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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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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패랭이꽃

by 靑野(청야) 2020. 4. 22.

지면패랭이꽃

               石竹花 (석죽화)  패랭이꽃


世愛牧丹紅(세애목단홍)사람들은 모란의 붉은 색을 좋아해

栽培滿院中(재배만원중)뜰 안 가득 심어서 가꾸지만

誰知荒草野(수지황초야)누가 알까 풀이 무성한 벌판에도

亦有好花叢(역유호화총)어여쁘게 피어나는 꽃이 있다는 것을

色透村塘月(색투촌당월)빛깔은 달빛 받아 시골 못에 비치고

香傳롱樹風(향전롱수풍)향기는 바람 따라 숲 언덕에 전해지네

地偏公子少(지편공자소)후미진 땅이라 귀한 이들 적으니

嬌態屬田翁(교태속전옹)아리따운 자태는 농부들의 것이네

-정습명(鄭襲明, 1095년 ~ 1151년 3월 16일)

 고려 중기의 문신, 시인, 작가



<우리집 목단>



5월은 봄의 막바지

봄의 대미를 장식하는 꽃이 모란이 아닌가 싶다.

화투에는 5월 난초,  6월 목단(모란)으로 나오는 데

난초와 목단이 계절을 꼭 일대일대응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난초류가 단아하고 청초한 잎사귀예 솟아나는

꽃잎의 절제된 아름다움이라면

모란의 꽃잎은 흰색, 붉은색...크고 화려하고

꽃술은 황금색이다.


<목단의 꽃술>

예로부터, 목단이 꽃중의 꽃(花中之王)이라 했다.

백합과 작약, 장미등이 견줄만 하지만,

그 화려함에는 모란에 모자란다


올봄 다투어 피어난 모란이 절정을 이룬다

난초의 푸른 꽃잎이 주는 감동은 모란의 화려함에 못지 않다. 

작약도 곧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백합은 움이 트서 본격 성장세에 접어 들었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모란꽈 '화중지왕'을 다투는 장미를 보기 힘들어지나 보다

지난 가을 너무 너무 가혹하게 전지(剪枝: 가지를 잘라줌)를 해준 것에 대한 반발인지,

예전처럼 모란이 피기 전부터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장미가

올해는 시들시들하네


<백합>

<작약>

<장미>


목단과 장미는 花木이다.

꽃나무에서 피는 꽃이 장미와 목단인 것에 비해

백합과 작약은 花草이다.

풀로서 자라 화려한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흔적도 없이 스러졌다가

봄이되면, 뿌리에서 싹을 틔워 늦은 봄과 초여름에 꽃을 피운다 


'花無十日紅(화무일홍)'


'꽃은 백일 붉은 것이 없다'는 말이니

꽃의 색깔로 대표되는 붉음(紅)'

'열흘넘게 예쁜 꽃잎을 유지하는 꽃이 없다'는 말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모란이 피지 않으면 아직 봄이 왔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모란이 지고나면 봄은 어느새 가 버리고

시인의 봄은 모란이 피고 있는 동안이라 하니...

모란의 자태는 그만큼 압도적이다


나역시

한참 절정을 이루고 있는 모란 꽃밭을 서성이면서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리고,

천지에 모란이 자취도 없어지만 

내년 봄까지 긴긴날을 보내야 할 것 같은 안타까움에 잠긴다

모란과 화중지왕을 다투던

작약과 백합, 장미마저 뚝뚝 떨어져 버리면


모든 꽃들이 제각각 피고지는 기간을 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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