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설명한 미국이나 EU, 일본, 중국 등의 기술개발, 법적 규제 등의 노력은 지금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많은 부분에서 비교된다. 정부는 향후 에너지 효율을 2020년까지 28%, 2030년까지 46%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각종 정책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전편에서 설명한 ‘그린카’ 개발 등을 통해 ‘저탄소 고효율성 수송시스템’ 구축 등이 주요 목표다. 하지만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과제는 자전거 도로 확충 및 대중화, 4대강 유역 정비 사업이다.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그린카’ 개발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개발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대중화 사업, 그리고 도로 속에 코일을 깔고 이를 통한 ‘비접촉식 충전’으로 달리는 ‘고주파 유도전기 자동차’ 개발 등만 보인다. 그동안 환경을 내걸고 장사하던 좌파 진영은 이런 정부의 사업들을 보면서 ‘삽질이 환경친화적이냐’ ‘자전거 대중화가 말이 되느냐’는 등의 시비를 걸고 있지만, 지난 세월 너무 정치에 함몰된 탓인지 현 정부 정책의 문제 핵심을 짚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 사업 대부분이 발전과 환경보호, 현실화라는 세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잡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그린카’의 현실 현재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세계적 변화의 흐름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대부분의 원천 기술이 일본, 그 중에서도 도요타 자동차에 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라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시작으로 세계 그린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 특히 40km/h 이하의 속도에서는 모터로만 움직이고,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엔진을 사용하는 방식의 특허는 실용성 극대화와 함께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도록 못을 박았다. 여기에 맞서는 혼다는 전체 속도 영역에서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는 형식이라는 부분 때문에 도요타에 비해서는 연비가 나쁘다. 하지만, 이 또한 모터와 엔진의 출력을 제대로 배분하고, 구조 단순화를 통해 제품 단가를 낮춰 극복하고 있다. 실제 2009년 초 출시된 혼다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인사이트’는 185만 엔이라는 가격 때문에 판매 한 달 만에 1만8천 대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 |||||
이후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기술이 개선되면서 가격은 2천400만 원대로 낮아졌다. 환경부 등의 지원금이 대당 1천만 원이 넘기 때문에 실제 납품가격도 1천만 원 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이 가격이 한계로 보인다. 실제 올해 7월 출시예정인 아반떼 LPG 하이브리드의 예상 판매가격은 2천500만 원 대, 9월 출시예정인 포르테 LPG 하이브리드의 가격도 비슷하다. 이 가격은 시판되는 차량 중 2000cc 급 중형차에 웬만한 옵션을 넣은 수준이다. 이처럼 차량 가격이 높은 이유는 엔진과 모터를 함께 쓰는 복잡한 구조, 고가의 부품 가격 때문이다. 또한, 이런 복잡한 구조로 인한 유지보수비용의 증가, 도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는 달리 전기 모터가 보조 역할에 머물러 기대 이하의 연비(21.3km/l, 일본은 평균 23~30km/l)를 보이는 점, 10만 km 정도를 주행한 뒤에는 고액을 들여 배터리를 교환해야 한다는 점 등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다 도요타와 혼다의 베스트셀러인 ‘프리우스’와 ‘인사이트’가 올해 10월부터 2천만 원 대 후반의 가격으로 시판될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앞날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언론까지 활용, 정부에다 “정책적으로 자금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량 구입 시 300만 원이 넘는 세제 혜택도 모자라, 업체의 개발 및 생산비용을 직접 지원해 달라는 주장도 있다. 한 쪽에서는 다른 ‘그린카’도 개발 중이다. 수소연료전지차(이하 FCEV)다. 현대기아차는 이 FCEV도 개발 중이다. 작년 11월 LA모터쇼에 기아의 SUV를 활용한 ‘모하비 FCEV’를 첫 출품했다. 이 ‘모하비 FCEV’는 작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633km를 1회의 수소 충전만으로 주행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 측은 올해 10월 테스트용 FCEV를 20대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3개의 수소탱크와 전지 역할을 하는 슈퍼캐피시터를 장착한 ‘모하비 FCEV’는 115kw(약 150마력)의 출력을 낸다. 연구용으로 만든 이 차량의 생산 가격은 대당 2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기아차 측은 연구 성과가 좋을 경우 내년에는 50대를 만들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부터 FCEV를 양산 판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GM대우 또한 ‘시보레 에퀴녹스 FCEV’를 공개한 바 있다. 1회 충전으로 320km 주행이 가능하며, 0-100km 가속에 12초, 최대 속도는 160km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GM 본사의 유동성 위기로 이 차량의 양산 판매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른 한 쪽에서는 EV 업체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은 벤츠 스마트와 비슷한 모양의 2인 승 EV를 개발, 판매 준비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테슬라 모터스나 ZAP와 같은 EV 업체들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는 달리 이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다. | |||||
그나마 얼마전 모 EV 전문 업체가 기아자동차의 경차를 개조, 최대 시속 160km/h를 기록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사용된 2차 전지는 다른 국내 전지업체의 것이었고 프레임은 기아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예상 가격 또한 2천800만 원 수준이다. ‘그린카’ 개발 속 동상이몽 이처럼 우리나라의 ‘그린카’ 개발은 자동차 업체와 소규모 EV 전문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모습이나 독보적인 성과는 없다. FCEV만 하더라도 미국 등에서는 이미 수소연료전지 비행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일본 업체들이 특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미 관련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들은 지금 효율성은 높이고 가격은 낮출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럼에도 생산대수 세계 5위권이라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FCEV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대기업의 특성’과 “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는 한국 재벌의 속성 때문이 아니냐고 추측한다. 지금까지 ‘선진국 대기업의 전철만 따라가면 안전하다’며 경영해 왔던 습관 때문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국산화 강박관념’이다. 전기차의 경우 이미 미국이, 디젤 하이브리드 차의 경우 EU가,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는 일본이 대부분의 원천 기술을 갖고 있으므로 아무도 하지 않은 ‘LPG 하이브리드 차’와 ‘수소연료전지차’를 만든다는 생각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과 관련 연구기관들은 이런 기술에 매달리면서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이니 누가 승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희망사항’일뿐,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EU의 흐름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30%는 내수 시장을, 70%는 수출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미국과 EU는 그 중 가장 큰 수출 시장이다. 이들은 현재 EV 또는 가솔린-디젤 하이브리드 차에 집중하고 있다. 이동 수단의 석유 소비를 최대한 줄임과 동시에 소비자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FCEV와 같은 연료전지 차는 수소 생산비용 절감과 보관기술의 대중화를 위해 실현 시기를 조금 뒤로 미룬 상태다. 시장 특성도 있다. 미국에는 가솔린 주유소가, 유럽에서는 디젤 주유소가 많다. 특히 미국에서는 디젤 연료를 넣으려면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LPG는 더욱 어렵다. 참고로 미국 프로판교육연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미국에 있는 LPG 충전소 숫자는 2천660개, LPG 자동차 대수는 20만8천 대에 불과하다. 2008년 통계이기는 하나 미국의 차량 보유대수가 1억3천500만 대,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천600만 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LPG 차량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알 수 있다. 여기다 미국 캘리포니아州를 비롯한 일부 州에서는 2012년부터 미국에서 연간 6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자동차 업체는 그 판매량의 10%를 무조건 ZEV(완전 무공해 차량)로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맞는 FCEV용 수소 충전소는 2008년 말 전 세계에 181개가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수소 충전소를 가졌다는 일본에 24개가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시장에서 과연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가 만든 LPG 하이브리드 차나 수소연료전지차가 과연 기대만큼 팔릴까. 이들보다 더 앞서 나가는 곳도 있다. KAIST가 주관하고, 모 EV 업체가 참여한 한 컨소시엄은 전지가 필요 없는 전기차 대중화를 추진 중이다. 도로 밑 5cm 깊이에 폭 20cm의 코일이 감긴 구리판을 깔고, 여기서 고주파 유도전기를 발생시키면 차량 안의 집진장치로 이를 받아 달린다는 구상이다. 언론 보도에는 ‘비용도 1km 당 2억 원 밖에 안 든다’고 나왔다. 당시 주행 속도는 46km/h 정도였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신기할 뿐인 자동차다. 그런데 사실 이 ‘고주파 유도전기 자동차’의 개념은 1950년대부터 이미 구상했던 기술이다. 문제는 그 건설비용과 비접촉식 충전의 효율성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비접촉식 충전 방식의 IT기기는 그 충전 속도나 효율성이 기존의 것에 비해 20% 가량 떨어진다고 한다.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시설 건설비 및 유지보수비, 그리고 전력생산이다. | |||||
여기다 현재 사용되는 아스팔트는 노면의 마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물이 밑으로 빠지게 돼 있다. 구리판과 코일로 이뤄진 유도전기 코일 시설에 과연 습기가 하나도 차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한 유지보수비는 얼마가 들까. 그리고 이를 만약 실용화한다면 거기에 들어가는 전력은 어떻게 수급할 것인가, 만약 시설 문제로 정전이 되면 어떻게 응급조치를 할 것인가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IT 거품과 휴대전화 성공신화, 그리고 저탄소 녹색성장 그나마 가장 현실성이 높은 EV를 제조하는 업체에서 내놓는 제품들은 미국이나 EU의 EV들과 경쟁하기에는 그 수준이 턱도 없다. 참고로 테슬라 모터스, ZAP, 피스커 모터스 등 미국의 EV, 하이브리드 자동차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5년 내에 3만 달러 미만의 대중형 EV를 대량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웃기는 점도 있다. 미국 등 해외 EV 업체들이 채용하고 있는 대용량 2차 전지가 사실은 삼성, LG, 소니의 것이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애초에 휴대전화용 2차 전지를 만들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눈길을 돌려 EV용 초대용량 2차 전지를 개발, 현재 100여 곳 이상에 수출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은 KIST 연구진과 손을 잡고, 3시간 이상 걸리던 2차 전지의 충전 시간을 10분 내로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 3년 내에 상용화를 목표로 추가 연구 중이다. 이와 유사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은 미국의 ‘알테어나노’ 정도밖에 없다. 연료전지 차 등에서 집전기 역할을 하는 캐피시터 또한 국내 제품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2003년 레이저 무기의 전력화를 추진하던 미 국방성이 이런 국산 캐피시터의 기술력에 주목, 대량 수입해 간 적도 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 기술 또한 뛰어나다. 풍력터빈에서부터 태양광 발전용 실리콘 소재, 반도체는 물론, 최근 높은 효율로 주목을 받고 있는 폴리실리콘 태양광 발전소자까지도 국산의 품질이 뛰어난 편이라고 한다. 이런 기술이 있음에도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나 EV업체가 미국이나 EU의 EV 업체와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기업들의 ‘탐욕’과 정부의 ‘방관’ 때문이다. 국내 EV 기업들은 자사의 규모를 생각지 않고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하려다 보니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필요하다면 해외 기술까지도 사서 사용하는 미국 등의 EV 업체보다 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연구진보다는 임원들이 디자인에서부터 거의 모든 부분에 간섭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결국 임원들이 모르는 기술은 ‘세상에 없다’는 식으로 개발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각 부처 일선 기관들의 방관과 무관심도 문제다. 일전에 모 정부부처 관료에게 우리나라의 EV 관련 핵심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자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각 부처로부터 그 같은 보고를 받은 게 없었다고 했다. 이는 정부 관계자들이 청와대 눈치나 보며 ‘캠페인에만 열중했다’는 반증이었다. 이런 식의 정책은 결국 실패를 낳는다. 정부의 정책이 ‘캠페인’식으로 흐르고, 관련 기업들이 ‘자사 이기주의’에만 집착할 경우 커다란 실패를 겪는다는 것을 우리는 10년 전에 이미 봤다. 바로 ‘IT 거품의 붕괴’다. | |||||
이렇게 된 원인은 뭘까? 원천기술이나 기술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바로 ‘철학이 없는 정책’을 원인으로 꼽았다. IT가 생활 속으로 스며든 지금, IT 기술은 기존의 산업을 보완해 함께 발전하는 것이고, 사람이 없는 IT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다. 하지만 그 당시 그런 말을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쉬웠다. 정부의 ‘캠페인’과 기업들의 ‘탐욕’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성공 스토리도 있다. 바로 휴대전화 산업이다. 1985년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한국이동통신이라는 공기업이 맡았다. AMPS라는, 지금은 생소한 형식의 서비스였다. 이후로도 몇 년 동안 휴대전화 사업에는 발전이 없었다. 단말기들은 외제가 대부분이었다. 대기업이 참여하기는 했지만 시장이 성장하지는 않았다.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던 CDMA 방식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미국의 퀄컴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었던 이 방식에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이후 대기업들의 참여로 시장은 커져갔다. 이후 우리나라는 보다 저렴한 휴대전화를 보급하기 위해 PCS 서비스를 도입했다. 결과는 대성공. 이후 휴대전화는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 됐고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처음 원천기술을 제공한 미국의 퀄컴 또한 막대한 로열티를 받아갔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성공하려면 현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할 때 이 두 사례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특히 ‘원천 기술에 대한 집착’과 ‘캠페인 정책과 기업의 이기주의의 실패’ ‘현실적인 파급효과’ 등은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 정부와 학계, 그리고 기업들이 목을 매는 ‘원천 기술’은 한 순간에 생겨나지 않는다.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같은 기초 과학의 바탕이 있어야만 원천 기술을 얻을 수 있다. 또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학, 역사학, 문학과 같은 기초적인 인문학적 바탕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 같은 토대 위에서만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고, 국민들이 감동받고 선선히 따를 수 있는 정책이 나온다. 물론, 현 정부는 이런 점에 공감, 각 위원회와 정부 기관에 ‘학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한 점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학계의 문제다. 우리나라 학계에는 이미 ‘폴리페서’가 넘쳐나고 있다. ‘명문 대학’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을수록 ‘정치권 줄 대기’와 내부 ‘패거리 정치’가 심각하다는 말이 많다. 이들이 정말 기초과학과 순수 인문학에 바탕한 정책을 내놓을까? 혹시 제자나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만 쏙 빼다가 청와대에 와서는 마치 자기 것인 양 내놓으면서 거들먹거리지는 않을까? 현실을 보면 그런 게 대부분인 것 같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구호와 캠페인은 방송과 언론마다 넘쳐나지만, 정작 국민들이 ‘그거 괜찮겠는데!’라며 관심을 보일만한 정책은 몇 개 없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이미 많은 동호인을 확보한 자전거 관련 정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전거가 물류, 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반면, 제대로 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앞서 예를 든 EV 산업만 봐도 그렇다. 기존의 자동차 산업이 석유-자동차-부품-전기전자-금융 산업에 영향을 줬다면, EV 산업이 성공할 경우에는 에너지-자동차-소재-부품-전기전자-IT-금융-플랜트-조선-건설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1976년 현대자동차의 포니 생산과 현대 중공업 창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사회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을 보고 정부가 나서 급하게 EV 산업을 육성하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 산업은 자동차 산업이면서도 에너지 기반 산업이며 플랜트 산업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기존의 자동차 기업이나 EV 기업, 에너지 기업들 중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 듣게 되면 과거 ‘IT 거품’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와 학계가 이런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하지 못하고 그저 ‘전시 정책’에만 집중한다면, 기업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라는 말의 속뜻을 이해 못한 채 자사 이기주의에만 집착한다면, EV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권 5년 동안의 구호 속에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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