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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산을 물로보지마라3

10. 뿌리없이 떠도는 영혼들

by 靑野(청야) 2020. 11. 5.

10. 뿌리없이 떠도는 영혼들

 

 

오래된 가지에는 바람이 머물지 않는다.

다만 스쳐지나갈 뿐이다.

오래된 입들과 가지에서는 어린 나무가지, 푸른 잎새에

가득 생명의 기운과 향기가 품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된 가지에는 바람이 일지 않는다.

다만 스쳐 지나갈 뿐이다.

 

오래된 입들과 가지는 스스로는 낙엽으로 지고

새잎이 솟아나도록, 새잎이 자라도록

아낌없이 희생하기 때문이다.

 

나무 한 그루에도

자연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자연의 질서가 정연하다

 

요즈음,

부모가 자식을 굶기고 심지어 생명을 뺏는 일,

스스로 자기 생명을 포기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유사한 일들이 정치, 사회에 만연하더니

유행병처럼, 가정에까지, 개인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각박하다 못해, 아수라, 지옥세상을 미리 보는 듯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물질적 성장의 욕심,

점점 규격화된 거주환경, 기계화된 삶을 강요당하는 현대사회에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영혼들의 방황과 이상증세 때문 아니겠는가?

때가 되면 어린 가지에 자양분을 양보하고

스스로는 낙옆으로 떨어져 대지로 돌아가듯,

나무 한 그루에도 정연한 자연의 질서를

인간들이 애써 거부하기 때문이다.

거부할 수 밖에 없는 현대문명의 속성때문이다.

 

문명화될 수록 경쟁은 필연이고,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된다.

점점 자연과 遊離(유리)되는 인간들의 삶

그럴수록 더욱 뿌리없이 떠도는 영혼들

 

성장의 탐욕과 이기심, 경쟁이 지나쳐

한 그루 나무, 풀한 포기만도 못한 인간, 인간사회

결코 거부할 수 없는 거부해서는 안되는

자연질서를 거부하는 용기는 가상하다만,

그 결과는 무참하고 비극적이 될 것이다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물질위주의 성장을 추구하는, 탐욕과 이기심이 판을 치는

'아수라 문명'으로 바뀐지 오래 되었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친 자연문명으로 재편되지 않는 한,

인간영혼들의 이상증세는 점점 깊어갈 뿐이다

 

생명의 기운과 향기가 솟아나

바람이 일고, 머물 수 있도록,

한 그루의 나무처럼, 한 포기의 풀처럼.

자연에 순응하는 그런 문명, '자연화'

 

그 길만이,

인간의 현대문명을 비켜나는 그 길만이,

많은 인간, 인류의 영혼들의 이상증세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수 밖에 없다.

 

 

2016 1028일 새벽

靑野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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