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묻고 있는 부산추모공원묘소-언젠가 내가 돌아갈 곳이기도 하다)
"당신이 내게 이렇게 잘해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만일, 하나님께서 한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당신이 하자는 대로,
당신이 가는 대로 100% 따라갈 터인데, 100%..."
생명이 꺼져가며, 어눌하게 된 말투로
내 아내가 내게 몇번을 반복한 말씀입니다.
이후, 딸아이와 아들이름을 두세번 부르다가 의식불명이 되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였으니, 이 말이 유언이 된 셈이지요.
이 말씀을 듣는 순간,
가물가물 의식속에서도,
아직은 남아있는 인생에 대한 미련일지,
늦둥이와 딸아이를 두고가는 처절한 모성의 본능일지,
당연히, 좀더 살고 싶다는 참으로 간절하고 애절한 소망이려니,,,
하지만,
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이 못난 놈은,
가슴이 녹아내리고,
눈물이 비오듯 쏟아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습디다.
그야말로 뼈와 가죽만 남은 아내의 어깨를 감싸쥐고
오랫동안 흐느끼고 흐느꼈지만,
그때의 애절한 아내의 목소리와 그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병들고 고통 속에 기진맥진, 지쳐가는 아내를,
고통의 만분지일이라도 덜어주었런지?
하지만 나름대로 혼신을 다해
보살펴 주는 것은 당연한 인간의 도리이거늘,
평소 얼마나 아내에게 소홀했으면,
지금의 보살핌 정도를 '상상도 못했다'고 할까?
'지금처럼 평소에도 좀 잘해주지' 하는
처절한 원망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2010년 9월21일,
가을의 문턱, 한가위 前날,
이때를 피할려고 주치의와 다짐을 했건만,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제 아내는,
그토록 걱정하던, 철없는 늦둥이 녀석과 시집도 안간 딸아이,
그리고,
마음에 감당할 수 없는 무상의 슬픔을 내게 안겨준 채,
그렇게 유언아닌 유언을 내게 남기고
서둘러 이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나와 가족과 이웃을 영원히 떠나갔습니다
...........
이로인하여
예정에도 없이,
명절의 휴가를 쪼개고, 바쁜 일정을 희생하며,
멀리 부산에서, 서울에서 직접 찾아와서
저의 아내 가는 길에 조문도 해주시고
홈피와 메일, 전화로, 마음으로
못난 저에게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많은 동기 여러분,
정말 미안하고,
정말 감사합니다.
마땅히,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나,
이렇게 동기의 홈페이지를 통해 인사드리는 처지를
아량으로 헤아려 주십시오.
다시한번,
동기여러분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0년 9월 27일
玉忠錫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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