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40대 후반에 낳은 늦둥이, 그동안 앞서의 글에서 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아빠랑 떨어져서, 부산에 지누나랑 이사가서, 살고 있는 데, 작년 중학 2학년 7월말 방학시, 정원이 35명인 반에서도 성적이 최하위였다, 그래서, 이 여름 방학을 어찌 보내도록 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무슨 방법이 없나? 고민하다가 구서동 집 부근, 수학 학원에 일인 과외선생을 물색하여, 신신당부를 했다.
"우리애 수준이 여차저차 한 것 같으니, 성적 안올라도 좋다. 우리 애 1시간30분 책상에 앉아 수학책을 넘기는 습관만이라도 기르면 된다. 1학년 수학부터 차근차근 기초를 이해시켜 주세요. 절대 다른 애들과 경쟁시키지 말고, 반복 숙달시키지 말고, 감당 못할 숙제내어 주지 마세요."
녀석은 지엄마 잃은 이후 4년여, 어영부영하다 진도에 처지고, 챙겨주는 이 없고. 이전에 무턱대고 집어넣은 학원그룹에서는 진도는 나가면서 숙제는 밀리고...
이에 대한 누적된 스트레스, 트라우마를 알기 때문이다. 선생과 학원 1대1식 즉 개인교습식 학원교육에 보낸다고, 당장 공부에 대한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고, 항상 가슴속에 아들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 안스러움으로, 애를 태워왔다.
거주지가 틀리니, 내가 부산으로 가던, 애들이 올라오던, 주말이면, 거의 격주로 만나 보는 데... 가을에 들어 두어번, 학교 담임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것도 한참 업무중인 10시부근에...
"빈이가 무단으로 학교에 안나왔습니다, 요새 자주 그래요. 반에 2명이 말썽을 부리네요"
담당 반에 이른 바 꼴통이 2명이 있는 데, 그중 한명이 우리 아들이라는 것이다. 아직 학원공부가 적응될 때도 아니다. 그 정도로 적응이 가벼운 수준도 아니고...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당장 어째볼 수가 없다. 그걸 알면서도 선생님은 내한테 전하는 것이다. 덩치나 작나, 선생님도 그만큼 골치가 아프다는 이야기다. 그런 사정을 알기에, 무조건 '알아서 훈육해주세요' 하고 미룰 수도 없다. 서울서 당장 할 수 있는 게, 녀석에게 전화를 해보는 것이지만, 전화를 한들, 녀석에게 옛날처럼 불같은 화를 낼 수도 없다.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전화도 받지 않는다.
어쩌다 연결이 되다보면, 나름대로 변명이 있다. 이런 짓거리가 몇번이 되던 녀석을 기다리고 언젠가 사춘기가 끝나고 철이 들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타이르고 믿어주는 수 밖에 뽀죡한 수가 없는 것 같다.
딸애 역시 동생뒷바라지 4년여에 완전 다운 직전이다. 그러니, 딸애앞에서도 무너저내리는 억하심정을 꺼집어 낼 수 없다. 내가 힘든 것은 이럴수록 내색을 못한다. 혼자 고스란히 모든 상황을 감수하고 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나아가서는 이 녀석들을 지탱해주어야 한다. 물질적, 정신적, 모든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아들의 고민은 대충안다. 특히, 수학, 영어는 이른바 통상의 학원진도는 따라갈 엄두를 못내고, 심지어, 학교진도마저 뒤쳐져 있으니,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다른 친구들은 진도가 나가는 데, 머리에 안들어 오니, 아마 괴로웠을 게다. 집에 와서 복습이나 예습을 하자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고, 물어보고 상담할 상대도 없다. 그러니 성적이 나쁜 것은 그렇다치고, 수업시간 앉아 있는 것도 여간 고통이 아니였을 것이다. 그러니, 늦잠자고 지각하고, 드물게는 결석도 하고...
담임선생님의 전언이 그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참 스트레스 받던 지난해 가을 우리 꼬맹이>
그러니, 다른 과목까지 어쩌는지 처다보고, 관심을 가져 볼 엄두나지 않는다. 경험상, 다른 과목은, 짧은 기간에, 이른바 벼락치기로 외우거나 문제풀이 등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학은 틀린다. 차근차근 원리부터 이해를 쌓아 나가야 한다. 그러니 수학은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 과목이다. 뒤에 수학하고 거리가 먼 분야로 가더라도, 수학적 사고는 어떤 분야에 가더라도 논리적 추론의 기본이 될 터이다. 내가 그리 생각하고 있는 수학에서 꼴등 수준이라니...
그러구러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고 방학이 시작되었다. 어영부영 부산으로 온지 1년, 학원다닌지 반년을 넘겨 가는 데, 다행히, 요즈음, 녀석에게 철든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겨울방학들어 성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침 사춘기의 변곡점에 이르렀는 데, 방학이라 마음대로 자고 먹고, 놀고 하다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외가나 사촌등도 만나면서 줏어들은 이야기가 이제사 귀에 들리는 모양이다.
며칠전, 학원 수학선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버님, 빈이 2학년 과정까지 끝내고, 공부자세도 점점 진지해져요"
그러니 '계속 1인 과외 시켜라' 그 말씀이다. 진정으로 달라지는 것일까? 최근 행동이 사춘기의 절정에 있던 지난 여름에 비해, 눈에 띄게 안정감은 찾아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지난 겨울방학 중간에, 나는 '서울로 다시 올라와라', 꼬맹이는 '부산에서 중3을 다니게 해달라' 실랭이를 쳤다.
'초등학교 4학년때 서울로 이사와서, 중학1학년 때까지, 정말 지옥보다 더한 생활을 했다. 애들은 왕따시키고, 학용품도 훔쳐가고, 따돌리고...이제 부산와서 2학년 2학기가 되어, 겨우 친구들이랑 친하게 되고, 학교 다닐만한 데, 또 그 지옥보다 더한 서울로 가자 하느냐?, 아빠는 내입장을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부산에서 중3을 다니게 해달라'
고 2시간여를 눈물로 읍소(?) 하는 바람에, '아빠는 내 입장을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는 호소에, 속으로 두손을 든 것이다. 그래, 어쩌는 수 없이 모든 것을 희생하드라도, 녀석의 소원을 들어주자 한 이후로, 그때문인지, 다행히 녀석의 행동이 그 시점이후로 바뀌는 것이 눈에 띄는 것이다. '아빠가 지를 잊어먹고 내팽개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아무리 내가 공부를 개판처도, 끔찍히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 통한 것이 아닌가 나름대로 짐작한다.
그래, 며칠전 부산 내려갔다, 다시 올라올 차시간이 다 되어, 녀석을 불렀다? 우선 칭찬부터 시작했다
"야, 너거 수학 학원선생님한테서 전화왔더라. 니 2학년 과정 다 끝냈다면서? 수학이라면 꼴등이더니 노력많이 했네 우리 아들 대단하다"
"그라고, 다른 과목은 니 많이 알잖아 인터넷 뒤지면서 스스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 과학을 좀 더 신경써라"
"영어도 그렇게 좀 해야 할낀데..."
그랬더니 녀석이 때뜸 받는다.
"수학 선생님은 뭐라하던데?"
"니 많이 실력늘었다하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조금은 과장해서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그랫더니,
"나, 수학은 2학년 과정, 방학전에 끝냈다. 그리고, 나, 대학은 미국으로 갈끼다. 그래서,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인터넷강의 3개 신청해서 듣고 있다... 누나한테 물어봐라 "
"그라고, 다른 과목은 솔직히 내가 좀 아는 게 많아서, 정작 시험치면 헷갈려서 틀린다"
꼴등비스무리하던 우리 꼬맹이, 이제야 철이 조금 드는 모양이다. 영어, 수학은 공부안해서, 다른 과목은 아는 게 많아서 오히러 성적이 나빳다는 것을 은근히 내비친다. 허풍인지? 변명인지? 사실인지? 공부하면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내비치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감이 조금씩 붙기는 붙는 모양이다.
녀석은 올 겨울방학 시작시 키가 178cm였다. 지금은 1~2cm 더 컸을 것이다. 그와중에 키는 우째 그리 잘 크는지, 격려도 하지만, 궁금하기도 하다. 이제는 크지 않아도 그럴듯한 덩치가 된다.
"이제 너는 더 않크도 되겠다. 크더라도 185cm는 넘지 말아야 할 것인데..."
"누나가 그러는 데, 나가 공부를 안하고, 노상 놀고 먹고, 자고만 해서 그럴거라던 데?"
"그럴지도 모르지, 대신에 이제 공부시작하면, 니 머리는 싱싱해서 잘 할기다."
<며칠전 꼬맹이, 중학교 2학년 키가
올겨울 방학 시작시178cm였다>
녀석이, 점점 밝하지고 아빠랑 대화도 주저없이 잘한다. 주말에 부산에 있는 애들 만나러 갔다가, 앞서의 공부 결심을 듣게 될 줄이야!. 지난 일들이야 우찌되었던 앞으로 우짜겠다는 그 결심, 얼마나 오래갈 지 모르지만, 일단, 스스로 공부할 의지(?)를 처음으로 불태우네. (클났네. 나는 은퇴 준비하는 데, 욜마 미국까지 좇아가며 뒤바라지 할라쿠모)
그나저나, 얼마나 기특한가? 작년 7~9월 사춘기가 절정이라, 신경정신과에 다닐 때
'속에서 울분이 용광로처럼 끓고있다. 분노, 슬픔, 외로움이 뒤범벅이 되어 시간만이 해결이겠다'
는 상담의사의 소견듣고, 얼마나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살얼음판을 걷듯 녀석을 대해 왔는 데, 어느 듯 천지개벽수준으로 변화를 보인다. 단 6개월만이다. 지 주제에 황당하다만, 유학까지 생각하는 놈, 어떤 동기가 되던, 그 일이 성사가 되던, 아니면, 뒤에 엉뚱한 길로 가던, 일단 공부에 정을 붙이는 동기부여가 기특하여,
"빈이, 내일 모레 이사가면, 아빠가 DESK TOP PC 제일 좋은 것 사주께"
녀석이 "진짜" 하며 입이 벌어진다. 그동안 서울집 PC를 쓰다 부산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지 누나 노트북 PC 아니면 스마트 폰으로 이용하다, 최고급 PC라니...
"니 방에 PC넣어주면 문잠궈 놓고 게임만 하는 거 아이가? 그라면 안되고, 하더라도 하루 공부끝내고 해야 한다"
"나 게임 안한다 "
"니 서울오면 노상 게임만 하데?"
"그건 게임을 설치 해놔서 그런 것이고 새 PC 사주면 게임설치 안할끼다"
공부용으로만 사용하겠다. 그 말이다. (근데, 그게 지켜질 리 있나. 또 속아주지 뭐) 어제 일요일 저녁 서울로 다시 올라 올려고, 출발전 티비 앞에 서서, 부자간 대화를 잠시 나누는 데, 마침 티비에 나오는 정치판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이를 듣고 보던 꼬맹이, 한국에서는 정치가 저러니 미성년자인 나도 답답해서 못살겠다고 한소리 한다. 그때, 녀석의 입에서, 생각지도 않은 의외의 발언이 튀어 나온다.
"내가 영어 공부하는 것은 유학가서 미국에서 살라고 그러는 것이다. 나 미국이민 갈끼다. 나는 과학기술의 대국인 미국에서 살아야겠다"
"한국은 정치가 내같은 미성년자가 봐도 너무 답답하다"
그래서 이민가겠다? 발상의 비약이 유치하고 어린애 닯다 해야할 지, 엉뚱하다해야할 지, 자유롭다 해야할 지?
"ㅋ, 누나 시집가고, 아빠 나이들면 우짜낀데?"
"아빠는 LA로 데려갈 께"
미리, 선심쓰듯 선선히 대꾸한다. 아마 그동안, 나름대로 미국 이민가서 LA에 살 상상, 공상그림을 그려본 것 같다. 몇년전 6학년말인가에 "미국서부지역탐방여행"프로그램에 보냈더니, CALTEC, NASA 등을 돌아본 그때 인상이 강렬했었나 보다(언제 서토거사한테, 이녀석의 환상을 깨주기 위해, 이민생활의 어려움등 실감나게 들려주는 기회를 맹글어야 겠다)
<2년전 출국(위)때 모습>
< 여행순방지 하나 칼텍, 미국유학꿈을 꾸게한 곳>
<2년전 입국때 모습>
그나마, 기특하다 해야할 지, '아빠 알아서 해라' 하고 내팽계친다는 소리는 하지 않고, 그래도 데려간단다.
"그라모 지금 짓고 있는 경주집은 우짜고..."
녀석의 말이 단순 명료(?)하다.
"버려 버리지 뭐"
폐가가 되던말던 버려두고 가지는 소리다. 아빠가 무슨 생각으로, 이 고생을 하면서 경주에 집을 짓고 있는지 알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지만, 이 대목에서 녀석이 아직 철이 덜 들었슴이 뽀록이 난다.
어쨌거나 세월이 약이다. 조금씩, 어느 듯 공부에 열중하고자 동기를 스스로 만들정도로, 철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니, 제대로 철들 때가 언젠가는 있겠지 그것을 위안으로 삼자.
녀석의 결심이 얼마나 지속될 지, 녀석이 철들면서 얼마나 지금의 꿈이 바뀌게 될 지, 흥미룹게 지켜봐야겠다.
담임선생님의 전언이 그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참 스트레스 받던 지난해 가을 우리 꼬맹이>
그러니, 다른 과목까지 어쩌는지 처다보고, 관심을 가져 볼 엄두나지 않는다. 경험상, 다른 과목은, 짧은 기간에, 이른바 벼락치기로 외우거나 문제풀이 등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학은 틀린다. 차근차근 원리부터 이해를 쌓아 나가야 한다. 그러니 수학은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 과목이다. 뒤에 수학하고 거리가 먼 분야로 가더라도, 수학적 사고는 어떤 분야에 가더라도 논리적 추론의 기본이 될 터이다. 내가 그리 생각하고 있는 수학에서 꼴등 수준이라니...
그러구러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고 방학이 시작되었다. 어영부영 부산으로 온지 1년, 학원다닌지 반년을 넘겨 가는 데, 다행히, 요즈음, 녀석에게 철든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겨울방학들어 성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마침 사춘기의 변곡점에 이르렀는 데, 방학이라 마음대로 자고 먹고, 놀고 하다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외가나 사촌등도 만나면서 줏어들은 이야기가 이제사 귀에 들리는 모양이다.
며칠전, 학원 수학선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버님, 빈이 2학년 과정까지 끝내고, 공부자세도 점점 진지해져요"
그러니 '계속 1인 과외 시켜라' 그 말씀이다. 진정으로 달라지는 것일까? 최근 행동이 사춘기의 절정에 있던 지난 여름에 비해, 눈에 띄게 안정감은 찾아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지난 겨울방학 중간에, 나는 '서울로 다시 올라와라', 꼬맹이는 '부산에서 중3을 다니게 해달라' 실랭이를 쳤다.
'초등학교 4학년때 서울로 이사와서, 중학1학년 때까지, 정말 지옥보다 더한 생활을 했다. 애들은 왕따시키고, 학용품도 훔쳐가고, 따돌리고...이제 부산와서 2학년 2학기가 되어, 겨우 친구들이랑 친하게 되고, 학교 다닐만한 데, 또 그 지옥보다 더한 서울로 가자 하느냐?, 아빠는 내입장을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부산에서 중3을 다니게 해달라'
고 2시간여를 눈물로 읍소(?) 하는 바람에, '아빠는 내 입장을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는 호소에, 속으로 두손을 든 것이다. 그래, 어쩌는 수 없이 모든 것을 희생하드라도, 녀석의 소원을 들어주자 한 이후로, 그때문인지, 다행히 녀석의 행동이 그 시점이후로 바뀌는 것이 눈에 띄는 것이다. '아빠가 지를 잊어먹고 내팽개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아무리 내가 공부를 개판처도, 끔찍히 생각하고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 통한 것이 아닌가 나름대로 짐작한다.
그래, 며칠전 부산 내려갔다, 다시 올라올 차시간이 다 되어, 녀석을 불렀다? 우선 칭찬부터 시작했다
"야, 너거 수학 학원선생님한테서 전화왔더라. 니 2학년 과정 다 끝냈다면서? 수학이라면 꼴등이더니 노력많이 했네 우리 아들 대단하다"
"그라고, 다른 과목은 니 많이 알잖아 인터넷 뒤지면서 스스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다. 과학을 좀 더 신경써라"
"영어도 그렇게 좀 해야 할낀데..."
그랬더니 녀석이 때뜸 받는다.
"수학 선생님은 뭐라하던데?"
"니 많이 실력늘었다하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조금은 과장해서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그랫더니,
"나, 수학은 2학년 과정, 방학전에 끝냈다. 그리고, 나, 대학은 미국으로 갈끼다. 그래서,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인터넷강의 3개 신청해서 듣고 있다... 누나한테 물어봐라 "
"그라고, 다른 과목은 솔직히 내가 좀 아는 게 많아서, 정작 시험치면 헷갈려서 틀린다"
꼴등비스무리하던 우리 꼬맹이, 이제야 철이 조금 드는 모양이다. 영어, 수학은 공부안해서, 다른 과목은 아는 게 많아서 오히러 성적이 나빳다는 것을 은근히 내비친다. 허풍인지? 변명인지? 사실인지? 공부하면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내비치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감이 조금씩 붙기는 붙는 모양이다.
녀석은 올 겨울방학 시작시 키가 178cm였다. 지금은 1~2cm 더 컸을 것이다. 그와중에 키는 우째 그리 잘 크는지, 격려도 하지만, 궁금하기도 하다. 이제는 크지 않아도 그럴듯한 덩치가 된다.
"이제 너는 더 않크도 되겠다. 크더라도 185cm는 넘지 말아야 할 것인데..."
"누나가 그러는 데, 나가 공부를 안하고, 노상 놀고 먹고, 자고만 해서 그럴거라던 데?"
"그럴지도 모르지, 대신에 이제 공부시작하면, 니 머리는 싱싱해서 잘 할기다."
<며칠전 꼬맹이, 중학교 2학년 키가
올겨울 방학 시작시178cm였다>
녀석이, 점점 밝하지고 아빠랑 대화도 주저없이 잘한다. 주말에 부산에 있는 애들 만나러 갔다가, 앞서의 공부 결심을 듣게 될 줄이야!. 지난 일들이야 우찌되었던 앞으로 우짜겠다는 그 결심, 얼마나 오래갈 지 모르지만, 일단, 스스로 공부할 의지(?)를 처음으로 불태우네. (클났네. 나는 은퇴 준비하는 데, 욜마 미국까지 좇아가며 뒤바라지 할라쿠모)
그나저나, 얼마나 기특한가? 작년 7~9월 사춘기가 절정이라, 신경정신과에 다닐 때
'속에서 울분이 용광로처럼 끓고있다. 분노, 슬픔, 외로움이 뒤범벅이 되어 시간만이 해결이겠다'
는 상담의사의 소견듣고, 얼마나 애처롭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살얼음판을 걷듯 녀석을 대해 왔는 데, 어느 듯 천지개벽수준으로 변화를 보인다. 단 6개월만이다. 지 주제에 황당하다만, 유학까지 생각하는 놈, 어떤 동기가 되던, 그 일이 성사가 되던, 아니면, 뒤에 엉뚱한 길로 가던, 일단 공부에 정을 붙이는 동기부여가 기특하여,
"빈이, 내일 모레 이사가면, 아빠가 DESK TOP PC 제일 좋은 것 사주께"
녀석이 "진짜" 하며 입이 벌어진다. 그동안 서울집 PC를 쓰다 부산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지 누나 노트북 PC 아니면 스마트 폰으로 이용하다, 최고급 PC라니...
"니 방에 PC넣어주면 문잠궈 놓고 게임만 하는 거 아이가? 그라면 안되고, 하더라도 하루 공부끝내고 해야 한다"
"나 게임 안한다 "
"니 서울오면 노상 게임만 하데?"
"그건 게임을 설치 해놔서 그런 것이고 새 PC 사주면 게임설치 안할끼다"
공부용으로만 사용하겠다. 그 말이다. (근데, 그게 지켜질 리 있나. 또 속아주지 뭐) 어제 일요일 저녁 서울로 다시 올라 올려고, 출발전 티비 앞에 서서, 부자간 대화를 잠시 나누는 데, 마침 티비에 나오는 정치판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이를 듣고 보던 꼬맹이, 한국에서는 정치가 저러니 미성년자인 나도 답답해서 못살겠다고 한소리 한다. 그때, 녀석의 입에서, 생각지도 않은 의외의 발언이 튀어 나온다.
"내가 영어 공부하는 것은 유학가서 미국에서 살라고 그러는 것이다. 나 미국이민 갈끼다. 나는 과학기술의 대국인 미국에서 살아야겠다"
"한국은 정치가 내같은 미성년자가 봐도 너무 답답하다"
그래서 이민가겠다? 발상의 비약이 유치하고 어린애 닯다 해야할 지, 엉뚱하다해야할 지, 자유롭다 해야할 지?
"ㅋ, 누나 시집가고, 아빠 나이들면 우짜낀데?"
"아빠는 LA로 데려갈 께"
미리, 선심쓰듯 선선히 대꾸한다. 아마 그동안, 나름대로 미국 이민가서 LA에 살 상상, 공상그림을 그려본 것 같다. 몇년전 6학년말인가에 "미국서부지역탐방여행"프로그램에 보냈더니, CALTEC, NASA 등을 돌아본 그때 인상이 강렬했었나 보다(언제 서토거사한테, 이녀석의 환상을 깨주기 위해, 이민생활의 어려움등 실감나게 들려주는 기회를 맹글어야 겠다)
<2년전 출국(위)때 모습>
< 여행순방지 하나 칼텍, 미국유학꿈을 꾸게한 곳>
<2년전 입국때 모습>
그나마, 기특하다 해야할 지, '아빠 알아서 해라' 하고 내팽계친다는 소리는 하지 않고, 그래도 데려간단다.
"그라모 지금 짓고 있는 경주집은 우짜고..."
녀석의 말이 단순 명료(?)하다.
"버려 버리지 뭐"
폐가가 되던말던 버려두고 가지는 소리다. 아빠가 무슨 생각으로, 이 고생을 하면서 경주에 집을 짓고 있는지 알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지만, 이 대목에서 녀석이 아직 철이 덜 들었슴이 뽀록이 난다.
어쨌거나 세월이 약이다. 조금씩, 어느 듯 공부에 열중하고자 동기를 스스로 만들정도로, 철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니, 제대로 철들 때가 언젠가는 있겠지 그것을 위안으로 삼자.
녀석의 결심이 얼마나 지속될 지, 녀석이 철들면서 얼마나 지금의 꿈이 바뀌게 될 지, 흥미롭게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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