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빈자리>
내 아내를 떠나 보낸 지
한 달이 다 되갑니다.
지금은,
아내의 숨소리가 들리고,
아내를 위해 무언가 해 줄 수 있었던 그 때가
한없이 그리워지는군요
오랜 투병시기,
특히나 무더웠던 지난 여름의 투병생활마저
오히려 그리워집니다.
요즈음도
잠을 설치는 이른 새벽은 여전하고,
우두커니 침상가에 앉아 있노라면,,
텅 빈 아내의 자리에,
길가의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스며들 뿐
아내의 숨소리도, 온기도,
신음소리마저 사라진 채
절대의 정적만이 날 희롱하는 듯 하는군요
아이들은 저쪽 방에서 곤히 잠들고,
아마도 꿈속에서 그리운 엄마를 만나고 있겠지요?
언제나 아이들을 걱정하며,
때로는 잔소리로, 때로는 고성으로, 때로는 침묵하며,
아침도 챙겨주고, 저녁때면 반갑게 맞아주던 아내는,
날 웃기고, 날 격려하며, 날 나무라기도 하던 그 아내는
턱없이 넓게만 느껴지는
텅 빈 이 공간속에, 무심한 고요속에,
날 홀로 버려두고, 홀연히 가버렸군요
‘내가 죽거들랑, 날 불살라서 남는 재를 대지에 뿌려 버려라’
언젠이던가 나는 내 아내에게 '미리 쓰는 유언'을 남겼지요
하마, 이렇게 나보다 먼저 갈 줄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한 뼘도 안되는 좁은 땅속에 날 묻지 말라'하여,
나는, 바람속에 흩날리고, 구름으로, 이슬로, 비로
천지의 기운으로 녹아 들어
땅에서 하늘로 그리고는 다시 땅으로
천지를 순환하는 영생(?)을 얻고자 하였더니,
먼저 가버린 아내,
이제, 난 누구에게 이 유언을 전해야 할지?
하지만, 나는 내 아내를 위해서,
내 아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아마도 나 자신을 위해서,
나는 차마,
한줌의 재로 화한 아내의 육신을
그렇게 흩뿌리지 못하고
천지를 순환하는 영생을 안겨주지 못하고
그 좁은 공간에 고이 묻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엄마와 같이 살던 어린시절의 고향이 그리울 때,
자라온 자신의 여정을 되새겨 보고 싶을 때,
그곳을 찾으라고,
그리운 엄마 곁을 찾으라고
.......
언젠가 이 아빠도 그 곁에 묻히겠지요?
부질없는 희망컨데,
아직도 내가 조상이 묻힌 곳을 찾아들듯이,
아마도 그네들이 성인이 되고,대를 이어 가면서
내가 조상을 위해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조상을 찾듯이
그네들 자신을 위해 그네들 조상일,
내 아내와 내가 묻힌 이곳을 찾겠지요?.
후손이 조상을 찾는 것은
溫故知新만이 아닐 것입니다.
인간이 조상과 뿌리와 역사를 잃게 된다면,
오늘의 뿌리를 잃는 것입니다
오늘의 뿌리를 잃으면,
오늘 또한 가을날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수이 흩어져 갈 것입니다.
당연히, 미래에도 오늘을 쉽게 잃을 것입니다.
곧 닥쳐와서 오늘로 변화는 미래,
그러므로 미래마저 잃는 것입니다.
오늘을 잃고, 미래를 잃는 다면,
그날 그때만을,
순간만을 즐기는, 순간만을 즐길 수 밖에 없는
하루살이처럼 사는 세상이 되겠지요?
금수와 생활이 다를 게 무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인간이 조상과 뿌리와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인간이 조상과 뿌리와 역사를 섬기는 것은
인간이 오늘과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인간의 오늘과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미래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우리가 조상과 뿌리와 역사를 기억하게 된다면
우리는 시간을 제어하고, 오늘을, 미래를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인류가 역사를 배우고 아끼고 보존하는 것은
그것를 통해서 인류가 미래를 제어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인류는 역사를 통해서, 인류문명이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지역에서 기원하였음을 배웁니다.
하지만, 듣건데, 최근에는 중국의 고고학이 발전함에 따라
많은 유물과 유적의 발굴되면서,
황하문명과 고조선문명등이
지금으로부터 6,000년전, 요서·요동에서 발굴되고 있다는
홍산문명에서 기원했을 것이라 추정하며,
또, 홍산문명은 지금으로부터 8,000여년 전,
중국내몽고 자치구 부근에서 랴오닝성 부근에까지
신석기 말기 유물로 출토된다는
싱롱와(홍륭와)문명이 기원일 것이라 하는군요
이쯤되면, 인류문명의 기원중 황하문명은 싱롱와문명으로 바꿔져야지 싶은 데,
이런 고대문명, 동방의 문명이 그네들 지역문명이라?
그렇다면, 이른바 중국의 동북공정은
우리가 우리역사로 보는 고조선, 고구려 및 발해등의
역사왜곡 차원을 넘어서
인류문명의 기원부터 그 기초를 재구성하는
원대한 전략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의 과정이겠지요?
이렇듯 인류가 역사를 발굴하고, 역사를 아끼고 보존하며,
역사를 통해서, 오늘을, 미래를 소유하려하듯
우리는 조상을 섬김으로써
나름대로의 오늘을, 미래를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혹은 그네들 스스로,
내 아내, 그네들 엄마가 묻힌 곳을 찾는 것은
아내의 무덤, 그네들 엄마의 무덤앞에서
지난 날들의 그리운 모습을 떠올리며
추모의 감정에 눈물을 흘리는 것만이 아니길 애써 위안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딸과 아들이
엄마가 묻힌 곳, 언젠가는 나도 묻힐 곳을 돌아보는 것은
그것을 통하여, 그네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제어하고
그네들의 오늘을, 미래를 소유하게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니,
조만간에 서둘러,
‘‘내가 죽거들랑, 날 불살라서 남는 재를, 대지에 뿌려 버려라’라고
언젠가 아내에게 미리 쓴 유언을,
사랑하는 애들 앞으로 새로 써두어야 겠습니다
‘내가 죽거들랑, 날 불살라서 남는 재를 니 엄마곁에 묻어달라’ 라고.
아내가 내곁을 떠난지, 이미 한 달이나 지났건만,
겨우 한 달이 지나 그런지!
아직도
잠들 때나, 잠을 설친 이른 새벽이면,
비어 있는 아내의 자리를 바라보며,
내 마음은 이런저런 상념으로 넘쳐나고,
아내에 대한 그리움은 끊어질 줄 모르는군요
.......
이제, 하염없는 상념에서 깨어나야겠습니다
어느듯 새벽이 코앞에 닥쳤네요
2010년 10월 20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