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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자연으로돌아오라

落花有情

by 靑野(청야) 2019. 7. 1.

            春眠不覺曉 춘면불각효
            處處聞啼鳥 처처문제조
            夜來風雨聲 야래풍우성
            花落知多小 화락지다소

            봄 잠에 새벽을 깨닫기 못했더니.
            여기저기서 새소리 들려오네
            지난 밤 세찬 비바람 소리에
            얼마나 많은 꽃잎이 떨어졌을까


            당나라 때, 맹호연이 읊었다는
            春曉(춘효)라는 제목의 시다

            비오고 바람부는 봄날 아침에

            늦잠을 자고 난 맹할배가
            전원의 아침 풍경을 보고,
            꽃잎이 떨어지고 봄이 지나감을

            안타까이 여기는 심정을 읊었단다.

            春曉(봄날의 새벽)이라니
            농부가 이른 새벽에 일 나가는 시간

            處處聞啼鳥 (처처문제조)라
            '여기저기서 새소리 들려온다'고 읊으니,
            바람과 비는 잦아들었고,
            늦잠을 잤다 하지만, 아직은 새벽이였던 모양이다.

            전원생활을 즐겼다는 천하의 맹호연도
            天氣를 읽는 데 부족했는가?

            天氣를 애써 읽지 않은 것인가?
            落花의 염려를 예측하지 못했을 리는 없었을 텐데...

            봄이면 여리고, 아름다운 꽃잎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자태를 뽑낼 때이거늘
            비라도 내릴 때라면,
            어찌 그 여린 꽃잎을 빗속에 내버려 두고
            늦잠(?)을 잤다는 말인가?

            지금은 초여름
            산내의 우리집 뜰에는

            여름 꽃들이 여기저기 다투어 피고 있다,

            봄에 피었던 꽃은 이미 대지로 돌아갔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지는 꽃들이 여름 꽃과 어울려,
            끊임없이 소박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밤부터 비오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春眠不覺曉(춘면불각효)가 이니라
            曉時睡不覺(효시수불각)이니 夏眠早覺曉 (하면조각효)이라
            새벽잠을 제대로 못 잤으니
            여름날 새벽을 너무 일찌기 깬 모양이다.

            밤새도록 꽃잎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횡포에
            아픔을 이기지 못한 것인가?
            비에 젖은 무게를 버티지 못한 것인가

            날이 밝아오니

            화단과 주변에 떨어진 꽃잎이 즐비하다
            떨어진 꽃잎을 바라보노라니 심중에,
            맹할배가 느꼈음직한 안타까움이
            새벽안개처럼 피어난다

            초여름 가뭄끝에 오래간만에 내리는 비
            벼농사에 올인하는 농부들은
            벼논에 물길을 터주는 기회라 반기며

            밤잠을 설쳤을 게다

            오늘처럼 새벽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새벽 잠길을 아련히 동행하던
            두견새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朝餐(조찬)인지 鳥儧()조찬)인지,
            이른 아침 조찬회의를 하듯이
            꽃가지에 떼를 지어 앉아 지저귀며
            새벽잠을 깨우던 작은 새들도 발길을 끊는다

            적막강산이 된 산골의 아침
            내내 빗소리만이 그윽하다,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
            물이 불어난 도랑의 물소리.
            간혹 차가 지나가는 소리만이

            적막속에 반가운 기척이다

            장마비는 추적추적 하염없이 내리고,
            앞산을 감아도는 비안개가 짙어져 간다.


            때이른 장마비에 아름다운 여름꽃들이 다 떨어지는 구나

            데크 난간끼지 뻗은 장미 줄기에 피는

            여인의 입술같은 붉은 장미꽃에

            아침마다 입술로 마주하던 인사도 못건네고


            물을 머금은 붉은 꽃잎들이

            난간에 기대어 애처롭게 버텨보지만,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대지로 귀환한다

            우리 마눌님이 정성을 쏟아부어 꽃피운
            앙징스러움을 자랑하던 야생화들도
            빗방울의 횡포에 속수무책이다.

            씨를 받아 세상에 온 족적과 후계을 남겨야 하는 데,
            씨가 맺히기도 전에, 떨어져 버리다니

            落花有情이라 해야 하나

            自然不仁이라 해야하나?


            이 계절에 꽃이 피는 것도 

            이 계절에 꽃이 지는 것도 ...


            엇그제까지 아름답던

            꽃들이 지고 난 자리에는 정적만이 맴돈다


            앞산을 돌아나온 비안개는

            허허로운 내마음은 아랑곳 하지않고

            대지로 떨어져 내린 꽃잎들만을

            위로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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