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 쑥, 환삼덩쿨
마초(魔草)! 악마의 풀,
나는 그렇게 부른다
이들은 마초 3인방이다. 내 경우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시골 생활은 풀과의 전쟁이라고들 한다.
식물들은 제자리에서 이동을 못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지하세계 혹은 지상세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순식간에 뻗어나간다.
때로는 벌과 새나 동물의 먹이로 혹은 묻혀서 멀리멀리 종족을 퍼뜨린다.
푸른 초원?
가꿀 때 이야기다. 거져오는 초원이 아닌 것이다.
한시라도 눈을 팔면, 대지는 원치 않는 풀들, 이름하여 잡초들로 도배가 된다.
봄이 되어 오래된 땅을 일구면, 땅속에 움을 튀우고 실날같은 새싹들이
층층이 대지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물이 흙속에 잠겨 있는 듯. 사방으로 뻗어 지하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뿌리에서
기상과 햇빛 조사량에 따라, 시시각각 움이 트고, 지하세계를 탈 출 할려고 줄을 서 있는 형국이다.
아직 움이 트질 않고, 씨앗의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도 부지기수일 터
여차하면 움이 트고, 지하세계 탈 출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그러니, 뽑아도 뽑아도 돌아서면 또 생길 수 밖에 없는 풀!
마초3인방을 '환경파괴 주범들 운운' 한다
하지만, 지극히 인간들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이다.
진정한 환경파괴의 주범은 인간들이다.
인간들이, 마초 3인방에 파괴당한다고 생각하는 환경은,
인간을 위한 자연환경이지, 자연을 위한 환경이 아닌 것이다.
나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나를 힘들게 하는 이녀석들과 전쟁을 하는 것이다
쑥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에도 가장 먼저 돋아났다' 는 말이 전한다
그만큼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인 쑥,
지하세계에서는 뿌리넝쿨이 짜고 있는 그물망으로,
지상에서는 쑥나무라 일컬을 정도로 그 무성한 생존력으로
쑥이 점령하여 무성해지면, 다른 식물들은 기를 못편다.
쑥은 어느 땅에서건 무성히 잘 자란다.
‘쑥대밭 됐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
쑥이 점령한 땅은 쑥을 뺀 다른 작물에게는 폐허나 마찬가지다
쑥캐는 처녀?
이른봄, 싹이 올라오고난 직후의 한 순간의 낭만(?) 일 뿐이다
텃밭에 주변에 자라는 쑥을 제거한다고 온 여름을 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쑥과의 전쟁, 정말 징글징글하다
<쑥대밭>
칡은
뿌리가 음용으로 쓰이고,줄기는 밧줄대용으로 쓰일 정도로 질기다
칡의 줄기에서 뽑아 낸 섬유로 질 좋은 옷감을 짤 수 있다.
지금은 거의 시원한 여름 옷감을 짜고 있지만 옛날에는 겨울에도 칡베옷(葛布衣)을 입었다.
고려말 이 땅에 목화가 들어오기 전에는 삼의 껍질로 짠 삼베와 갈포(葛布)가 있었지만 삼은 외래 도입식물이고.
순수 자생종인 갈포만이 수천 년 동안 우리 겨레의 옷이 되었다 한다.
칡은 재배하지 않아도 산지의 어디서나 쉽게 채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질긴 칡넝쿨이 지상세계에 거미줄 처럼 사방팔방으로 벋어나간다
특히 나무 줄기를 욺켜지고 하늘로 치솟으며 나무 성장을 저해하거나 고사시키기도 한다.
그러니 주변 초목이 온전히 자라지 못하는 것이다.
'당장 칡을 제거하지 않으면 지리산 국립공원의 넓은 숲은
머지않아 칡으로 뒤덮이고 말 것'이라고 최근 신문지상에 기사화된 적이 있다
북아메리카도 칡의 폐해가 심상찮다고 한다
50년대에, 줄기를 목표로 하기 위해 중국에서 가져간 칡이,
이제는 그 폐해때문에 골머리를 썪이고 있다한다.
여러해전부터, 앨라바마 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중국의 칡이 높이 30m나 되는 낙엽 활엽수를 뒤덮어 나무를 죽이고.
또 전신주를 타고 올라 정전 사고를 일으키고 통신 장애를 가져오기도 한다.
도로변에 무성하게 뻗어 나가는 칡을 제거하기 위해 칡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한다
<칡줄기로 덮힌 산림>
지리산 산림을 살리기 위해 칡을 제거해야한다는 방송이 엇그제 일 같은데,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텃밭주변, 빈공터에 띄음띄음 칡잎들이 보이기에 그려려니 했더니 작년부터 칡넝클이 그물을 치듯 덮어버렸다
내가 지난 여름 입원한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봄이면, 이놈들 제거에 몇일을 보내야 한다.
여름이 되면, 그 끈질긴 기세에 제거할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칡은 참 무서븐 식물이다.
마초중의 마초, 대마왕초 자격이 충분하다
환삼덩쿨이라는 녀석
외래종(귀화종)으로, 줄기와 잎자루에 아래를 향한 가시가 달려 있어 만지면 꺼끌꺼끌하다.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고, 잔가시가 많아서 사람들의 피부를 상하게 하고
꽃가루는 물론이고 타감물질을 많이 날려서 다른 농작물이나 식물들의 생장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요놈은, 흑초(黑草), 내매초(來莓草), 율초로 불리기도 한다는 데,
환경교란 식물에 대표적인 대단한 마초이다
이파리가 단풍입처럼 생기고 덩쿨 식물이기 때문에
이녀석이 成草가 되면 칡처럼 인근의 풀들을 마구잡이로 타고 넘기 때문에
풀의 성장이 드뎌질 뿐만아니라, 무더기로 달라붙어 엉키면
어린 나무나 풀들은 고사할 수 밖에 없다
번식력이 워낙 강해서 아무데나 잘 자라고
살갖에 닿으면 긁어 상처내고, 스치기만 하여도
알레르기 증세처럼 근지럽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도 힘들다.
잠깐 방심하면,엄청 너무 많이 번진다
이녀석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잡초인줄 알았더니
가을에 익는 열매는 건위제로, 식물 전체는 이뇨제로 쓴다한다
올 봄은 텃밭과 화단, 집주변에서 성초가 되기전에
이놈을 박멸하기 위해 틈만나면 제초작업을 해왔다.
쑥이든, 칡이든, 성초가 되면, 뿌리를 깊게 내려 뽑기 힘들어 진다.
6월이 오기전에 뿌리째, 뽑이야 된다
특히, 이놈의 마초는 성초가 되면, 갈퀴가 생겨, 살갗을 긁히 때문에, 더욱 제거가 힘들어진다.
더구나 대충 줄기를 잘라서는 오히려 뿌리들 튼튼히 하여 순식간에 다시 자란다
하나하나 찾아가며, 몇날 며칠을 두고 뿌리째 봅아버려야 한다
초전박살!
풀과의 전쟁은 초전에 박살하는 것이 그나마 일 손을 더는 것이다.
5월이 들어서서 마초제거가 주된 일상이 되었다.
풀이라는 넘은 뿌리째 제거한다고 다 제거되는 것이 아니다
제거된 듯 하지만, 돌아서면 또 싹이 트고 자란다.
땅속에 대기하고 있던 대기초가 마치 바톤을 이어 받듯 나온다.
매년 봄,여름,가을은 이런 풀과의 전쟁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국가에 세금내듯이 '자연을 이용하니 자연에 내는 세금' 인 셈이다
자연이 거두는 세금접수처는 주변 텃밭에 있다.
세금을 열심히 내면, 텃밭에서 보상을 캘 수 있는 것이다
악마의 풀, 마초(魔草)!
하지만, 그보다 더한, 진정한 마초가 있다
빨강, 하양, 노랑, 파랑, 연분홍....
아름다운 마술을 보듯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며 사람을 유혹하는 야생화,
이 녀석들은 사람의 정신을 홀리게 하여 여기에 빠지면 헤어나질 못한다.
화중왕이라 불리는 장미나, 모란꽃
고귀한 여인의 몿처럼, 희고 오래피는 풀럭스
난초의 일종으로, 늦게 피어 오랫동안 고고한 자세를 뽑내는 자란
푸른 잎새사이로 오랫동안 부처의 머리처럼 빛나는 하얀색의 불두화
지면에 깔리는 패랭이, 꽃잔디,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노란 꽃이 피고지는 금계국,
꽃잔디처럼 지면에 깔리는 송엽국
늦봄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낮으막한 키에 온갖 색깔의 꽃들이 앙징스럽게 피고지는 채송화
이녀석은 꽃의 수명은 짧지만 다른 꽃이 연이어 계속 피므로
오랫동안 꽃을 보고 즐길 수 있고, 번식력도 좋아
한 번 심으면 씨가 많이 떨어져 해마다 자란다
우리 할매가 제일 좋아하는 야생화중 하나이다
바늘꽃은 채송화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오랫동안 귀여운 꽃을 피워주고
줄기와 꽃이 가늘지만, 풍성한 자태로 서리가 내릴 때까지 화단을 장식한다.
몇포기 심은 것이 어느새 꽃의 덤불을 이루더니,
겨울에 스러졌다, 늦은 봄이 되어서 순이 돋는다
일찍 꽃을 피우는 화초는 꽃이든 잎이든 일찍 시든다.
고고한 자태를 뽑내는 백합이나 작약꽃은 일찍 낙화한다
한번 피고지면 그만이다,
반면에, 하나 하나의 자태로는 떨어져도
무리를 이루는 채송화나 바늘꽃등은 여름이 되어 늦게 피지만,
서리가 내릴 때까지 두고두고 피고진다
자란은 번식을 별로 하지 않고
고고한 자태로 꽃을 피우고는 꽤 오래 꽃의 자태를 유지한다
'목이긴 여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풀럭스도
번식력은 약하지만,오랫동안 꽃의 자태를 유지한다.
'아이들 보러가자'
우리 노부부는 매일 자고 일어나면 이 소리가 第一聲이 된지 오래 되었다.
'아이쿠 허리야, 오늘은 고만해야지' 하면서도 화단으로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다
화단가꾸기에 종일을 소모한다
야생화의 모습은 하나같이 정말 앙징스럽다, 향기도 은근하다.
마치 앙징스럽고 깜직한 손주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래서 야생화들을 '아이들'이라 부르며손주들 만나듯이 반가워하고 즐거워 하는 것이다
화려한 모습과 색깔에 취하고, 향기에 취하며
매일매일 변해가는 야생화의 마력에서 헤어날 줄 모르니
야생화야말로 '진정한 마초'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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