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所有!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얼마전 돌아가신 법정스님이 절판하기를 유언하셨다는 당신의 저서,
그속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갖지 말라'고 가르침을 남겼다합니다.
언제인가,
김수환 추기경께서 그 책을 읽고, 평하기를,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은 갖고 싶다' 하였다는 데...
無所有 !
소유하지 말라,
버리고 또 버리라는 무소유!
하지만, 누구나,
태어나고, 자라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이
정신과 육체속에 의지대로, 혹은 어거지로 자리잡게 되지요
인간이 태어나서
경험하고 닦여지지 않으면
온전한 인간으로 자라겠습니까?
그러므로
인간이기에,
인간이 되기 위해서?
역사나, 과학, 물질, 예술과 사상등
인간이 개척하고, 쌓아온 지식체계뿐만 아니라,
환경, 자연, 우주와 교류하는 신체적, 정신적 감응마저도....
그러다보니,
때론, 필요에 의해서, 때론, 어거지로, 억지로
정신과 육체속에 집어 넣어지는 것들이 서로 뒤엉키고,
필연과 필요를 핑계로 또아리를 틀고
인간의 육체나 마음속에, 인간의 정신속에 눌러앉아,
이래라 저래라,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가 봅니다..
'배가 고프니 밥을 먹어주라,'
'편하고 넉넉하게 살라하니, 돈을 벌어라 '
'교양을 갖추어야 하니, 교육을 시켜달라'
'구구팔팔 오래 오래 살아야 하니, 열심히 운동을 하도록.'
....
인간이 태어나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소유의 필요를 낳게 되지만
그 소유의 필요에 지배당하는 인간, 인간의 육체, 인간의 정신,
禪師께서는 그것을 경계하고, 버리라 하십니다.
소유하지말고 버리라고..
애시당초 소유하지 말았으면, 소유할 것이 없었으면, 버릴 것도 없겠거늘
애써 소유한 것을 버리라 하십니다.
하지만,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소유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소유의 필요가
세월이 흘러, 이 만큼의 인간이 되고 보니,
이제는 오래된 창고구석에 싸여가는 불량품처럼, 불필요의 쓰레기가 되어
영혼.육체, 마음의 구석구석을 오염시키니,
지난 시절에 쌓여온, 이런 쓰레기를 버리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불필요의 원인행위,
소유의 필요를 넘어서서
쓰레기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과도한 욕심, 집착을 버리라 하는 것이겠지요?
소크라테스님이 일찌기 갈파했다지요?
'뛰어난 인간으로 있기는 어렵다'고
뛰어난 인간으로 되기 위한 여정이 고달파도,
이윽고 뛰어난 인간으로 우뚝선 순간,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그 말씀.
오늘날, 사회지도층, 내노라하는 정치가, 사업가들도
어렵싸리, 올라간 정상의 자리에서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사례들을 흔히 접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그 옛날 선각자(?)들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곤하였지요.
'너 자신을 알라'
'적게 먹고 적게 싸거라'
'空手來 空手去'
'무소유'
더구나,
부와 권력과 명성의 정상에 있던 분들이,
거기서 곤두박질칠 때, 그 수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기도 합니다.
버리라 하니, 목숨마저 버리다니?
일견, 무소유의 극단을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능력을 오버하는 과도한 소유와 집착의 불길,
욕망의 불길이 너무 거세어서
목숨마저 태워버리는 것이겠지요?
무소유라 하는 것은, 버리라 하는 것은,
온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소유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육체와 정신에 이미 깃든 것들속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피울 수 있는 필요만을 남기고,
냄새나고, 악취가 풍기는 불필요를
미리미리 가려내라 하시는 것이겠지요?
남은 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한편으로 불필요를 쌓고, 또 한편으론 버린다고 법석을 떨지말고,
아름다운 향기를 피울 수 있는 그런 필요만을 가려내고,
불필요를 잔뜩 가슴에 안고 가지말고, 버리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처음의 필요도, 필요한 마음도
세월이 흘러가서. 생이 점점 짧아지다보면,
먹다남은 찌꺼기처럼, 어느 새 불필요로 변할 될 터이니,
처음의 필요마저도, 미련없이 버리라 하십니다.
인간으로 온전하게 되기 위한 소유가,
그 소유의 필요와 집착이 얼마나 질기고 깊었으면,
평생을 통해, 버리라 하십니다.
애시당초 소유하지 말았으면, 버릴 것도 없겠거늘,
애써 인간으로 온전하게 되기 위해 소유한 것을
그것마저
버리라 하십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니
버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경지,
空의 세계?
그것은
'모든 것이 존재하여 채울 것이 없는 상태'와 무엇이 다르랴?
마침내,
모든 有.無의 구별이 없어지고,
소유와 무소유의 경계를 넘어서니,
모든 것이 존재하는 진정한 무소유의 경지,
無所有處!
그 경지 마저 버리라 하십니다.
이윽고,
存在와 非存在의 인식,
生死의 有別마저 사라지고,
인간으로 온
영혼과 육신마저 산화되어
天地속으로 버려지니
오직,
天地의 기운만이,
時空을 가늠할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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