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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자연으로돌아오라

산골村夫의 '발렌타인 데이' 맞이

by 靑野(청야) 2019. 2. 13.

      매년 2월14일은
      'Valentine Day(밸런타인 데이)’이다

      이날은 성발렌티누스의 축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유래설이 유력하다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밸런타인데이 카드(펌)>


      이날이 되면 연인간에 카드나 초콜릿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확인하는 날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 전래된 도회인에게 어울리는 풍습일지 모르지만
      농사준비에 바쁜 村夫들에게는 가당(可當)찮은 삶의 모습이다
      대신에, 이날은 農夫과 歸村人, 自然人에게는  또 다른,

      '아주 의미있는 날' 이다.

      겨울동안, 성장을 멈추고 있던 모든 草木이
      성장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날을 이날을 깃점으로 하기 때문이다. 
      동지가 지나고  55일이 지난 이날부터,낮길이는 급격히 길어진다.

      이때쯤이면, 天地에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하고, 언땅이 녹는다.

      목도 그렇게 느끼는 자연현상이다,


      초목의 뿌리와 주변에서 공생하는 공팡이, 미생물들은

      동면에서 깨어나 성장과 새삶을 위한 준비운동을 시작할 터이다.


      곧 이어질 따스해질 햇살과 뿌리에 스며드는 봄비를 맞이하면서

      아마도 본격적인 성장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겨우내 농한기를 가진 시골 村夫들도 
      한해의 겨울의 끝자락인 이때를 전후하여

      슬 봄 농사에 나설 채비를 한다.  


      산내의 우리집도 매겨울에 들어서서부터 

      을 위한 대장정에 돌입했었다.

      굳이 농사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텃밭과 집안주변, 화단을 가꾸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해가 지나고 나서 사지를 돌아가면서 아작을 내어

      한번씩 수술을 아니한 곳이 없다.

      그리안해도 빈약한 몸매에. 발달되지 않은 근육에다 퇴화기에 무리하다 보니

      나만 몰랐지(?), 주변에서 걱정들 많이 했나보다.

      한해 여러번, 병원에 입원을 하고 누었으면,

      딸래미부터, '그 보세요, 내가 뭐랬어요?' 하는 듯 

      고개를 가로젖는다.  말려도 소용없다는 뜻임을 안다.


      분수를 모르고  '이정도야...'  설치다가 

      처음(?)으로 호된 응보를 늘그막에, 받은 것이다.

      이후부터, 사실, 겁은 좀 나서,

      올겨울에는  무리한 집중을 줄이고 일을 분산하기는 하지만

      의욕이 꺾인 것은 아니다. 아직은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는 것이다


      '사는데 까지 살겠다는 데, 뭐 대수냐?'


      '여유를 가져라?', '여유롭게 살아라' 고 하지만


      진정한 여유는  의욕이 있을 때, 의미 있는 것이다.

      의욕이 없다면 여유도 없다. 여유가 불필요한 것이다.

      여유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철까지 그토록, 무섭도록 왕성하던 초목들의

      말라 비틀어진 입새와 줄기, 꽃들의 잔재도 걷어내고

      균형을 잃은 성장, 그런 성장의 여지가 있는 가지를 잘라냈다.

      텃밭, 주변언덕을 덮은 말라버린 잡초들을 뿌리채 걷어냈다.

      겨울 내내, 눈보라와 추위에 언 손을 호호 불며,
      가까운 개천에서 수kg짜리 돌들을 주워

      허물어진 담장과 울타리를 다시 세우고 새로운 돌담도 추가 했다
      오랫동안 잡초만 무성하던 짜투리 땅을 정비하고는, 

      새로 조성한 땅에  일찌감치 거름을 뿌려놨다.


      꽃씨를 뿌리거나 묘종을 심기 임박하여 거름을 뿌리면
      연약한 꽃씨나 미생물들이 거름의 독성(?)에 견디질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주 산내의 추위는 유달라서

      겨울추위에 강한 초목을 심거나 씨를 뿌려야 한다.

      며칠전에는, '2월에 뿌리는 야생화씨' 도 여러종류 주문해 두었더니,
      발렌타인 데이 이틀전에  꽃씨가 도착하였다.

      발렌타인데이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우리 노부부 둘이서, 돋보기에 기대어,

      깨알같은 글씨로 쓰여진 설명서를 읽는 둥 마는 둥,

      찬바람에 꽃씨가 날릴 까봐 걱정하며

      꽃씨를 모레에 섞어 뿌리고 그 위에 다시 모레를 앏게 덮었다.

      꽃씨들은 3월초순부터 발아하기 시작하는 데,

      이때 물을 주면 좋지만 그대로 두어도 일부는 발아하고,

      일부는 추후 비나 눈이 오면 차례로 발아한단다

      많은 종류의 꽃씨라 어디에 무얼 뿌렸는지

      식별표를 박아두어야 할 테지만, 아뿔사 식별표 준비가 덜 되었다


      경험컨데. 꽃씨들이 발아하여 새싹으로 돋아 날 때

      화초는 가꾸고 잡초는 제거해야 마땅하지만,

      잡초씨들이나 잡초뿌리에서 돋아나는 잎들과 구분하기 힘들다.

      식별표를 준비하고, 떡입모양이나 화초 이미지도 준비하여야 한다


      화초들이 잡초를 이기고 꽃을 피우면 다행이다,

      씨를 뿌리고, 뿌린이후의 토질조건,  때와 장소에 따른 채광, 습기, 온도등 환경조건이 관건이다.

      설명서대로  제대로 맞출 수 는 없는 일이고, 대충 감으로  준비하고, 처리하였으니,

      특히 민감한 시기인 이때 뿌린 씨앗들의 발아율이 어느 정도 될지 궁금하다. 

      식별표가 없으면, 어디에 무엇을 뿌렸는지 기억할 수 없고 기록을 남길 수도 없다

      다행이 요즈음은 꽃이나 잎을 찍어 식별해주는 앱이 있어 

      대충구별은 가능하다, (대략 80%정도는 맞는 것 같다)


      이제, 곧 봄이 오고 봄비가 내려 촉촉히 대지를 적시면

      초목에 움이 트고, 화초들은 싹이틀 것이다.


      아래는, 올 2월, 밸런타인 데이부근에  씨뿌린  화초들과 몇몇 이미지들이다.


      루드베키아 , 에키네시아, 분홍낮달맞이, 숙근천인국, 큰금계국, 아스타_블루, 샤스타데이지,

      리아트리스, 루피너스 혼합,펜 스데몬 블루, 끈끈이대나물, 수염패랭이, 월플라워,
      매발톱 혼합, 사포나리아, 분홍장구채, 하늘바라기,
      멕시코모자 브라운, 멕시코모자 옐로우,
      서양벌노랑이, 크림슨클로버, 접시꽃 혼합 , 톱풀 흰색 ,
      패랭이꽃 혼합,헬 레니움,
      서양망종화, 덩굴금낭화, 붓꼭, 해변아스타,황 금조팝

                           <천인국(인디언국화), 리아트리스, 아키네시아, 붓꽃 順>


       아래는, 작년에 화려하게 화단을 장식한 여러해살이 화초들, 화목들과. 그 몇가지 이미지들이다


      자란, 수국, 채송화, 낮달맞이꽃, 금게국, 루드비키아, 패랭이꽃, 송엽국, 꽃잔디,

      원평소국, 바늘꽃, 메발톱, 돌단풍, 백합, 접시꽃,장미, 물무궁화, 목단, 장미조팝, 공조팝...


                                       <자란, 채송화, 패랭이꽃, 물무궁화 順>


      모두 말라 비틀어지고, 겨울바람에 날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다년생 화초들이라, 이들도 기대대로 살아나 화초정원을 기대하는 데 우찌될 지...

      무슨 꽃을 주문할까?

      얼마만큼 주문할까?


      꽃씨를 주문할 때부터,
      여기는 무슨 꽃, 저기는 무슨 꽃...


      구획을 정하며, 열심히 꽃씨를 뿌리는 우리 할매(?)의 얼굴에도,

      상상하는 야생화 꽃 못지않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났다.


      앙징스런 야생화 꽃밭을 상상하며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다리와 허리도 잊은 채

      꽃씨 뿌리기에 바쁜 며칠을 보냈다.


      지나치면, 다시 근 일년을 기다려야 하니

      그보다 '우리할매의 아름다운 의욕' 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몸의 불편함을 핑계로, '귀중한 때' 를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지나온 겨울 내내 주변을 정비한 덕분에
      오늘, 우리 老夫婦는 꽃씨를 뿌리던 일을 일찌감치 마감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귀촌백수의 여유를 즐겼다.


      이제사, 봄이오는 길목을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 볼수 있을련가?

      아직은 산골의 아침저녁으로 서리가 내리고

      간혹 눈발이 흩날리는 추위가 여전하지만,

      창문을 쏟아져 들어오는 이른 오후의 햇살이 한결 따뜻하게 느껴진다.



      2019년 2월14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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