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시인 이상의 난해시 수수께끼 90년만에 풀렸다
김민수 기자 입력 2021. 09. 23. 15:10 댓글 30개
자동요약
음성 기사 듣기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삼차각설계도-선에관한각서1’의 ‘스펙트럼’에 의한 차원확장을 나타냈다. GIST 제공.
올해 탄생 111주년을 맞는 천재 시인 이상이 작성한 시 가운데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꼽히는 ‘삼차각설계도(1931)’와 ‘건축무한육면각체(1932)’의 제목과 일부 내용에 관한 수수께끼가 90년 만에 풀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이수정 기초교육학부 교수와 2020년 GIST 물리전공을 졸업한 오상현씨(현재 캘리포니아대머세드 물리학 박사과정생)가 최근 논문 발표를 통해 4차원 기하학을 토대로 이상의 난해시 제목에 등장하는 조어 ‘삼차각’, ‘육면각’, ‘무한육면각체’를 분석하고 해설했다고 23일 밝혔다.
우선 삼차각은 4차원 공간상의 방향을 초구면좌표계로 나타낼 때 활용되는 3개의 각도를 의미한다. 연구결과 이는 3개의 각도가 하나의 3차원 각도라는 것에 착안해 고안된 용어라는 사실이 규명됐다. 육면각은 각진 4차원 도형의 각을 의미하는데 이는 4차원 도형은 한 점에서 6개의 면이 만난다는 것에 착안해 고안된 용어다.
이수정 GIST 교수(왼쪽)와 졸업생 오상현씨. GIST 제공.
연구팀은 육면각체는 각진 4차원 도형, 무한육면각체는 무한히 많은 점으로 이뤄진 4차원 도형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외에도 ‘삼차각설계도-선에관한각서1’의 ‘스펙트럼’이 점표로 표현된 빛의 스펙트럼을 취해 공간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시키는 장치임을 밝혔다. 또 ‘건축무한육면각체’에서 ‘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의중의사각 의중의 사각’이라는 시구가 공간의 차원을 순차적으로 확장시켜 최종적으로 4차원 공간상에 존재하는 사각형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으로 이상의 초기 시가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4차원 시공간에서의 설계와 건축을 문학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였음이 규명됐다”며 “이상의 난해시를 파해하기 위한 후속 연구의 디딤돔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어문학국제학술포럼이 발행하는 ‘저널 오브 코리언 컬처 54호’에 지난달 31일 게재됐다.
이상(본명 김해경)의 시 '삼차각 설계도_선에 관한 각서I' 의 한국어 번역본과 ‘건축무한육면각체-AU MAGASIN DE NOUVEAUTES’ 본문. GIST 제공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나비
신범순 지음┃현암사┃2만 5천원
조선총독부 건물의 설계자, 제9회 조선미전에 입선한 화가, 최신식 카페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우리가 흔히 ‘괴팍한 천재 시인’으로 알고 있는 이상(본명 김해경, 1910~19 37)의 색다른 모습들이다. 이상은 원래 건축가였고 물리학`ㆍ기하학ㆍ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었다. 이상은 이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만의 특유한 사상을 정립했다.
신범순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나비』에서 이상의 시를 정밀하게 분석해 그의 사상을 재구성한다. 기존의 이상 연구가 그의 난해한 작품세계를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문학작품으로 표현된 이상의 ‘사상’에 주목한다. 저자는 동서를 넘나드는 참고문헌들과 방대한 양의 사진ㆍ그림을 활용해 전혀 새로운 이상의 초상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이상 사상의 핵심으로 ‘삼차각 이론’을 꼽는다. 삼차각이란 ‘서로 다른 두 개체가 더 높은 차원에서 하나로 묶이게 되는 지점을 향한 각도’이다. 저자는 이상의 시 「삼차각 설계도-선에관한각서(1~7)」을 분석해 이 삼차각을 찾아낸다. 그에 따르면 이상은 ‘하나로 묶이는 지점’을 ‘자연의 힘’이 모이는 곳으로 보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통합적 사고를 통해 이 힘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자연을 파괴해 온 이성 중심의 ‘역사시대’를 비판하는 것으로 신 교수는 이것을 이상의 ‘근대초극사상’이라고 칭한다. 이 책의 부제가 ‘역사시대의 종말과 제4세대 문명의 꿈’인 까닭이다.
신범순 교수는 “이상은 20세기 초반에 이미 끈이론과 같은 우주적 통합사고를 제시했다”며 그를 ‘시대를 앞서간 천재’로 평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상의 사상적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근대의 사유들이 풀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상의 사상이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례를 찾기 어려운 본격적인 이상 연구서 한 권이 이상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대학신문(http://www.snunews.com)
'과학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만가설 (0) | 2022.02.16 |
---|---|
도요타의 전기차 거리두기_진실인가 성동격서인가? (0) | 2021.11.01 |
오일러의 수 (0) | 2021.09.10 |
오일러 공식 (0) | 2021.09.10 |
우주의 시간의 질서 (0) | 2021.06.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