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던 친구가 살아 돌아왔단다.
8월15일 광복절날, 죽었다는 친구 문상가는 길에, 들려온 '부활의 소식? ' 이다.
8월14일 금요일은, 잠실 첫 모임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였다. 흥재동문이 몇 번을 메세지로 사발통문한바대로.
"하필, 와 금요일이고, 촌놈, 집에도 몬가게?' 하소연(?)할라치면,
"한 주쯤 안내려가면 어디 곰팡이쓰나? 운운..." 할 터이니,
요런 싸가지(?) 없는 핀찬을 듣기싫어, 이번 주말을 서울에서 보낼요량으로 계획을 잡고 있는 데,두가지 소식이 날아들었다.
딸아이가 휴가를 내서 '볼 일을 보러 잠시,부산을 출발하여 서울로 온다' 는 것'이였고
이어서 전해온 중학교 부산동창회 (여자)총무의 전화 메세지
'***가 이승을 하직했다네. 거제 백병원'
이승을 하직? 이 무슨 날벼락?
그러면, 장례식장이 거제 백병원? 크, 거제라, 멀기도 하다.
의문이 한량없이 밀려오며, 갑자기 주말스케쥴이 꼬이는 기분이 들며, 언듯 정리가 안된다.
문상을 갈려면, 금요일에 돌아가셨다니, 토요일에 가는 것이 시의적절, 우짜가? 잠시 고민하다가, 거제라. 내고향아이가. 내가 누구보다 거제지리를 잘알지.
우리집에서 동서로 10여리에 (주)삼성조선, (주)대우조선해양이 버티고 있지. 세계2위 3위 조선소라 했나? 가는 길에 진해만에 세계7위의 STX조선소도 바라다보이고, 거가대교의 웅장한 건설현장도 멀리서 눈으로나마, 점검할 겸, 한려수도 시발인 거제도 북동부, 동부, 남부의 수려한 해안과 그림같이 아기자기한 절경들을 겸사겸사 구경하기로 하자.
저녁에 딸애 데리고, 내려가서 내일 카페리로 거제를 가자, 이왕 카페리로 가는 김에, 휴가중인 딸애, 방학중인 꼬맹이도 데리고 가서 난 문상을 하고, 문상끝나면, 그길로 주변을 둘러보고 오라오면....
그동안 바깥세상과 거의 격리된 근무처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는 딸애에게 시원한 바닷바람도 마음껏 쐬어줄 겸, 그리고, 이번 여름방학동안, 또래들 단체로 일본을 다녀오느라고 국내산천을 돌아보지 못한 꼬맹이 녀석에게 기회도 줄겸해서 말이지...
죽었다는 친구는 중학동창인데, 중학교 동창모임에도 잘 나오고해서 서로 잘아는 사이다. 시골중학교 출신동창 100여명으로, 고등학교 동창들과 달리, 쪽수가 몇 되지 않는 관계로, 거진 모두, 적어도 얼굴정도는 기억하고 있다, 대부분이 주변 5리나 멀어도 10여리안에 살았었고, 아직도 그주변에 동창들이 많이 산다.
애시당초부터 시골에만 살았던 친구들도 있지만, 젊은 시절, 도회 생활을 하다 이즈음 도회생활을 접고, 고향부근에 정착하여 자연과 벗삼아(?), 차라리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최근에 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였다.
죽었다는 친구도 그동안 경남일원, 부산일원에서 열차역원으로 근무했다, 그 친구 부산에서 동창회 모임에 만날 때마다 굳이 술을 강권하던 친구였는 데, 수년전에 낙향을 한 바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몇안되는 친구들, 시골친구들이라지만, 다른 일은 몰라도, 경조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특히 본인이 돌아가셨다는데야....
흠흠,
친구들이 조의를 표한다고 모인 그런 자리에서는, 아마도, 장소가 장소인 만큼, 이날까지 살아온 인생을 논하기도 하고, 우리 연배에게 남은 여생에 관한 이야기등등, 망자나 산자의 인생역정이 격의없이 거론될 터이니, 그러다 보면 , 한두잔 아니 걸칠 수 없을 것이다,
그리되면, 혼자간 것도 아니고, 애들하고 갈 것인데, 부모된 입장에서, 데리고 간 애들에 면목없는 일이 벌어질 것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 때문에 문상을 아니갈 수도 없는 일...
그러니, 조용히 문상을가자. 동창들한테 연락하면, '언제가자', '몇시에 만나자...', 번거로울 터이니, 내가 우리애들을 데리고 가는 한, 장례식장에 당도하는 데로, 애들을 차에 기다리게 해놓고, 혼자 장례식장으로 가서 조의나 표하고, 혹시 만나는 친구 있으면 사정을 이야기하고 가능한한 빨리 나오자. 어쩔 수 없이 술한잔 하고 나오는 상황이 부딪치드라도, 경험상, 서너잔 정도는 음주측정에 전혀 문제 없으니, 서너잔 걸치고....최악의 경우에는 서툴지만, 딸애가 운전을 할 수 있으니, 적당히 숙소를 구해서 차를 몰고 가면 되겠지?
그렇다면...
"조모야, 여차자차해서 이번 모임에 몬가겠다. 흥재한테 전해라" 신고부터 했다. ㅎㅎㅎ 당연히 조모의 겁없는(?) 핀찬이 날아든다.
조모의 안타까운(?) 잔소리을 귀로 흘리며, 금요일저녁, 딸애랑 부산집에 내려가면서, 다음날, 거제로 갈 카페리 예약을 휴대폰으로 서둘렀다. 본격적인 휴가는 끝났어도, 무더위 기승이 여전한 토요일저녁이라 그런지, 오후 늦게 진해카페리호로 내려가는 것만이 예약이 되고, 안골포에서 오가는 카페리들은 내려가는 것이나 일요일 올라 오는 것은 모두 매진이란다. 퉁무-고성-마산을 거쳐 육로로 오는 길밖에 없다.
토요일 오후, 17시20분 우리가 탄 진해카페리호가 진해만을 출발했다. 내가 누군가? 거제지리는 손금보듯하니,' 거제길들이 막히지 않으면, 19시00분 쯤에는 백병원에 도착하겠구나' 나름대로 계산이 선다.
수십마리 갈매기떼들이 카페리호의 꽁무니에서 손님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 먹으려고 기를 쓰고 따라온다. 새우깡을 무심히 던지며, 갈매기를 희롱하다가 문득 그제사 생각이 난다. 그 친구 왜 죽었을까? 사고산가? 암이나 중병? 생각 난김에, 휴대폰으로 나에게 메세지를 보내준 동창을 불러내었다.
"**이가?'
"나안데"
전화중에, 왁자지껄 전화받는 저 쪽 주변이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장례식장이 왜이리 소란해?)
"거기 어딘데?" 내가 물었다.
"여기 음식점이다. 오늘 우리동창들 여기 모였다. 오늘 모이기로 한 것 통보했잖아 왜 안와?" 그 동창의 대답.
엉뚱한 대답이다. 맞다. 이제야 생각이 난다. 8월15일(토) 부산-거제도 동기들이 거제도에서 동기회 합동모임을 한다는 것. 부산내려오는것도 허급지급하는 나이기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내심결론을 내리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 데...
나는 그 때까지도 당연히, 이친구들이, 장례식장을 벌써 다녀와서, 모임을 가지나, 그려려니 생각하고,
" 니들, 장레식장에는 다녀온 거가?" (조문하러 간 놈들이, 그 무슨 해괴한 술판이고! 쯔쯔) 속으로 동창놈들을 나무라며,
" ** 는 왜죽었데?"
죽었다고 메세지를 보내준 당사자 한테, 궁금하던 사항을 물어 볼 수밖에.
그러자,
"어! 내가 그 후 메세지 안 보냈나? 하하하, 깔깔깔....."
그 동창 아줌마, 방정맞고, 기분나쁜 웃음이 휴대폰을 통해 내 귀를 때린다.
"내가 다시 메세지 보낸다는면서 깜박했네, **이 살아났다. 살아났어. **마누라 메세지 받고 알려준단 것이 그만"
"???, 무신 소리하는 기고, **이가 살아났다고? "
"????"
(왁자찌껄)
"그럼, 병원에 문상갈 필요없네?" 우선 행동방향을 정하기 위해, 큰소리로 확인을 했다.
" 당연, 옛날에 니도 그 비슷한 사연 있었다 아이가. 아무튼 ** 살아났다. 지금 한창 시끄럽고, 분위기도 그러니, 다음에 이야기 해줄 께..."
크억, 이눔의 지지배, 이거야말로 무신귀신씨나락까먹는 소리인지. 야튼, 살아났다니, 천만중 다행이고, 문상을 안가니, 스케쥴 꼬일 염려없을 것 같네. 그렇다면, 바로 목적지로....
그날저녁 바로, 목적지로 정한 거제도 동쪽해안 입구 언저리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를 정하기 위해, 동쪽해안의 해변가를 샅샅이 흚었다. 하지만, 펜션이고, 어디고 숙박업소마다, 손님이 가득. 숫제 전화도 안받아서 수십리 길을 왔다갔다하다가, 차안에서 밤을 보낼 뻔 했다. 어렴풋이 숙박정하기 어려울 줄 짐작은 한 것이지만, 절정의 휴가기간도 끝난 끝난 주말이라, 아무생각없이, 아무 대책없이, 문상길에, 따라붙이고자한 무계획성 휴가길때문에, 애꿎은 애들마저, 톡톡히 혼이난 것이다.
뒤에 들은 이바구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이즈음에, 이지역에서 숙박을 할려면은 한두달전에부터, 계약금을 걸고 예약을 해야 한다나?
글코, 막바지 휴가뒤끝이라 피곤해서 그런지, 시골사람들이 돈독이 올라 그랬는 지 모르지만, 숙박을 알아보는 집집마다, 왜그리 퉁명스럽고 불친절한지 , 글코, 가뜩득이나, 빈방있는 지 알아본다고 피곤한데, 이래저래 짜증스런 첫밤을 우여곡절끝에 보냈다. 내 다음에 고향분들 계몽(?)좀 시켜야겠다
휴가를 끝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 동창 아지매를 다시 불러내어, 궁금하던 그 동창부활(?)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대강의 들은 줄거리를 정리하면,
그 친구는 마누라와 애들을 부산에 두고, 낙향을 해서 늙으신, 아주 늙으신 아버지와 같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고 있었다한다.
그러니까, 8월14일(금요일) 아침, 그 친구 아버지가 그 친구가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으니, 깨우려 간 모양. 헌데, 주변에 농약병이 늘부러져 있고, 아들이 깨워날 기미를 안 보이기에, 이상하다 싶어하며, 아들을 아무리 깨워도 깨어나질 않으니, 아뿔사, 이 녀석이 생활이 힘들고 여처저차하니, 이농약을 마시고?.... 해서, 119에 신고하여, 백병원으로 실어보내는 한편, 부산에 있는 며느리에게
" ,**이가 여차저차 죽어서, 내가 119를 불러 백병원으로 싣고 갔다" 고 전화를 한 것이였단다.
'죽었다'는 전화를 받은 그 친구 와이프,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혼비백산하여, 아들을 데리고 거제로 내려가면서 동창 총무에게 역시 "**이 죽었다"고 알린 거였고....
동창총무는 몇번을 그 친구 마누라로부터 확인하고는 즉시, 이 사실을 동기들에게 사발통문중, 그 메세지가 나한테 온 거였다. 그 때가 금요일 점심때쯤? 딸애가 서울에 도착한다는 메세지와 거의 같은 시각에.
헌데, 병원으로 실려간 그친구, 그냥 잠에서 깨어나듯 아무 일없었다는 듯이 깨어났단다.
본인을 만나 직접들어보지 않아서, 아직은 명확한 사실관계가 정리된 것은 아니다다만, 그 친구행실을 참조하여 무슨 연고인고 짐작컨데, 전날 무리한 농약치는 작업에 , 그 보다 이 나이에 퇴약볕에서 장시간, 노동일을 하다보니, 근육도 물러지고, 근육이 받는 스트레스도 깊어지는 법, 해서 깊은 잠에 빠져 회복이 더딘 것이였을까? 아니면, 아마도, 대비는 했겠지만, 비산되는 농약증기에 스치거나, 호흡기에 스며들어 다소 중독증세도 있었을 터. 혹은, 일끝내고, 고주망태가되어, 정신을 잃을정도로 퍼져서 깨울 당시 깊은 잠에 빠져, 법석을 떤후에야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것.
그 친구입장에서는 깊이 잠자다 일어나 정신을 차린 것뿐? 늙으신 그 친구 부친입장에서는 완전히 죽었던 아들, 죽었던 것을 확인(?)하고 병원에 실어 보냈는 데, 그 아들이 부활한 셈이였던 것이였다.
남편이 죽었서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에 혼비백산, 부랴부랴 거제에 내려간 그 친구 마누라 역시 남편이 깨어난 것을 확인하고 동창총무에게 남편의 부활(?)소식을 알려줬는 데, 그 여동창도 하도 어이없고, 황당하여(?) 정정 메세지보내는 것을 잊어버렸다나? 내가 궁긍하여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그 때사....
'미안하다....' 한두 마디.
(이런, 이 육실할 (남의)여편네야)
속으로 틔어나오는 욕을 전화기에 대고 퍼부을 수는 없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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