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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우주/우주천문

스티븐 호킹의 우주

by 靑野(청야) 2019. 12. 31.

스티븐 호킹의 우주

데이비드 필킨 지음 | 동아사이언스 옮김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천체물리학사에 한 획을 그은 역저로 평가되고 있지만, 이론적으로 방대하기도 하거니와, 수학적 물리학적 배경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에 일반인들이 접하기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스티븐 호킹의 우주론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기획된 것이다. 스티븐 호킹과는 대학 동창이며, 영국 BBC 방송국의 과학부 부장으로서 <시간의 역사>에 바탕을 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던 데이비드 필킨이 저술하였다. 다큐멘터리로 먼저 만들어졌다는 점, 그리고 저널리스트 출신이 썼다는 점은 이 책이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드라마틱하게 구성하게 된 배경이다.


맨눈으로 천체를 관찰하며 그 변화의 이유를 설명하려 했던 고대 그리스인들로부터 무한하며 안정된 우주라는 뉴턴의 우주관, 그리고 150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했으며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존재라는 현대의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떻게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식에 도달하였는지를 큰 흐름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독자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닐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우주론 일반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천문학을 전공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각 장에는 어려운 수학 공식 대신 대형 컬러 사진을 삽입하여 보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스티븐 호킹은 1942년 4형제 중 장남으로 영국의 옥스퍼드에서 출생했고 아버지는 열대병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였다. 어린시절 꿈은 우주 과학자였으며, 그는 독서광이었다. 17세에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하게 됐고,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에 천재였다. 교재의 문제를 다 풀어오라는 교수의 어려운 숙제에 그는 문제를 푸는 대신 교재에 잘못된 곳마다 표시를 해왔고 그걸 보게 된 교수는 호킹이 이미 교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유명한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그는 1962년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케임브리지대학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준비를 하고 있던 1963년, 몸속의 운동신경이 차례로 파괴되어 전신이 뒤틀리는 루게릭병(근위축증)에 걸렸다는 진단과 함께 1∼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의 학문 인생은 이 때부터 시작, 우주물리학에 몰두하여 1973년 '블랙홀은 검은 것이 아니라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하며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는 학설을 내놓아, 블랙홀은 강한 중력을 지녀 주위의 모든 물체를 삼켜 버린다는 종래의 학설을 뒤집었다.


1974년 젊은 나이에 이례적으로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되고, 1980년 뉴턴, 디랙에 이어 케임브리지대학 제3대 루카스 석좌 교수가 되었다. 1985년 폐렴으로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아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서 호흡을 하고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 합성기를 통해서 대화를 해야만 했다. 그는 이와 같은 삶의 연장 과정에서 '특이점(特異點) 정리', '블랙홀 증발', '양자우주론(量子宇宙論)' 등 현대물리학에 3개의 혁명적 이론을 제시하였고, 세계 물리학계는 물리학의 계보를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그를 꼽게 되었다. 그는 계속 미시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과 거시세계인 상대성이론을 하나로 통일하는 통합 이론인 '양자중력론' 연구에 몰두하기도 했다.


또한 저명한 과학저술가로서 <시간의 역사> 등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시간의 역사>는 런던 선데이 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최고기록인 237주 동안 실렸으며, 1988년 울프상, <호두껍질 속의 우주>로 2002년 아벤티스 과학 서적상, 영국 왕립 천문학회의 에딩턴 메달, 미국 물리학회의 수리물리학에 대한 대니 하이네먼 상 등을 수상했다.


“우리는 약 150억 년 전에 일어난 빅뱅이라는 분명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우주가 대붕괴(Big Crunch)로 종말을 맞을지 어떨지 잘 모르고 있지만, 적어도 앞으로 150억 년 안에는 종말을 맞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 우주의 기원과 있을 수 있는 종말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문제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자연은 불가사의해서 여전히 우리를 놀라게 한다.” - 스티븐 호킹


스티븐 호킹의 우주관 기사


 ["머지않아 우주신비 밝혀질것"-호킹박사 강연, 2001.01.25]


 방한중인 세계적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58)박사는 8월 31일 "지난 몇년간 우주를 이해하는 데 많은 발전이 있었으며 머지않아 그 신비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호킹박사가 이날 청와대에서 `호두껍질속의 우주'라는 제목으로 한 강연을 요약한 것이다.


[우주는 과연 무한히 넓을까. 아니면 매우 크긴 하지만 유한할까. 또 우주는 영원히 계속될까, 아니면 시작과 끝이 있을까....... 이러한 의문속에 지난 몇년간 우주를 이해하는 데 많은 발전이 있었다. 우주공간의 성질 중 가장 분명한 것은, 공간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은하계]


우주에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가진 무수히 많은 은하계들이 있다. 모든 은하들은 우주 전체에 걸쳐 골고루 퍼져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우주는 우리 은하계 주위와 비슷한 모양으로 무한히 뻗어 나가고 있다. 우주의 모양은 우주 공간 상의 어느 점에서나 그 모양이 비슷하긴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이 사실이 밝혀진 것은 20세기 초의 일이다. 그 전까지는 보통 우주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우주가 무한히 오랫동안 존재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자세히 생각해 보면 말도 안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만일 별들이 무한히 긴 시간동안 빛과 열을 방출해 왔다면, 벌써 우주 전체가 별들만큼 뜨거워졌을 것이다.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성운이라고 불리던 수많은 희미한 발광체들이 아주 멀리 있는 다른 은하계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또 다른 은하들에서 오는 빛을 분석함으로써 그 은하들이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지 아니면 멀어지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거의 모든 은하들이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달리 말해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20세기의 가장 심오한 지적 혁명 중의 하나였으며 우주의 기원에 대한 모든 논의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우주의 시초는 있어야만 한다]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와 나는 몇 가지 기하학적 정리를 증명함으로써, 만약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이 옳고 그 밖에 몇 가지 적당한 조건이 맞다면, 우주는 시초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보일 수 있었다. 그 정리가 시사하는 바에 의하면, 우주는 어떤 대폭발점(Big Bang)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점에서는 전체 우주와 그 안의 모든 것들이 무한대의 밀도로 한 점으로 응축되어 있었다.


 그 점에서는 아인 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상대론을 가지고는 우주가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었는지 예측할 수가 없다. 즉, 우주의 기원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였던 페인만(Feynman)의 `다중 역사' 아이디어를 합해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기술하는 완전한 통일이론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이론이 완성되면 어느 한 순간의 우주의 상태로 부터 우주가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를 결정하는 것이 가능해 질 것 이다. 그러나 이 통일이론만으로는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또는 우주의 초기상태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는 없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주의 경계, 시공간의 끝에서 무엇이 벌어지는 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소위 경계조건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우주의 경계가 시공간이 날카롭게 잘라져서 눌린 날 끝 같다면 그래서 그 밀도가 무한대라면, 의미 있는 경계조건을 정의하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허수시간에서의 우주의 역사]


흐르고 있다고 느끼는 보통의 실제 시간과 직각을 이루는 `허수시간'으로 본 우주의 역사는 휘어진 시공간이 허수시간 방향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주의 역사는 공간과 허수시간 방향으로 모두 휘어진 면이다. 만약 그 면이 말안장처럼 휘어있거나 평면이라면, 무한대까지 뻗어 있을 것이므로, 무한대에서의 경계조건이 무엇인가를 정해 주어야 하는 문제가 생기지만 허수시간으로 본 우주의 역사가 이루는 면이 지구표면처럼 닫 힌 면이라면 경계조건을 정해야 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지구의 표면에는 아무런 경계나 끝이 없다. 


[3차원 공간에서의 점]


우리가 3차원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경험으로 아는 바다. 예를 들어, 경도,위도, 그리고 해발고도. 그러나 왜 3차원 공간일까? 왜 그것은 2차원, 4차원 혹은 공상과학 소설에서처럼 다른 수의 차원이 아닐까? 사실, M이론에서는 공간이 10차원이라고 생각하지만 매우 크고 거의 평평한 3차 원만 남고, 나머지 7차원은 매우 작게 돌돌 말려있다고 본다. 빨대를 생각해 보자. 빨대의 표면은 2차원이다. 그러나, 한 방향은 돌돌 말려져서 매우 작은 원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좀 떨어진 곳에서 보면 빨대는 1차원 선처럼 보인다.


 왜 우리는 일곱 개 대신 여덟 개의 차원이 작게 말려서 결과적으로 2차원이 펼쳐진 세계에서 살지 않을까? 허수 시간으로 움직이는 3차원 우주는 4차원을 가진 휘어진 면으로 표현될 것이다. 가장 간단한 닫혀진 4차원 표면은 지구의 표면처럼 둥근 구인데, 그러나 2개의 차원을 더 갖는 둥근 구이다. 이 4차원 구형태의 우주역사는 하나의 특정한 실제 시간상 우주에 해당된다. 이런 역사를 가진 우주는 공간상의 어느 점에서 보아도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크기가 커진다. 이런 면에서 이 우주는 실제 우리가 사는 우주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커지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그 팽창 속도 자체도 점점 빨라진다. 이런 가속되는 팽창을 인플 레이션(inflation) 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그 가속되는 모습이 마치 물가가 천장부 지로 치솟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에너지]


 많은 양의 팽창은 우주초기에 있었을지 모르는 울퉁불퉁함을 매끄럽게 만들어 준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중력장으로 부터 에너지를 빌려서 더 많은 물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물질에너지의 양의 값은 중력장 에너지의 음의 값과 정확하게 균형을 이루어서, 총 에너지는 0이 된다. 우주의 크기가 두 배가 되면, 물질과 중력장의 에너지가 모두 두 배가 된다. 따라서 0의 2배가 되므로 총 에너지는 여전히 0이다. 허수시간으로 본 우주의 역사가 완벽한 구라면, 여기에 해당하는 실시간으로 본 우주의 역사는 영원히 인플레이션을 계속하는 우주가 될 것이다. 우주가 급팽창하는 동안은, 물질이 서로 달라붙어서 은 하나 별, 어떤 생명체라도 만들어질 수 없다. 통화 인플레이션은 세계대전 사이에 독일에서 일어났는데, 그 기간 물가가 수십억 배로 올랐다. 그러나 우주에서 과거 일어났어야 하는 인플레이션의 정도는 적어도 십억 곱하기 십억 곱하기 십억 배. 밝혀진 바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우주역사는 완전히 매끄럽지는 않고 아주 작은 요철들을 가지고 있는 우주이다.


[E = mc^2]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인 E = mc^2 에 의해, 우주 빈 공간에 존재할 수 있는 `진공에너지'는 질량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진공에너지도 우주 팽창에 중력을 통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진공에너지는 물질과는 반대의 중력효과 를 갖는다. 물질은 팽창을 느리게 하고, 결국 멈추게 하고 심지어 수축하게 할 수도 있다. 반면, 진공에너지는 인플레이션에서와 같이 팽창을 가속시킨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가지 관측으로부터 우주의 물질과 진공에너지의 양을 결정하려고 시도해 볼 수 있다. 우리는 햄릿이 말한 대로 호두껍질 안에 갇혀 있으면서도 우리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무슨 말을 더 할 필요가 있겠는가』 <<연합뉴스 기사중에서>> 


칼 세이건과 세티 우리는 전령과 북소리로만 다른 계곡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뉴기니의 한 고립된 계곡에 살고 있는 종족과 같다. 발달된 종족 들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인가를 물어보면, 좀더 빠른 전령과 좀더 큰 북소리를 사용할 것이라고 대답하는 그런 종족 말이다. 그들은 그들의 인지범위를 넘어선 광통신망과 전파들이 그들의 주위를, 그들의 내부를 통과하고 있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다른 별에서부터 들려오는 북소리는 들을 수 있겠지만 다른 별에서부터 오는 전파는 스쳐보낼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맞이하게 될 외계문 명과의 첫 접촉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외계문명으로부터 온 것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1934년 뉴욕에서 태어나 지난해 12월20일 세상을 떠난 칼 세이건은 1973 년 그의 첫번째 저서 <우주와의 접속>(The Cosmic Connection)에서 우리가 외계문명과 최초로 만나게 될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과연 외계문명 과의 그 첫번째 만남은 이루어질 것인가? 이루어진다면 언제일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평생을 바친 칼 세이건은 위대한 천문학자이자 저술가였다.


<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을 비롯해 총 9권의 저서와 10여권의 공저서 그리고 <코스모스> TV 시리즈 등을 통해 천문학에서 핵전쟁의 영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지식들을 쉽고 편안하게 대중들에게 제공하며 두번 이나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그는 1985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설 한편을 출간했다. 그 소설이 바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조디 포스터 주연으로 제작돼 개봉된 동명 영화의 원작 <콘택트>. 1979년, 외계지능체탐사(SETI :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던 그에게 한 영화사가 그 계획과 관련된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집필 이 시작된 <콘택트>는 그 영화화 과정에서 시나리오에 대한 제작자와 칼 세이건의 마찰, 감독으로 선임됐던 조지 밀러와 제작진들의 마찰 등 많은 어려움을 거치면서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올 7월에야 개봉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작자 겸 공동제작자로 제작에 참여했던 칼 세이건은 영화 제작의 막바지 단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자기 자신의 반영이었 던 주인공 엘리 애로위 박사가 최초로 외계문명과 만나게 되는 장면을, 관객들이 <콘택트>와 접촉하게 되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그의 죽음은 TV 시리즈 <코스모스>를 보며 과학의 신비와 우주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던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냈고, 그를 추념하여 올해 7 월 화성에 도착한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호의 착륙지점은 ‘칼 세이건 박사 추념 기지’라고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골수암으로 지난 1995년부터 투병을 시작한 칼 세이건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영화 <콘택트> 제작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그 경과는 영화의 여기저기에 드러난다. 특히 10년이 넘은 원작소설의 내용이 현재의 SETI 프 로그램과 다른 점이 많은 것을 걱정했던 그는 시나리오의 사실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자 했다. 그래서 다양한 SETI 프로그램 중에서 영화 속에서처럼 외계의 전파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피닉스 프로젝트를 모델로 시나리오를 수정하여, 피닉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여성 연구원 질 타터와 시각장애인인 프로젝트 매니저 켄트 클락 등 실존 인물들의 역할과 성격이 영화 속에 그대로 반영되게 했다. 물론 극적인 효과를 위 해 헤드폰으로 소리를 찾는 등 몇몇 비과학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영화 <콘택트>라는 아름다운 선물을 창백한 푸른 점, 지구의 인류에게 남긴 칼 세이건은 죽음을 맞이하며 자신을 우주로 보내달라는 유언을 남겼 다고 한다. 미 항공우주국과 가족들은 그의 유언을 받아들여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 사용됐던, 똑같은 방식으로 칼 세이건의 피부조직에서 복제 가능한 세포를 만들어내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호에 실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그는 언젠가 그 세포를 가져와 자신을 다시 만들어줄 미래의 인류를 기다리며 화성에 잠든 것이다.


 “우리가 아주 우연하고 특별한 경우인지 아니면 우리와 같은 지능체들이 우주에 가득 차 있는지…. 이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결국 칼 세이건은 외계문명과 인류가 최초로 만나는 그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하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리고 그 역할은 우리에게 남겨졌다. 비록 그것이 <인디펜던스 데이>나 에서 그려진 것처럼 인류의 파멸을 몰고올지도 모르는 재앙의 시작이 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나 <콘택트>에서 그려진 것처럼 과학과 종교가 만나는 신기원이건 그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는 역할을 말이다. Copyright 한겨레신문사 1997년12월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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