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는 없다?'
어느 철학자가 '귀농일지'를 책으로 냈다
인간들은
산과들녘에 널부러진 풀들을 보고
그냥 잡초라 한다.
그들은 엄연히 당당히 대자연의 일원이지만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모를 뿐,
우리의 필요에 어떤 역활과 의미를 주는 지 애써 모를 뿐
주변의 풀들이 알고보니 잡초가 아니라 인간을 의한 풀이더라?
인간을 위한 풀들?
인간에 무익하면 잡초지만,
- 인간에 유익하지 않는 풀이 없다.
- 어떤 역활을 하던 인간에 유익하지 않는 풀이 없다.
- 그러니 잡초는 없다?
- 이는 인간의 관점에서 본 풀 이야기이다
- 내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아니다
- 그런가??
34-5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 퇴악볕속에서
가을채소 심을 두둑을 만든다고
땀을 비오듯 헉헉거리며
텃밭에 무성한 이른바 잡초를 제거하다,
문득,
'잡초란 무엇인가'
한줄기 의문이 뇌리를 훑어내린다
잡초란,
인간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풀이 아니면
잡초라 하지 않는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잡초를 만들 뿐
그러나
자연의 입장에서는
모든 풀들이 나름 생존의 의미를 가진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반이 풀인 것이다
모든 동식물, 이를테면,
곤충. 벌레. 초목, 동물들이
당당히 자연의 구성원인 것을
'인간의, 인간을 의한, 인간에 의한'
그 관점을 벗어 버린다면,
'잡초'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자연에의 귀의는
인간의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로 스며드는 것이다
귀촌이니 귀농이니 하며
많은 이들이
전원으로, 자연으로 몰려 간다지만
인간의 관점을 버리지 않는 한
진정한 귀의는 없다
자연과 유리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잡초와의 전쟁'으로
지샌다고 생각했던 올여름
문득,
관점을 바꾸니
자연의 당당한 구성원들인 풀들
그 무성함이 오히려 경이롭다.
그 생명력에 내가 부끄러위 지기도 한다
내텃밭은 오직 내만을 위한 대지
나는 참으로 이기적인 공간을 꾸몄구나
그 텃밭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그 텃밭의 공간에서 뿌리를 내리는 풀들이
당당한 주인 아닌가?
그들이 당당한 주인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생각과 행동은 따로따로
그 이후로도
내가 원하는 풀들이 잘자라도록
주변 풀들을 열심히 제거해 왔다
올여름을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뇌리에는 '잡초는 없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으면서...
내가 뿌리는 씨앗은 물론,
바람이 실어온 씨앗,
동물들이 날라준 씨앗,
오랫동안 그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풀들,
그중 공정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생명체가
그 대지의 주인이 되어야 겠지?
하지만, 앞으로도,
여는 때처럼, 여느 사람처럼
호미를 들지 않고
지켜만 볼 용기가 있을란가?
2015년 8월27일
산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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