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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철학.에세이.한시.기타자료/유익한 글모음

내가 살아보니까

by 靑野(청야) 2019. 8. 23.

내가 살아보니까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 차원을 넘지 않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이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 내리는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고 알맹이더라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더라.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구경하면 되고,

내 실속 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

재미있게 공부해서 실력 쌓고,

진지하게 놀아서 경험 쌓고,

진정으로 남을 위해 덕을 쌓는 것이

내 실속이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더라.

내가 살아보니까 남의 마음 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더라.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중에서....

~~~~~~~~~~~~~~~~~~~~~

장영희 서강대 교수(1952~2009년)는

생후 1년 만에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에 걸려서

평생 비장애인들의 차별과 싸워야 했습니다.

입학시험조차 보지 못하게 하는 대학교들의 차별의 벽에 막힌 그녀를 위해,

아버지이신 故 장왕록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께서

가톨릭계 대학교인 서강대학교의 영문과장이던 브루닉 신부를 찾아가 시험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했다.

브루닉 신부는 이런 말로 입학시험을 보도록 허락했다.

“무슨 그런 이상한 질문이 있습니까? 시험을 머리로 보는 것이지, 다리로 보나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시험보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서강대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친 그녀에게 국내 대학들은 다시 한번 박사과정 입학 허가를 꺼렸습니다.

 그녀는 결국 미국으로 건너가 1985년 뉴욕 주립대학에서 영문학 박사를 취득합니다.

 그 해 귀국한 그녀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24년 간 모교인 서강대학교의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시련은 장애인으로서의 생활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2001년에는 유방암이, 2004년에는 척추암이 그녀를 엄습했습니다.

굳은 의지로 이를 모두 이겨낸 그녀는 2008년 다시 찾아온 간암은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2009년 5월 생을 마감했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장영희 교수는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나는 믿는다"라는 믿음으로,

투병의 와중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서 여러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위에 올린 “내가 살아보니까”는,

2009년 그녀가 병상에서 쓴 마지막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한 구절입니다.

< 그가 남긴 글들 >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깎아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 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살이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시간에 차라리 뼈나 제대로 추려라.

 그게 살 길이다.”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p. 141)


“어차피 인생은 장애물 경기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드라마의 연속이고,

장애물 하나 뛰어 넘고 이젠 됐다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 쉴 때면 생각지도 않았던 또 다른 장애물이 나타난다.

그 장애가 신체장애이든, 인간관계이든, 돈이 없는 장애이든, 돈이 너무 많은 장애이든.” 《문학의 숲을 거닐다》 (p. 228)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은 죄이다.

빛을 보고도 눈을 감아버리는 것은 자신을 어둠의 감옥 속에 가두어버리는 자살행위와 같기 때문이다.”~ 《내 생애 단 한번》 (p. 89)


“어쩌면 우리 삶 자체가 시험인지 모른다. 우리 모두 삶이라는 시험지를 앞에 두고 정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것은 용기의 시험이고, 인내와 사랑의 시험이다.

그리고 어떻게 시험을 보고 얼마만큼의 성적을 내는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내 생애 단 한번》 (p.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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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가 살아보니까 > - 장영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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