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탄천에 얽힌이야기

by 靑野(청야) 2012. 7. 6.
     
    오랜 가뭄끝에 제법 비가 많이 왔다.
     
    출퇴근에 오가며 차창밖으로 힐끔힐끔 넘겨다보니,
    자주 걷거나 달리기 하는 탄천변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누런 황톳물이 넘실댄다.
     
    탄천(炭川)은 한강의 한 지류로서, 순우리말로 '숯내'라고도 부른다고 하네.
     
    용인 수지, 성남을 거쳐, 학여울-도곡 부근에서 과천, 양재를 흘러오는 이른바 양재천을 만나  한강으로 흘러간다.
     
    중국의 한나라 무제 때 금마문 시중을 지낸 ‘동방삭’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서왕모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은 탓으로 장수하였는데,
    인물이 비범하고 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저승의 염라사자들이 그를 저승으로 데려가려 하였으나
    동방삭이 번번히 꾀를 내어 이를 모면하였다.
     
    어느 날 저승사자가 동방삭을 잡으러 왔다.
    그러나 동방삭은 그가 저승에 있을 때 천상에서 큰 공을 세운 후
    옥황상제로부터 삼천갑자를 살도록 특권을 받았다고 속여 저승사자를 돌려보냈다.
    저승사자는 다시 인간들의 생명록을 뒤져본 뒤,
    동방삭의 수명이 60년밖에 되지 않았음으로 다시 잡으러 다녔다.

    이번에도 동방삭은 등창 앓던 종기 자국을 보이며,
    이것이 옥황상제의 인(印)이라고 또 속였다.
    결국 저승사자는 옥황상제께 삼천갑자의 생을 누리도록
    동방삭에게 특전을 베풀었는지의 여부를 조회해 보았으나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
     
    마침내, 동방삭은 삼천갑자(18만년)를 살았다.
     
    해서, 염라대왕이 배가 오랬동안 아팠다.
     
    어지간한 넘들은 때가 되면, 어김없이, 대왕앞으로 끌려와 대령인데,
    이넘은 도대체  끌려오질 않는다. 
    저승사자를 다구쳐도 이넘을 잡질 못한다.
     
    3천갑자 18만년동안, 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염라대왕,
    재차 특명을 내렸다.
     
    '반드시 동방삭이 넘을 잡아 대령하렸다'
     
    저승사자가 자기를 잡으러 다닌다는 소문을 들은 동방삭이 
    이번에는 변신을 하고 용인땅에 숨어들었다.
     
    염라대왕의 특명을 받은 저승사자,
    동방삭이 숨을 만한 곳은 모두 찾아보았으나 헛수고였다.
    동방삭을 잡을려고 천하를 뒤지다가
    마침내, 그 넘이 용인에 숨어들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동방삭이 꾐에 넘어가, 번번히 그를 놓힌 저승사자,  
    이번에는 스스로  한 꾀를 내어, 탄천변에 자리를 잡고, 숯을 빨기 시작했다.
    그러자, 온 내(川)의 물이 검게 변했다. 이 소문이 천하에 퍼져 나간다.
     
    동방삭이  황당한 소문을 듣고, 숯을 간다는 넘 앞에 나타나서 그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저승사자왈,
     
    '아무리 검은 숯이지만 빨다보면,  흰색이 나올 것 아니겠소?, 그 때까지 숯을 빨고 있소이다!'
     
    이소릴 들은 동방삭, 하도 어이가 없어,
     
    '내 삼천갑자동안 살았어도, 숯을 빨아 희게 만든다는 소릴 처음듣는다, 웬 별 미친넘 다보겠네!'
    하며 끌끌 웃는다
     
    옳다구니, 저승사자  '이넘이  동방삭이구나' 
    신분이 탄로난 동방삭이, 마침내, 염라대왕에게 끌려 갔다.
     
    그 후 이 내(川)를 솣내 또는 탄천이라 불렀다 한다.
     
    탄천을 오가며 쉬엄쉬엄 달리다 보면, 이런 유래를 적은 입간판을 볼 수 있다.
     
    장마 폭우에, 너무 범람하여 인도, 자전거도로를 망가뜨리지 말아야 할 터인데....
     

'수상잡록 > 수상록.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늦둥이의 근황  (0) 2012.08.10
실종의 시대  (0) 2012.07.19
서울, 아시아 유일 10대 세계미인도시 선정  (0) 2012.06.27
종말론  (0) 2012.06.25
세상의 종말  (0) 2012.06.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