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야"
우리 꼬맹이녀석, 밥막다가 느닷없이 오른쪽 둘째 손가락을 총쏘듯이 천장을 보고 내뻗으면서 내게 묻는다.
"천장아이가" 녀석의 묻는 의도를 몰라 생각나는대로 대답했다.
"으기, 전후,좌우,상하개념으로 말해"
"??,, (그렇구나) 우게" 소리가 떨어지자 마자
"쯔쯔, 그러니까 아빠는 안되, 우게가 머꼬, '위에' 라 해야지. 사투리를 그렇게 쓰면 서울아들한테 안되지. 제발 억양은 틀려도 좋으나, 발음은 제대로 해라"
"크 알았다(요놈아)" 한 대먹은 꼴이다.
밥상앞에서, 밥을 먹다가 토요일, 중딩들 모셔(?)놓고 한 말씀 올리는 이야기가 나왔다.며칠전에 설명내용을 파워포인트로 작성하여 녀석의 1차Confirm을 거치고, 오늘 저녁을 먹은후, 다시 2차 Confirm을 거쳤다.
"좋아, 헌데, 태양그림은 빼라. 그건 절대 안돼"
태양과 지구의 스케일 비교한 그림과 내용은 빼라한다.
'유한한 지구, 유한한 자원이다. 그러니 자원을 절약해야한다. 그런 방향, 그런 분야로 공부를 열씸히 해야한다'는 식으로 마무리할 목적이였는데, 녀석이 빼라한다.
아마도,녀석의 심중에 아직은 자기나 어린 형아들에 부질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조성한다 싶어 그러는 것인지? 이미 녀석의 심중에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는 반증인지....
"알았다" 했지만, 시나리오가, 안코빠진 찐빵이 되버리는 데, 녀석의 명령대로 뺄 수는 없고, 묵살하고 USB에 담아, 다음날 강남의 모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중학교로 갔다.
"저는 ***아버지입니다. **지원에 부장판사고요..."
"저는 ***아버지입니다. **대학교 교수입니다..."
"저는 ***어머니입니다. **대학병원 의삽니다..."
"저는 ***아버지입니다. **목삽니다..."
"저는 ***아버지입니다. **작가입니다..."
....
판사, 의사,교수,목사,작가,대학교수...
, 그날은 1년에 1번, 외부 학부모로부터 특강을 듣는 시간이였던 모양이다. 모두들 미리 모인자리에서 교장샘이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고, 한분씩 인사를 하라해서 알게 된 것이다.
(강남중심부답게, 쟁쟁한 인사들이네,,,)속으로 생각하며, 내차례가 되어, "저는 학부모가 아닙니다. 모선생님 부탁으로 '자동차와 미래세상' 이라는 내용을 들려줄까합니다..."라고 소개를 했다.
원래, 어떤 반의 반장아버지가 변호산데, 약속된 강의(?) 펑크를 내어, 친구의 간청으로 대타로 나선거였다.
'어땠어? 박수받았어?" 집에 돌아오니, 녀석이 하는 소리다
"그래, 2번이나 받았다"
"그래?, 근데, 아빠 하나 물어 보자"
"...??? 뭔데?"
"아빠는 알고보는 마술이 재미있나 없나?"
"그야 당연히 재미 없지" 녀석의 의도를 몰라 순진하게 대답했다.
"나는 다 알기 때문에 하나도 재미 없다"
제 녀석은 내용을 다 안단다. '형아들은 박수를 쳤을 지 모르지만, 자기는 재미없어 박수를 안 쳤을 것이다'라는 뉘앙스다.
"그야 니가 Confirm한다고 다 봤으니까 그렇지" 하며, 속으로 '자슥이, 꼭 날 갋을려고 그러네' 싶어 반박을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그런 것에 대한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아나? 그래서 그정도는 다 안다"
내 설명내용을 Confirm 한다고 사전에 봐서 그러려니 했는데, 녀석은 그 이전에, 내가 내세운 주제들에 대해서 이미 여러 책을 읽어서 안다 그말이다.
"크흐~~ "
또, 한 대 먹었다. 녀석은 이 아빠에게 한대 먹이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나보다. 우짜모 한 대먹일까, 의표를 찌르는 질문이라기 보다는 평소, 아빠를 골탕먹일 준비, 고것만 생각하고, 연구하는 악동처럼 행동한다.
'알고 보는 마술이 재미가 없다?'
어찌 마술만 그러겠는가? 인생에서 앞길의 운수를 헌히 알고 있다면 무슨 재미? 인생을 달관한 도사에게서나 나옴직한, 심오한 哲理(?)가 담긴 말 아닌가?. 하지만, 당연히, 녀석이 그런 이치를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아빠를 골탕먹일 생각을 하다, 늘어난 건방, 말솜씨? 어린애에게도 배울게 있다는 그런 세상이치의 편린이겠지?
어쨋튼, 요즈음,
내가 집안팍에서,
내 마음의 안팍에서
한 대먹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우리 꼬맹이 녀석에게서 처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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