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지-집에서1km거리
집에서 둘로보는 산세
우리동네!
해발 약 300m~600m로 들려 올려진 땅
결코 높은 곳이 아니건만, 낮은 주변의 지형에 비해서
1,000m급 산으로 둘러 쌓이다 보니,
여름과 겨울, 밤과 낮의 기온차가가 커서
인근의 낮은 지역식물들이 이곳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이른바 고냉지인 곳이다.
식물원, 화원같은 곳에서 물어보기만 해서는
이런 기온에 적응 할 수 있는 식물을 선정하는 데 실패하기 일쑤다
몇 번의 실패를 통해 얻은 경험이다.
달에서 자란다는 계수나무, 중국 계림의 숲을 이룬 나무라는 데,
향기가 만리까지 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사넬향 같은 향기가 멀리까지 펴져나가는 금목서는,
이런 기온에서 잘 자라지 못해,
해마다 얼어서 죽은 끝 가지를 잘라 내다보면,
큰 나무가 왜소하게 변하다 결국 볼품없이 된다
천리향 은목서도 금목서 만큼은 아니라도
성장이 더디고, 죽는 가지가 많이 생긴다
3대 정원수로 꼽히는 금송이나, 주목도 이런 환경에서 적응하기 힘들다.
비싼(?) 돈들여 심은 나무들이 비실거려
市의 산림환경연구원에 자문을 구해 얻은 정보이다
그러나, 환경적응 문제인지,
연구원의 말처럼, 냉대수목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직도 헷갈린다
은목서와 난초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계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한 겨울이 오기전에 충분한 물과 영향으로 튼튼하게 키워 놓고
특히 밑둥치 부분을, 적당한 보온조치를 해준다면,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에 무리가 없게 된다는 것을 경험하는 데 수년을 소비했다.
영하15~20도 부근 기온이 수일 지속되는 경험에 바탕한 것이지만
영하20도 이상의 기온으로 내려갈 때는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그런 추위가 오기나 할런지 모를 일이다
이곳의 겨울은 춥고, 아침저녁 기온차가 심하고,
안개와 바람과 사연이 많은 땅이지만,
주변이 도회인근 같은 개발로 어지러워지는 환경이 없고
청량함과 특히 밤의 호젓함 땜에 情을 붙이고 산다.
'10년만 더 살다 내려갈 께'
너무 산속이라 다녀가기 불편한 딸애가
변명삼아 투덜거릴 때마다 달래보지만,
정작 10년동안, 이곳에 머물지,
10년을 지나 저쪽으로 넘어가는 날까지 이곳에 머물지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사계절 내내,
피고지고피고지고...
봄, 여름, 가을 철따라 이어지는 꽃들의 릴레이 행진
그렇게 돠기를 희망하며 가꾸어온
이 녀석들과 함께하는 순간과 세월이
우리 노년의 부부의 일상의 행복이고 기쁨이다
노년의 부부에게는 기쁨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가슴속에 묻혀 있는 아련한 슬픔이 안개처럼 피어나기도 한다
꽃이 지고난 자리를 바라보는 허허로움 때문만은 아니다
꽃이 지고 나면 아쉽다.
그 경험은 벗꽃이 지고부터 시작한다
매화, 돌단풍과 함께,
아직 겨울티를 벗지않은 산야를 화려하게 빛내주던 꽃이였는 데,
봄비에 속절없이 무너저 내리고, 연산홍, 모란에 자리를 넘겨준다.
절정을 이룬 모란
'오월 어느날,
모란이 지고나면 그뿐 내 한해는 다가고 만다?'
그만큼 화려한 모란꽃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지 못하는 아쉬움에 빗댄
시인의 심정의 고백일까?
백리향과 어우려진 매발톱
라일락
안개꽃과 낮달맞이 꽃
패랭이,지면패랭이(꽃잔디), 백리향,송엽국들이 지면에 이부자리처럼 깔리면서
'花中之王'이라는 모란이 가고,
이어지는 장미, 작약 꽃의 화려함에 어느새 화왕을 보낸 슬픔을 잊게한다
지면 패랭이(꽃잔디)
모란을 여윈 슬픔을 대신 달래줄 만한 작약
이때쯤, 채송화 새싹들이 지면을 박차고 모습을 드러낸다.
빈곳이란 빈곳은 채송화, 맫드라미 싹들이 찾이하고 있다.
수년째 채송화, 맨드라미 씨들이 퍼진 결과이다
곧 오색의 채송화꽃, 붉은 닭벼슬같은 맨드라미들이 나즈막히 화단을 장식할게다.
화중지왕 모란 못지 않는 화려한 백합과 나리도 꽃을 피우기 의해 줄기를 키운다.
작년에 피었던 백합꽃, 열심히 줄기가 솟아나고 있으니, 올해는...
작년에 피었던 나리꽃
하마트면 죽었다고 파 버릴뻔 한 물무궁화는 이제사 싹이 돋아난다.
물무궁화는 물을 좋아하여 늦여름이나 가을되면
무궁화 꽃을 닮은 큰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물무궁화,지금 그자리에는 한뼘도 안되는 싹이...
여름으로 접어들면
바늘꽃, 풀럭스나, 송엽국, 금계국, 루드비키아등
국화계통의 꽃들이 봄꽃을 이어 피어난다,
아마도 수많은 꽃들이 가을로 이어져서
코스모스가 피어 어우러질 때까지 대지를 장식할 게다
늦봄부터 싹이 돋는 백일홍나무도 여름에서 가을에 걸처 백여일동안 꽃을 피운단다
'백일홍', '백일홍'... 하는 우리 할매의 소박한 소원풀이로
얼마전, 경산의 나무 시장으로 달려가서 제법 덩치가 큰 백일홍을 나무를 사왔다
나무를 이식하면
아무래도 본디 자라던 환경과 틀려지고, 이식과정에 뿌리도 짤려나가고
잔뿌리와 곰팡이등과 지하 뿌리세계에서 구축되어 있던 네트워킹이 무너져,
생육조건이나 환경이 달라지니 이식후 한동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지하네트워킹이 복원될 때까지,
적당한 전지(剪枝)와 물주기, 그리고 관심이 기본이다.
매화, 벗꽃등 이른 봄에 피는 꽃들처럼
잎이 싹을 틔우기전에 피는 꽃이 있지만
대부분 잎과 함께 피는 꽃이거나 잎이 무성해 지고나서 꽃을 피운다.
꽃피우기 위해 그토록, 뜸을 들인다,
쉽게 몸을 주지않는 여인(?)과 닮은...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라
형형색색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이지만
말그대로, 대부분 열흘을 넘기지 못하니...
일찍 꽃이 피는 화초는 일찍 이별을 해야한다.
일찍 잎이 나는 나무는 낙엽이 일찍 떨어진다
늦게 꽃이 피는 화초는 늦게까지 즐거움을 준다
늦게 잎이 나는 나무는 낙엽이 늦게 떨어진다
始終一貫
인간 세상이나 초목의 세상이나 시종이 일관하구나!
아침이 되어
산등성이로 햇님이 얼굴을 내밀면
모든 초목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밤새 움추려 있는 꽃들도 꽃잎을 펼쳐 햇살을 받아 챙긴다.
천지에 아낌없이 햇살이 쏟아지는 긴 하루종일
풀매고, 물주고, 꽃가꾸기로 보내고 맞이하는 밤,
밤이 되면,
어둠 속에 빛나는 하늘의 별들을 조명삼아
술도 한잔 걸치고, 비틀거리며 걷기도 하고
노래를 듣기도 하고 흥얼거리기도 한다
귀를 얼얼하게 하는 개구리들의 떼창에다
산짐승들의 기척이 어우러지는,
음정.박자 별로 신경 안쓰는 밤의 무대
호박등이 교교한 '밤의 무대' 본부
하늘에 달린 호박등
어둠의 커턴이 적절히 무대를 휘감고,
그 틈을 비집고, 여인의 눈썹같은 달과
보름달 같은 여러개의 호박등 조명이 어우려져
하늘과 땅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크나큰 무대]
하늘에 보름달이 떠오르는 날이면
호박등이 하늘에 하나 더 걸린 크나큰 특설무대가 된다
개구리도 산짐승도 벌레들도, 나도
주연.조연 구분없는 배우들!
자연은 나를 품어준다
자연은 내가 받아드리지 않으면 전혀 나를 배려하지 않지만
내가 자연을 받아드리면, 그순간
자연은 나에게 한없이 배려하고 한없이 포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자연을 어떻게 받아드리느냐?
내가 바로 자연이 되는 것이다
자연과 나를 구분해서는 이를 수 없는 것
내가 자연의 일부로, 자연 그 자체로 사는 삶
말이 쉽지만, 무척 어려운 행로
행하기 쉽다해도, 말로 하기 무척 어려운 길
나는 때로는
그 길의 모퉁이에서 서성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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