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가 퀴즈하나 내께!"
녀석이 태권도하다가 엄지와 그 다음 발가락 사이가 찢어지고 인대가 파손되며, 뼈가 보일정도로 상처를 입어, 지난 목요일 입원을 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큰병으로 가서 수술하라는 바람에, 딴은 큰 일이다 싶어 부랴부랴 지 누나가 인턴으로 근무하는 병원으로 싣고 가서, 수술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입원 6일만에, 퇴원해서 집에 도착한 날 저녁, 서울서 전화를 하여 몇마디 주고받는 중에, 녀석이 느닷없이 퀴즈를 내겠다 한다.
"그래 내어 봐라" 하니,
"아침에는 세발로 걷고, 점심 때는 두발로 걷고, 저녁에는 세발로 걷는 짐승이 뭔지 아나?"
'아침에는 세발로 걷고....'하는 순간, 그것 눈치못챌 인간이 어딧노? 흠흠, 자석이 아프고 나더니, 총기가 줄었나 왠 그런 시시껄랑한 것을 퀴즈문제라고... 심중에 이런 느낌을 떠올리며,
"야, 인간아이가 인간"
"맞다,"
"흠흠, 그라모, 하나더 묻자, 그 퀴즈를 누가 냈는 데?"
"ㅎㅎㅎ (요녀석이 알라나? 퀴즈내는 것 보니께 알기는 아는 갑다. 요놈아!) 스핑크스 아이가, 이집트의 스핑크스"
"땡!, 틀렸다"
"???"
나도 참 우둔하기는, 뻔한 것을 뻔하다고 생각하고, 무의식(?)중에 대답해버렸더니, '땡'이란다 틀렸다 그말이제
"그럼 누군데" 역시 아무 생각없이 반문했더니,
"나!"
ㅋㅋ ㅋ 녀석에게 그냥 방심하고, 무심히 대답했다가 한방 먹는다.
녀석이 태권도장에서 다쳐서 입원하여야 한다고, 지 엄마 한테서 전화가 왔길래, 난, 대련정도하다가 빨가락이 부러졌나?,엄청 아팟겠네! 며칠 입원해야 한다하니, 녀석 소원대로 학교안다녀도 되고, 온갖, 어리광부릴 찬스를 맞이했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브스를 하고 누워서 평소 주일당 1시간이내만 보도록 허용한 TV, 종일 시청이다.
당연히, 만화영화만 틀어 놓고, 지켜보는 지 엄마.아빠 생각은 전혀 안한다. 토요일, 일요일 포함해서 며칠 낮.밤을 좁은 침대에서 간호랍시고 붙어 지냈는데, TV를 녀석이 독점하고나니, 얼마나 지겨운지.
다행이 수술이 잘되어 통원치료해도 좋다해서, 일주일만에 퇴원을 했는 데, 수술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기브스를 하고, 의사말에 의하면, 앞으로 몇주정도는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하는 모양이다. 당분간 태권도는 못나갈 것이고, 학교는 다녀야 할 터인데.....
학교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어느 날 담임선생님한테서 지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단다. 녀석이, 공부시간에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엉뚱한 책을 본다나? 삼국지, 고려왕조 오백년사, 로빈손크루스모험 흉내내기....등과 같은 책을 가방에 넣어가거나, 학교도서관에서 빌려, 공부시간에 선생님말씀은 안듣고, 그런 책들을 보다가 몇번 틀킨 모양이라. 선생님이 물론 혼을 내기는 내었겠지!. 아마도, 녀석은 쉬는 시간에, 독서삼매경(?)에 빠져, 수업이 시작된 줄도 모르고 선생님에게 들켰을 것이다.
그나이 또래면, 선생님이 비록 여선생님이라하드래도, 하늘처럼 우러러 보일 나이인데, 오죽 공부가 재미없고 머리에 안들어 왔으면, 어린 마음에 그런 만용(?)를 부렸을까? 답답하기도 하고, 녀석의 미래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한편으론, 마음한 구석에 안스러운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옛날같으면, 그정도 불성실하면, 아무리 저 학년이라하드라도, 손바닥이나, 종아리에 회초리로 불이 났을 터인데, 선생님인들, 그런 녀석을 말로만 콘트롤 할려하니,오죽 답답했을까? 오죽했으면, 집으로 이만큼저만큼 전화를 했을까? 녀석이 충분히 그러하리라 공감이 가는 것이, 아니, 그러지 않으면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니, 짐작이된다. 심히 걱정이다.
녀석이 간혹 가져오는 시험지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수학,영어(학원)에서 대부분 0점부터 40점이하 낙제점이 태반이니, 평소 수업태도가 불량하든지, 애시당초 공부를 같잖게 보고 신경쓰지 않는 태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없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국어나 사회도 썩 잘하느냐 하면 그것도 평균수준이하...
아니, 녀석의 평소 행동거지나 말쏨씨등으로 미뤄볼 때, 그정도로 심할 이유가 없는데, 빵점이라....
녀석이, 남들보다 월등한 천재급은 당연히 아니드라도, 남이 하는 것 만큼은 따라갈 머리인줄 알았더니, 빵점이 태반이라. 지엄마나, 내 허파가 안뒤집어 지면 그게 이상한 거지.
학원선생이나, 학교 선생이사, 성적이 그래도, ' 아직 철이 들 들어서...',학년이 올라가면 언젠가는 좋아지겠죠!" 하지만, 그게 남의 귀한 자식이자, 당신들의 제자(?)에 대해 빙빙 애둘러 조심스럽게 한다고 하는 평이라. 그런 소리듣고나면, 나야 흐흐흐 정도지만, 지엄마 속이 편할리 없지.
날마다, 예습해라, 복습해라, 녀석하고 실랭이 치는 것을 알고 있는 데, 3학년들어와서 내내 동안 진척이 거의 없다. 녀석의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기술과 나름대로의 논리와 변명(?)만 늘었을 뿐. 지엄마는 ,이제 거의 항복수준. 해서 지 엄마의 SOS가 심각한 수준임을 간파하고, 드디어, 내가 열이 받아 나섰다.
"어이 빈이, 너 오늘부터 (예습.복습 끝내기전엔) 년말까지 테레비금지, 컴퓨터하는 것 금지, 독서금지, 장남감 갖고 노는 금지다. 그리고 매일매일 학교, 학원 숙제검색하여, 최우선적으로 복습 다끝내고, 시간나면 예습을 할 것. 예습복습이 밀리지 않았으면, 자유시간. 테레비를 보던지,컴푸터를 하던지, 책을 보던지..."
그동안, 지엄마가 주말에 테레비 1시간, 컴퓨터 1시간만 허용해 줬더니, 그 한시간을 연장할려고 투쟁(?)에 신경쓰고, 그 시간 연장에 잔머리 굴리다 보니, 엄마하고 갈등(?) 만 생기고, 은근히, 반발심이 성적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해서, 내가, 테레비, 컴퓨터 갖고 노는 것을 파격적으로 허용하되, 대신에 반드시 학교 숙제, 학원숙제, 예습.복습을 끝내고 놀도록 전제를 두었다.
녀석이 기브스를 하고 어디나가 싸돌아 다니지도 못하고 집에서 죽칠 때, 이 원칙을 적용했더니, 그런대로 적응을 하는 낌새다. 미루고 무시하던 숙제도 스스로 챙기고, 문제도 신경쓰는 기색이 역역하다. 아직은 옛날 버릇으로 대충대충 계산하는 습성아 남이 있기는 하지만, 지엄마랑 실랭이 하는 강도나 횟수가 훨신 줄어들었다.
대신에, "아빠는 이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으로 녀석에게서 점수를 엄청 잃었다.
그런 소리 하든 말든, 녀석의 습관이, 우선 예습.복습위주로 바꿔가니, 여느 평범한 부모들 처럼, 나자신도 뭔가 안도하고 싶은 감정이 든다. 그런 행동이 얼마나 갈지, 어떤 또 잔머리를 개발하여, 엉뚱한 결과로 귀결될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연배의 남들은 다 큰 아들, 딸 시집, 장가 보낸다고 청첩장 돌리느라 바쁜데,
나는 아직 이 모양이니....
녀석이 이 서글픈 심정을 언제쯤 보샹해줄지? 보상이나 해줄란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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