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메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새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김광석의 어'느60대 노부부이야기'>
2016년 3월19일
딸아이가 결혼을 했다
딸아이 시집을
보낸지 3일째...
아들은
태어날때부터
오랫동안
양육기를 써온
그 늦둥이 녀석이다
어렵게
어렵게
이제 고1이 되어
어렵게 어렵게
기숙학교에
보냈으니
주말이 되어
데리고 돌아오기
전까지는
이제 홀로
살아가야 한다.
썰렁한 집에
돌아올 때면
집안은 섭씨20도내외
바캍 날씨는
포근까지는 않더라도
다행히 싸늘함은 가셨다
허전한 마음에
몸마저 서늘함에
짓눌릴 뻔했다
오래간만에
야간 산책하는 데
적당한 기온이 되었다
달이 휘영청 밝아
교교한 주위의
조용한 어둠과 어울리며,
내가슴을 더욱
적막하게 하네
엇그제
지 누나 결혼식 날
내 아들이
'삼촌'이라 불러야 하거늘
'형아'라 부르기를 고집하는
지 외사촌의 어린 아이들
그놈들과 신나게 놀다가
헤어질 때
그놈들의 손을 놓는
내 아들의 모습이
그렇게 외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고
돌아가서
저녁내내
외삼촌들끼리
술마셨다는
전언(傳言)을 들었다
아마도 외삼촌은
그분들 조카인
아들의 모습에서
사랑하는 여동생을 떠올리며
가슴이
미어졌을 것이다
평소에도
내 아들이
풀이 죽고
기가 죽은 모습을
안스럽게 지켜보던 차에
외삼촌의
전언을 듣고
내 가슴도
오늘 내내
아들 생각으로
울렁거린다
어쩔 수 없어
기숙학교로 보내놓고
저녁은
제대로 먹었는 지,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았는지
괴롭히는
친구들은 없는지?
공부는
제대로하는 지
이런저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엊그제
시집간 딸래미,
어렵게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는 아들
마침내, 홀로된 나
모두가 하루종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쁠 터이다
녀석들은 어쩌면
내보다 편하게
지낼 지 모른다
하지만
내마음은
무척이나 불편하다
착한 딸애는 시집가서
새로운 신접살림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간히
그동안 보살펴 오던
동생과 홀로 된 아빠생각에
홀로 가슴이
미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제발, 편안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휘영청 밝은 달아래
적막한 시골
밤하늘을 바라보니
많은 생각들이
밀려오니
어찌 애써 떨치랴?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어찌 혼자
가버린 아내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말이
내 가슴을
오늘따라
아프게 후벼파네
한참 동안
가버린 아내가
참으로
원망스럽고 서럽더니
원컨데,
그 원망도 사그러 들고,
담담히
딸아이 시집을 보냈는데
어찌 이밤에...
그곳이나 이곳이나
누우면 그곳이고
일어서면 이곳이고
언제까지 이러설지
언제까지나 누워있을 지
남은 꿈,
남은 미련
남은 인생을
애써 가슴에
쑤셔담지 않고
물흐르는 데로
내삐둘 수 있으면
그랬으면 좋겠는 데
그랬야만 좋겠는 데
...
2016년 3월22일
靑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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