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는 직장에, 꼬맹이는 태권도 수련회가고
휴가기간이라, 혼자남아, 딸애방에 있는 PC앞에 쪼그리고 있는 데
'쿵'
딸애방의 허드레로 걸어두는 옷걸이가 넘어졌다.
'아이구 깜짝이야!"
옷걸이를 세우고, 흩어진 옷가지를 주섬주섬다시걸면서 돌이켜보니,
부산 집을 세주고, 서울로 이사온지 일년이 다 되간다.
작년, 마누라 병간호와 마지막을 보내며 그 허망한 일을 겪은 이후 근일년 동안 용케도 견디어 왔나 싶다
이곳이 송파구 변두리라고는 하나 부산집의 전세준 금액으로는
이곳에서는 부산의 평수를 거의 반으로 줄여 전세를 얻을 수 있었다
오래된 짐들을 버리고 또 버려 짐을 줄였으나, 아직도 작은 평수에 그득하다.
때문에 딸에 옷장을 변변히 마련해주지 못했다.
아무리 집이 좁기로서니 옷장하나 설치할 공간이 없겠는가마는 굳이 딸애녀석이 사양한다.
내 생각에도 과년하니 시집갈때 제대로 해주지 뭐, 하고 가볍게 넘겼다.
이번에, 그 옷걸이에 걸어둔 것들이 나보란듯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넘어진 것이다.
아무리 딸애가 사양하기로서니, 안되겠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사는 김에 시집가서도 쓸 수있도록 제대로 된 예쁜 옷장을 사주자,
그래 뒤늦게 대오각성을 하고, 동네에 있는 '가든5' 가구백화점으로 향했다.
한 여름이라 진열장마다 문을 열어두고, 손님이 없어 파리를 날리고 있다.
이곳저곳 다녀보다, 한 진열장에 마음에 드는 가구가 보인다.
한손에 핸드폰을 들고 딸애한테 전화를 걸면서 문을 들어서는 데, 아뿔사,
'퍽, 꽈당, 버언쩍!"
졸지에, 뭔가가 안면을 사정없이 강타한다.
핸드폰은 바다에 내팽겨쳐지고, 나는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얼굴을 싸매야 했다.
진열장 유리창을 출입문이라 생각하고 사정없이 얼굴을 드리밀다
이마, 코, 이빨이 유리창과 깊은 키스를 한 거다.
시원찮아, 어거지로 엮어서 지탱하고 있는 앞이빨은 천마다행으로 데미지가 적다.
대신에 앞이마와 콧잔등이....
'며칠전에 어떤 노인양반도 유리창에 얼굴을 밖든 데. 창문이 출입문으로 보이나봐?"
쥔 아줌만지, 일하는 아줌만지, 두여자가 내개 다가오며, 한여자가 궁시렁 거린다.
'(크, 내가 노인네란 말씀? 노인네들이 종종 눈이 흐릿하니, 매끈한 진열창을 출입문으로 오인하고 사고친다 그말이것제?)
'(며칠전에 노인양반이 박치기를 하거들랑, 그 창문에 커텐을 드리든지, 물건으로 가리는 표시만이라도 해두지, 스그벌 누굴 약올리나?)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속으로 부하를 삭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요새 내 몸이, 왜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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