석은 운동을 싫어하고, 잡서(雜書)읽기 대가다. 녀석이 하교하면 유일하게 태권도장 다녀오는 것 외는 책읽기와 인터넷으로 일본 만화영화 보는 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온갖 책을 읽고, 잡지식은 나와 어금버금, 내보다 나은 분야가 훨씬 많다. 때문에, 날 무식하고, 우습게 보는 넘들 중에 최고로 건방진 넘이다.
옆에 붙어서 누가 관리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운동을 하라, 공부를 하라해도 내키지 않으면 꿈적도 않는다. 지 엄마도 없는 데다가, 유일하게 겁을 먹는 내가 노상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화로 이렇쿵, 저렇쿵 해도 대답은 언제나 시쿤둥, 제대로 말빨이 안 먹히는 것이다. 해서, 언제부턴가 나도 다그치지 않고 내버려 두었더니, 사단이 생겼다.

 

아이패드 한달 사용 비용이 120만월을 넘게 나온 것이다. 부수적으로 일본어 회화능력(?)이 생긴 것이다.
얼마나 일본 만화 영화를 많이 보고 일본게임을 많이 했는지, 온 PC에 일본만화영화나 게임을 다운 받아 둔 흔적이 즐비하다. 그 때문인지, PC가 느려터졌다. 똥컴퓨터라고 녀석이 수차 불만을 토로해도 모르는 척해 온 것이다. 나 역시 느려터진 PC 때문에, 동기홈페이지 관리하느라, 복장이 터지는 답답함을 감수하고 있었지만, 게임이나 만화영화는 더더욱 느린 PC로는 애로가 훨씬 많았을 듯, 그 때 아이패드를 산 내가 불찰이였다. 집에 두고 온 아이패드를 붙들고 얼마나 만화영화를 봤는 지, 몇달에 걸쳐 백만원이 넘게 비용이 청구된 것이다.

 

녀석이 학교나 때권도장을 다녀오면, 어디 집중할 곳을 마련해야 하는 데, 책읽기, 공부말고는 딱히 없는 것 아닌가? 친구들과 놀다가, 친구 없으면, 집에 돌아와 하기 싫은 학교 공부는 뒷전이고, 책읽기, 인터넷게임이나 만화영화에 몰입할 수 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딱히 대안이라고 세울만한 게 없다. 내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바쁘고, 녀석이 워낙 학원가는 것을 싫어하니, 차일피일하다가 시간마저 흘러간 것이다

 

나도 배짱 좋게, 학원을 안다니면, 난리가 날 것 같은 요즈음 세상에, 이직도 태권도 학원이외에는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내 뇌리속엔, 학원에 대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신 때문에 '이게 아니다' 했지만, 그 대안은 제시 못한 채 지금처럼 흘러온 것이다.

 

5학년 때까지 동네학원을 보냈더니, 맨날 애들에게 반복교육으로 잡고 있기에, '

 

"이녀석은 반복 싫어한다, 진도 안빼도 좋으니, 원리만 이해하도록 쉽고 재미있게만 가르켜줘라" 해도,

 

학원 속성상, 정해진 교재를 마쳐야 하고, 어느 정도 성취가 있어야 돈받는 값을 한다고 생각하는 지, 숨돌릴 틈도 없이 숙제에, 자랑이라도 하듯 고난도 풀이에 열정을 다하니, 내 못지 않게 게으른 그 녀석이 버텨내겠는가?
그래, 배짱도 좋게, 여태 학원 문앞에도 안보내고 있는 것이다. 방학이 되어 가자, 빈둥거릴 녀석 꼴을 예상하고, 서둘러 예약을 하고 미국 서부여행을 다녀오게 한 것이다. 최근래에 방학 때면, 일본, 중국도 다녀오게 했지만, 녀석이 항상 주장하는 것은 여행이라면, '미국', '유럽' 정도는 다녀와야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철도 좀들고, 신체도 건장하기에, 녀석의 소원 한번 들어주자 싶어, 기회를 잡아 보낸 것이다. 특히 스탠포드, 칼텍등 명문대학 캠프스 방문기회가 있고, 실리콘밸리등에 유명연구소 견학도 기획되어있다. 며칠전에 화성착륙에 성공했다고 신문에 알려진,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를 개발한 나사 연구소도 견학일정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녀석이 즐겨보는 과학소년에서 기초적인 지식도 있을 터이니, 이번 여행이 괜찮겠고, 갔다오면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기대를 한 것이다.

 

여행다녀오는날, 공항에 픽업나갔다가, 마침 그때, 캘럭시 폰 배터리가 다 나가 연락 두절이 된 상황에서, 눈도 침침해서 긴가민가한데, 입국할 때와 차례입은 복장이 완전히 틀려.출구에서 녀석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이것은 칼텍에서 산모자, 이것은 항공모함 (퇴역항공모함이 전시관람물로 이용되고 있는 모양) 에서 산 옷이고, 이것은....'
<입국시 변신 모습>
며칠이 지난후,

 

"니 저번에 공항에서 돌아올때, '내가 크면, 신재생에너지 개발자가 되겠다' 고 했지? "
마음속에 맴도는 의문이 남아 있어, 며칠전의 대화를 되새겼다.

 

"응, 신재생에너지 공학자가 된다 했지!"

 

"어?, 니 그때 에너지 공학자가 아니고, 개발자가 된다고 했잖아?" 며칠전 통박을 당한 기억을 되살리며, 녀석에게 그 때를 주지시켰더니,

 

"...개발자나, 공학자나, 그게 그거지..." 다시 또, 면박이다.

 

그 때와는 다른 묘한 논리로, 녀석은 이 아빠를 갖고 노는 것에 묘한 흥미를 느끼는 악동이다. 당하는 쪽은 언제나 나다. 내가 그럴 알면서, 그냥 넘어가 준다.

 

"그래, 그렇다 치고, 근데, 뭘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노?"

 

어떤 여행지에서, 어떤계기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다. 여행비용에 수백만원이 들어갔지만, '내가 크면, 신재생에너지 개발자가 되겠다'는 인식전환의 계기가 되었다면, 그 비용의 효과로는 충분한 값을 한 것이다 싶기도 하고..

 

"그거? 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 과학소년에서 봤단 말이야!"

 

"?! 크흐~"

 

여행지에서 그런 인식이 싹튼 줄 알고 며칠동안, 본전 뽑았다하고, 흐뭇했었는데, 녀석이 일언지하에 환상을 깨버린다. 수년째 구독하여온 '과학소년'이라는 잡지에, 그런 내용관련 기사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에너지문제, 자원고갈기사도 심심찮게 등장 했을 터이다.

 

하지만, '내아들대를 대비하여야 한다' 는 녀석의 발언이 무심하게 들리지 않는다.
녀석이야, 아무렇게나 나오는 대로 씨부린 것일 터인데, 그 소릴 듣는 내 가슴의 울림은 그렇지 않다. 오랜 세월동안 내 뇌리에 맴도는 화두였기 때문이다. 녀석은 세월따라 성장하며, 생각과 관심이 바뀌어 나가겠지만, 이시점에, 어쨌튼, 그 화두를 녀석과 내가 공유하게 된 것이다. 과정이야 어쨌던, 그 공유의 의미가 내게는 크게 울려오는 것이다.

 

지 아들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소박한 싹이 시들지 않도록 결실을 맺게 해주어야 하고, 자원고갈이니, 신재생에너지개발이니 하는 것들이, 문명사적인 화두고, 문제라서, 개개인이 어쩌면 쉽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데, 이를 극복하고, 희망의 싹을 가꾸어가도록 이끌어야 할 터인데...
녀석의 지나가는 발언이, 나에게는 내내

 

"우리 세대를 위해 아빠세대가 대비를 해줘라" 라고,

 

후세대들의 절박한 요구로 들리는 것이다.

 

그렇게, 내 가슴속을 오래도록 울려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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