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얼마나 클까?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라고 말한 사람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었다.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출발한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주의 크기는 반지름이 138억 광년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름은 276억 광년이란 얘긴데, 초창기에는 인플레이션각주1) 으로 인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공간이 팽창했기 때문에 지금 우주의 지름은 약 940억 광년에 이른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깊은 우주를 촬영한 익스트림 딥 필드(XDF, the eXtreme Deep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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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주에서 가장 빠른 초속 30만 킬로미터의 빛이 940억 년을 달려야 가로지를 수 있는 거리다. 초속 17킬로미터의 보이저 1호가 40년을 꼬박 날아간 끝에 겨우 태양계를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950억 광년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다. 우리은하만 하더라도 지름이 10만 광년이다. 지금 성간공간을 달리고 있는 보이저 1호가 우리은하를 온전히 가로지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1광년이 약 10조 킬로미터니까 계산기를 두드리면 금방 나온다. 놀라지 마시라. 무려 20억 년이 걸린다! 이런 은하가 관측 가능한 우주에만도 2천억 개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에 떠 있는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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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주에 있는 별의 총수는 얼마나 될까? 이 엄청난 수를 계산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호주국립대학의 사이먼 드라이버 박사와 그 동료들로, 2천억 개의 은하를 품고 있는 우주에 있는 별의 총수는 7×1022(700해)개라고 발표했다. 이 숫자는 7 다음에 0이 22개 붙는 수로서, 7조 곱하기 1백억 개에 해당한다. 계산에 의하면 지구상의 모래알 수는 대략 1022(100해)개 정도로 나와 있는데, 우주의 별 총수는 온 지구상의 모래알 수보다 많은 것이다. 각 은하마다 가지고 있는 별, 곧 항성의 수는 평균 3500억 개이며, 우리은하는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약 3천억 개의 별을 가지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을 살리고 있는 우리 태양은 그 많은 별들 중 가장 평범한 별의 하나다. 이것이 대략 우주 속에 인류가 처해 있는 형편인 셈인데, 그러니 이처럼 드넓은 우주에서 우리 인간만이 산다고 믿는다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고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인용문
기나긴 우주 역사의 거의 모든 시간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고, 광활한 우주의 거의 모든 공간에도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리처드 파인먼(물리학자)
우주에 다른 생명체들이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한 사람들은 일찍부터 있었다. 망원경으로 직접 천체관측을 하기도 했던 18세기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태양계 형성에 관해 '성운설'을 최초로 주창한 천문학자이기도 한데, 외계 생명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나는 모든 행성들에 다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한 이것을 굳이 부정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요컨대 외계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망원경을 통해서 우주가 점점 넓어져가고 새로운 항성계들이 계속 발견됨에 따라 다른 천체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18세기 중반 이후로 점차 넓게 퍼져갔다.
- 1태양계 형성에 관한 성운설을 주창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1755년에 발표된 칸트의 박사학위 논문이 철학이 아니라 천문학 이론으로, 그 제목부터가 『일반 자연사와 천체 이론』이었다.
- 2원시 행성계 원반 상상도.
칸트의 성운설은 천문학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외계 생명체, 대체 어디 있을까?
인류가 외계 생명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 들어 미국의 아폴로 시리즈 등으로 본격적인 우주 진출에 나선 직후부터였다. 외계문명에 대한 언급으로는 이탈리아의 천재 물리학자인 엔리코 페르미가 제안한 '페르미 역설'이 유명하다. 우주의 나이와 크기에 비추어볼 때 외계인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방정식을 만든 결과, 그는 무려 100만 개의 문명이 우주에 존재해야 한다는 계산서를 내놓았다. “그런데 수많은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면 어째서 인류 앞에 외계인이 나타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이를 '페르미 역설'이라고 한다. 이 역설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대체 외계인들은 어디 있는 거야?" - '페르미의 역설'
페르미 역설'이란 이탈리아의 천재 물리학자로 노벨상을 받은 엔리코 페르미가 외계문명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이다. 페르미는 1950년 4명의 물리학자들과 식사를 하던 중 우연히 외계인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고, 그들은 우주의 나이와 크기에 비추어볼 때 외계인이 존재할 것이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러자 페르미는 그 자리에서 방정식을 계산해 무려 100만 개의 문명이 우주에 존재해야 한다는 계산서를 내놓았다. 그런데 수많은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면 어째서 인류 앞에 외계인이 나타나지 않았는가라면서 “대체 그들은 어디 있는 거야?”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이를 '페르미 역설'이라 한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만도 수천억 개의 은하들이 존재한다. 또 은하마다 수천억 개의 별들이 있으니, 생명이 서식할 수 있는 행성의 수는 그야말로 수십, 수백조 개가 있을 거란 계산이 금방 나온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아직까지 외계인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을까? 우주에는 우리 외에도 다른 문명이 있을 거라는 데 많은 과학자들은 동의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외계인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가?
그 이유는 항성간 거리가 너무나 멀어 어떤 문명도 그만한 거리를 여행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 장애의 또 하나는 통신수단의 문제다. 비록 외계문명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들과 교신하기에는 우리의 통신수단이 너무나 원시적이라 외계인들이 신호를 보내온다 하더라도 우리 기술로는 그것을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장애로는 시간의 문제가 있다. 우리 인류가 문명을 일구어온 지는 1만 년도 채 안 된다. 우주에 긴 역사에 비하면 거의 찰나다. 다른 문명도 만약 그렇다면, 이 오랜 우주의 시간 속에서 두 찰나가 동시에 존재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외계인을 만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장애들이다.
페르미의 역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방정식이 또 하나 1960년대에 나타났는데, 미국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가 만든 '드레이크 방정식'이다. 우주의 크기와 별들의 수에 매혹된 드레이크는 우리은하에 존재하는 별 중 행성을 가지고 있는 별의 수를 어림잡고, 거기서 생명체를 가지고 있는 행성의 비율을 추산한 다음, 다시 생명이 고등생명으로 진화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행성의 수로 환산하는 식을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와 교신할 수 있는 외계의 지성체 수를 계산하는 다음과 같은 방정식이 만들어졌다.
드레이크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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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은 우리은하 속에서 탐지 가능한 고도문명의 수, R*은 지적 생명이 발달하는 데 적합한 환경을 가진 항성이 태어날 비율, fp는 그 항성이 행성계를 가질 비율, ne는 그 행성계가 생명에 적합한 환경의 행성을 가질 비율, fl은 그 행성에서 생명이 발생할 확률, fi는 그 생명이 지성의 단계로까지 진화할 확률, fc는 그 지적 생명체가 다른 천체와 교신할 수 있는 기술문명을 발달시킬 확률, L은 그러한 문명이 탐사 가능한 상태로 존재하는 시간을 말한다. 이 식에 기초해 드레이크 자신이 예측하는 우리은하 내 문명의 수는 약 1만 개에서 수백만 개에 이른다.
드레이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외계로부터의 신호를 찾기 위해 가까이 있는 두 별의 주변에서 오는 신호를 찾는 시도를 한 것이 공식적인 외계 지적생명체탐사, 곧 세티(SETI)각주2) 의 출발점이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동북 지역에 있는 앨런 망원경 집합체(Allen Telescope Array, ATA).
이 천문대는 SETI 프로젝트의 하나로, 망원경 42개를 사용해 외계 생명체로부터 발신됐을 가능성이 있는 500만 개의 무선 주파수 신호를 탐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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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지구를 찾아서
요즘 뉴스를 보면 제2의 지구니 슈퍼 지구니 하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듣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들은 새로운 용어인 셈이다. 그것도 인류의 미래와 직결된 엄청 중요한 용어로 자리매김하였다. 알 만한 독자는 눈치 챘겠지만, 제2의 지구란 낱말 속에는 인류의 위기의식이 스며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들이 지구상에서 어지러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 '지구종말 시계' 표시 시간이 '5분 전'에서 '3분 전'으로 앞당겨졌다고 언론매체들이 앞다투어 보도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시계바늘을 당기고 있는 것들은 핵무기,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류가 개발해낸 기술 문명이 인류의 멸망을 재촉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한 미래학자는 만약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면 그 원인은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일 거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시시각각으로 지구 행성을 위협하고 있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제2의 지구를 찾아 나서게끔 추동하고 있다. 『시간의 역사』를 쓴 영국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은 인류가 앞으로 천년 내에 지구를 떠나지 못하면 멸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점점 망가져가는 지구를 떠나지 않고서는 인류에게 새천년은 없으며, 인류의 미래는 우주탐사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인류가 찾아 나선 '제2의 지구(Earth 2.0)'란 말하자면, 사람이 살 수 있는 지구 같은 외계행성을 뜻한다. 그 필요조건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제2의 지구(Earth 2.0)의 필요조건
1. 목성처럼 가스형 행성이 아니고 암석형 행성이어야 한다.
2. 지구처럼 모항성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3. 행성의 크기와 질량이 지구와 비슷해, 대기를 잡아두고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한 중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조건 2는 이른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 불리는 '서식 가능 영역(habitable zone)'을 말한다. 골디락스 존이란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따온 것으로,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주인공 소녀 골디락스가 빈 집에서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뜻한 죽을 맛있게 먹었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태양계의 경우, 골디락스 존은 지구-금성 궤도 중간에서 화성 궤도 너머까지 걸쳐 있다.
케플러 망원경이 발견한 다양한 외계행성들.
6개의 별 중 하나 꼴로 지구 크기의 행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C. Pulliam & D. Aguilar (CfA) | 저작권자의 허가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글리제 876d
'슈퍼 지구'는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지구보다 질량이 2~10배 크면서 대기와 물이 존재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큰 행성을 통칭한다. 슈퍼 지구의 특징은 중력이 강하고 대기가 안정적이며, 화산 폭발 등 지각운동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슈퍼 지구는 글리제 876d 이후 여러 개가 발견되었다. 우리 태양계에는 슈퍼 지구의 모델이 될 사례가 없다. 가장 큰 암석형 행성은 지구이며, 지구보다 한 단계 무거운 행성은 천왕성으로 지구 질량의 14배이다. 요컨대 인류는 행성계의 골디락스 영역에 있을 제2의 지구 또는 슈퍼 지구를 찾기 위해 우주로 열심히 더듬이를 뻗고 있는 중이다.
글리제 87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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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관해서라면 지구 행성의 대표선수는 단연 미국이다. 현재 제2의 지구를 찾는 작업에서도 미항공우주국(NASA)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NASA는 제2의 지구를 찾는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로 케플러 미션을 발진시켰는데, 2009년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우주로 쏘아올림으로써, 지금까지 공상 속에서만 노닐었던 제2의 지구와 외계 생명체란 추상명사를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외계행성 탐색의 첨병 케플러 망원경
현재 외계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로 발사된 것은 2006년에 발사된 프랑스 우주국(CNES)과 유럽 우주국(ESA)의 코롯 망원경(COnvection ROtation and planetary Transits, COROT)과 NASA의 케플러 망원경 둘뿐이다. 둘 중에서 인류의 우주 진출을 결정지을 제2의 지구를 찾는 데 첨병의 역할을 맡은 것은 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이다. 이 망원경의 이름에 케플러가 붙은 것은 고난으로 점철된 삶을 살면서도 인류에게 행성 운동의 3대 법칙을 선물한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를 기리기 위함이다.
- 1행성운동 3대 법칙을 발견한 요하네스 케플러
- 2케플러 이름을 딴 케플러 우주 망원경. 2009년 3월 취역한 이래 지금까지 1천 개 이상의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2009년 3월 6일, 델타-2 로켓에 실려 우주로 떠난 이 케플러 망원경은 미항공우주국이 개발한 우주 광도계를 이용하여 3년 반에 걸쳐 10만 개 이상의 항성들을 관측할 계획이었다. 총 6억 달러(약 6800억 원)가 투입된 케플러 탐사선의 근무 연한은 4년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6년으로 연장할 수 있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공전주기 372.5일로 지구 정지궤도에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무게 1톤의 케플러는 한마디로 고감도 디지털 카메라 겸 노출계다. 특수 제작된 전자소자 결합장치(CCDs)는 행성 탐색에 필요한 광도계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것으로 10만 개의 별들과 '눈싸움'을 벌여야 한다. 행성의 그 모성 앞을 지날 때 별빛을 가림으로써 일시 별이 깜박거리게 되는데, 케플러는 바로 이 현상을 포착해서 행성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을 횡단법 또는 트랜싯법이라고 한다.
HD 7924 행성계에서 바라본 태양계 상상도.
맨눈으로도 태양이 쉽게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HD 7924 b는 지구로부터 54광년 떨어진 카시오페이아자리 항성 HD 7924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으로, 질량은 지구의 9.2배, 공전주기는 129.5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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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외계행성은 모항성에 비해 아주 작기 때문에 사실 별의 밝기 감소는 극히 미미하다. 예컨대 지구와 태양을 생각해 보면, 지구는 태양 지름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으므로 면적 대비는 1만 분의 1이 되고, 따라서 태앙 빛을 겨우 0.01% 가릴 뿐이다. 이처럼 작은 광도 변화를 잡아내야하기 때문에 케플러는 대기 간섭이 없는 우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 같은 방법으로 넓은 면적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도록 제작된 케플러 망원경은 최대 10만 개의 별을 동시에 관측하며, 그 밝기를 30분 간격으로 측정한다.
케플러 망원경의 행성 사냥법.
행성이 모항성의 앞을 지날 때 별빛을 가려 일시적으로 어두워지는 현상을 이용해 행성을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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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케플러의 행성 추적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들에 답을 찾아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외계행성들은 흔한가, 드문가? 둘째, 외계행성들은 크기가 얼마나 되며,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가?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인데, 외계행성이 서식가능 지역에서 발견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들이다. 케플러 담당 과학자는 다음과 같이 케플러를 정의했다.
인용문
궁극적으로 우리 인류가 우주에 있는 장소는 어디인가라는 유서 깊은 질문에 답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케플러다.
케플러에 대한 정의
케플러가 거둔 놀라운 성과들
케플러 망원경이 그동안 거둔 성과들을 시간 순으로 일별해 본다면, 먼저 케플러는 이전에 이미 알려졌던 5개 외계행성 HAT-P-7b를 성공적으로 찾아냈고, NASA는 이들 각각에 케플러 4b, 5b, 6b,7b, 8b의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모두 뜨거운 목성형 행성으로, 해왕성과 비슷한 크기에서부터 목성보다 큰 것까지 다양한 크기이며, 온도는 섭씨 1204~1648도, 궤도주기는 3.3~4.9일이다. 따라서 제2 지구 후보에는 끼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케플러 망원경이 일년 동안 발견한 골디락스 행성 목록.
예상 이상으로 많은 외계행성들이 발견되었다.
ⓒ PHL @ UPR Arecibo, ESA/Hubble, NASA | 저작권자의 허가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듬해인 2010년 1월에는 케플러로부터 첫 관측 결과가 보내져왔다. 모두 706개의 제2 지구 후보에 대한 데이터로서, 지구만 한 크기에서부터 목성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외계행성들이다. 이들 중 306개의 대상에 대해서는 궤도와 온도 등 기본 정보들이 모두 분석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400개의 후보에 대한 데이터는 2011년 2월에 공개되었다.
외계행성 사냥에 나선 지 2년 좀 못되는 시점인 2011년 2월 2일까지 케플러 망원경이 찾아낸 외계행성 후보는 모두 1235개에 달했다. 이들이 도는 모항성의 수는 997개를 헤아린다. 이는 우리은하에만도 외계행성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들 중 68개의 행성은 대략 지구 크기만 하고, 288개는 슈퍼 지구 사이즈이며, 662개는 해왕성 크기, 165개는 목성 크기, 19개는 목성의 2배 크기로 집계되었다. 목성만 해도 지름이 약 14만 킬로미터로 지구의 11배나 되는데, 목성의 2배라면 참으로 엄청나게 큰 행성인 셈이다. 이 중에서 지구의 2~5배 정도 크기로, 서식 가능 영역에 있는 행성은 모두 54개 정도가 후보에 올라 있다.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외계행성을 대거 발견한 셈이다.
케플러가 임무를 맡은 지 만 2년 10개월이 되는 2013년 1월, 그동안 탐사한 성과를 결산하는 중간발표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무려 461개나 되는 외계행성 후보들이 새롭게 추가되었으며, 모두 2740개의 외계행성 후보들이 2036개의 모항성 둘레를 도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같은 성과만 하더라도 외계행성 탐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케플러 외계행성 후보들의 크기를 나타낸 도표.
2013년 1월 7일 2036개의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2740개의 행성들을 자료로 한 것이다.
ⓒ NASA | 저작권자의 허가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케플러 탐사선이 늘 순항만 한 것은 아니다. 그해 5월에 중요한 망원경 부품이 고장을 일으키는 불운이 찾아왔다. 망원경의 방향을 통제하는 반작용 휠 4개 중 2개의 휠이 고장나면서 선체 제어가 불가능하게 됨으로써 케플러의 행성탐사 임무는 이 시점에서 '공식 종료'되었다고 NASA는 발표했다. 하지만 케플러는 그 후 2개의 반작용 휠과 태양광 압력을 이용해서 자세제어에 성공, 기적적으로 부활했다. NASA는 이에 따라 K2라는 새로운 임무를 케플러에게 주어, 지금까지 외계행성 탐색을 계속하고 있다.
사실 이 시점에서도 케플러는 3.5년으로 예정된 1차 미션 목표를 이미 충분히 완수했고, 보내온 데이터도 상당량인 만큼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만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다. 게다가 케플러 망원경 자체도 2016년까지 연장 미션을 부여받아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측 데이터를 보내올 터이므로, 이들 데이터가 완전히 분석되면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외계행성 탐사에 수많은 신기록들을 세워온 케플러 망원경이 2015년 10월 뽑아낸 계산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30만 6604개의 별을 관측하고 4601개의 외계 행성 후보를 찾아냈다. 그중에서 외계행성으로 확인된 것만도 1000개가 넘는다. 아직 확인을 기다리는 후보는 모두 4천여 개에 달한다.
케플러는 당시까지 총 125억 번의 별 밝기 관측을 수행했으며, 지구로 전송한 데이터는 20.9TB에 달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서식 가능 외계행성을 8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케플러가 조사한 별의 숫자가 우리 은하의 3000억 개가 넘는 별의 극히 일부인 30만 개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가장 강력한 제2 지구 후보들
제2의 지구를 발견하는 것은 천문학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이제 이러한 꿈이 현실로 이루어질 날도 멀지않은 것 같다. 아직 제2의 지구라는 인증 샷을 찍을 만한 후보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케플러 망원경을 비롯해 여러 기관에서 발견한 외계행성 중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진 강력한 제2 지구 후보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케플러-10c
2014년 6월 지구에서 570광년 떨어진 용자리에서 발견. 이 행성에 '고질라'라는 특이한 이름이 붙은 것은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임에도 지구보다 17배나 무겁기 때문이다. 반지름은 지구의 2.3배로, 발견 당시 기준으로 가장 거대한 암석형 행성으로 기록되었다. 관측된 이 행성은 태양과 비슷한 항성에서 0.24천문단위 떨어져 돌고 있으며, 공전주기는 45일이다.
케플러-22b
2009년 3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활동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발견했다. 케플러-22b는 태양보다 조금 작고 온도가 낮은 케플러-22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두 번째 행성으로, 백조자리 방향으로 600광년 거리에 있다. 크기가 지구의 2.4배 정도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지구와 공통점이 많다. 지구와 태양간 거리(1억 5천만 킬로미터)보다 15% 정도 가까운 중심 별 주위의 골디락스 영역 궤도를 돌며, 공전주기 290일, 표면 온도 22도로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케플러-62f
2013년 12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에서 발견된 이 행성은 큰 바다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2의 지구로 불리는 암석형 행성으로 지구보다 약 40% 정도 더 큰데, 만약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있다면 큰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가 높은 기체로 행성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해 바다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케플러-62 항성 주위를 공전하는 5개의 행성들 중 케플러-62e와 케플러-62f가 표면에 액체로 된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서식 가능 영역의 궤도를 돌고 있다. 5개의 행성 중 가장 바깥 궤도를 돌고 있는 케플러-62f는 지구 기준으로 267일마다 1회 공전한다.
케플러-69c
270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발견된 슈퍼 지구. 지구보다 70% 정도 더 크다. 공전주기는 242일이며, 태양에서 금성 거리쯤 되는 궤도로 모항성을 돌고 있다. 모항성의 크기가 태양보다 조금 작은 만큼 케플러 69c는 서식 가능 영역에 있는 셈이다. 이 행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 지구 크기만 해야 생명 친화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케플러-186f
2014년 4월 지구에서 약 49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발견한 슈퍼 지구. 지구 유사도(ESI: Earth Similarity Index) 값이 0.64에 불과하지만, 지름이 약 1만 4000㎞로 지구보다 10% 정도 더 큰 이 행성은 덥지도 춥지도 않아 사람이 거주하기에 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유사도는 1에 가까울수록 지구와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화성은 0.70에 해당한다. NASA는 이 행성의 표면이 물과 암석으로 구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목록
- 케플러-10c
- 케플러-22b
- 케플러-62f
- 케플러-69c
- 케플러-18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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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1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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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438b
NASA가 2015년 1월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의 하나로 꼽은 것이다. 거문고자리 방향으로 약 470광년 거리에 있는 이 행성은 반지름과 밀도, 탈출속도, 표면 온도 등을 나타내는 '지구 유사도'가 0.8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후속 연구 결과, 이 지구형 외계행성의 대기가 모성인 적색왜성 케플러-438로부터 나온 강력한 '슈퍼 플레어'의 영향으로 파괴되고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케플러-438로부터 나온 슈퍼 플레어는 우리 태양에서 관측됐던 가장 강력한 플레어보다 10배 이상 강하다.
케플러-452b
2015년 7월 지구에서 1400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중 크기와 궤도 등 특성이 지구와 가장 비슷해 제2 지구의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백조자리에 있는 모항성 케플러-452는 태양과 비슷한 별로, 표면 온도는 태양과 같지만 나이가 60억 년으로 태양보다 더 늙었다. 케플러-452b는 지구보다 지름이 60% 정도 더 크며, 지구보다 5% 더 먼 거리에서 385일을 주기로 골디락스 존에서 공전하고 있다. 표면 온도도 지구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행성의 나이 역시 60억 년 정도이므로, 만약 생명체가 있다면 지구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글리제 832c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을 주축으로 구성된 다국적 천문조사팀이 2014년 6월 지구에서 16광년 떨어진 인디언자리에서 발견했다. 이때까지 발견된 슈퍼 지구 중 지구와 가장 유사한 세 행성 중 하나인 글리제는 지구 질량의 5배로, 대기와 물이 존재할 것으로 보이며, 기온과 계절 변화까지 지구와 무척 닮아 어쩌면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일 것으로 보인다. 글리제 항성계는 적색왜성 글리제 832를 중심으로 행성 글리제 832b, 글리제 832c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캅테인 b
미국 카네기 연구소가 2014년 6월 지구로부터 13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견. 태양계로부터 25번째로 가까운 외계행성으로 캅테인 항성계의 구성 행성 중 하나다. 캅테인 b의 나이는 약 115억 년에 달해 지구의 2배를 훌쩍 넘는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만일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이들은 고도로 발달된 지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구 크기의 5배에 달하는 캅테인 B는 액체 상태의 물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해 생명체가 살기에 알맞은 환경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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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외계행성 사냥에 나섰다!
제2의 지구를 찾는 현장에 한국도 늦게나마 뛰어들었다. 2015년 10월 1일부터 한국천문연구원이 '외계행성탐색 시스템(KMTNet)'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칠레, 남아공, 호주 등 남반구 3대륙에 설치된 3개 관측소에 광시야 망원경을 설치하고, 24시간 밤하늘을 감시하며 외계 지구형 행성 사냥에 나선 것이다.
이 광시야 망원경은 지름 1.6미터의 반사경과 4장의 보정렌즈로 이뤄졌으며, 광시야 탐색 관측 장비 중 세계 최대급으로, 매년 100개 이상의 새로운 행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중력렌즈 방법으로 발견된 외계행성은 39개이며, 이중 32개를 한국과학자들이 포함된 연구 그룹에서 발견했다.
오는 2021년에는 우리나라와 미국, 브라질과 호주 등이 제작에 참여하는 '거대 마젤란 우주망원경'도 이 행성 사냥에 동원된다. 지름 8.4미터짜리 거울 7장으로 구성된 이 망원경은 직경이 25미터에 달해 광학 망원경으로는 세계 최대 크기로,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배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케플러의 후계자 TESS 망원경
2009년 지구를 떠난 이래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거둔 성과는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의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제2의 지구, 외계행성이 우주 곳곳에 무수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해 주었다. 우리은하의 극히 일부만을 뒤진 끝에 이 같은 계산서를 뽑아낸 것을 보면, 이제는 '이 드넓은 우주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더 놀라운 일'이라는 격언이 더욱 유효해지게 된 셈이다.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거둔 케플러도 이제 늙어서 은퇴를 눈앞에 두고 있다. 3년 반을 기약하고 우주로 나갔는데, 현재 그 2배나 되는 기간 동안 인류를 위해 충실히 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케플러가 지금까지 뒤진 우주 공간이란 구우일모(九牛一毛)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은하에 한정해서만도 그렇다는 말이다.
제2의 지구를 찾는 일을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생각한 NASA는 이미 케플러의 후임을 정해놓았다. 차세대 행성 사냥꾼의 이름은 우연찮게도 토머스 하디의 소설 여주인공 이름과 같은 테스(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 TESS)이다. 2017년에 우주로 나갈 이 사냥꾼의 사냥 방법 역시 케플러처럼 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하는 방식이지만, 관측 기기들의 성능이 보다 우수해 더 넓은 범위에서 더 많은 별들을 관측할 수 있다. 케플러보다 2배쯤 많은 50만 개 이상의 별을 관측할 예정이다.
테스에게는 강력한 원군이 하나 따라붙는다. 이듬해인 2018년에 발사 예정인 사상 최대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다. 테스가 먼저 새로운 외계행성을 발견하면 뒤이어 제임스웹이 이를 정밀 관측한다. 하나가 사냥감을 몰면 하나는 창을 던지는 식이다. 이 둘의 합작은 외계행성 연구에 큰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 둘이 과연 얼마나 많은 외계행성들을 발견하게 될까? 그리고 그중에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이 있을까? 고등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과연 어딘가에 살고 있을까? 또 우리 인류가 이주해서 살 수 있는 행성이 있을까? 이러한 물음들이 현재 천문학이 가지고 있는 최대 화두일 것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그 답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제2의 지구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거기까지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현재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최고속력은 초속 17킬로미터이다. 보이저 1호가 여러 차례 중력보조각주3) 를 받은 끝에 얻은 이 속도는 무려 총알의 20배에 가깝지만, 이 속도로도 가장 가까운 별인 4.2광년 거리의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에 가는 데만도 8만 년이 걸린다.
이처럼 인류는 이 우주공간에서 '거리'라는 장벽으로 완벽히 격리되어 있어 과연 이를 벗어날 수가 있을까에 많은 과학자들은 회의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지구가 더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잘 보존하는 것이 인류에게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견해가 여전히 큰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인류에게 이 지구보다 아름다운 행성은 어느 우주에도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출처: DAUM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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