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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호두과자 사건

by 靑野(청야) 2015. 11. 16.
      "니가 호두과자 감추었다며? 아빠 다 줏어 먹는다고..."

      딸아이와 아이들 새 엄마될 사람 첫대면자리에서서 내가 표를 깨는 소리를 했다.
      2015년 11월 14일 저녁, 범어사 입구 압구정 갈비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늘, 토요일 아침, 딸아이에게 부담 안줄려고,
      늦잠자는 녀석들 내버려 두고 나가서,
      고봉김밥 5줄을 사오고, 끓여논 된장국을 덥히고, 녀석들을 깨워, 아침을 했다.아점택이다.
      내가 한 줄, 딸이 한 줄, 꼬맹이 두 줄을 먹고, 한 줄이 남았다.

      저녁, 딸아이와, 내가 아이들 새 엄마될 사람으로 소개할 분과,
      첫만남을  앞에 소개한 식당에서 가진다 했으나
      녀석은 안간단다. 시험피해 이야기한다고 늦게 이야기했더니 
      나름 늦게 이야기한다고 일종의 몽니를 부리는 것이리라.
      이런 일 일수록, 강요할 수는 없는 일,
      100% 애들의 동의를 받아서 진행해야 뒷수습과 관계가 원만할 것임을 안다.

      해서, 점심은 대충, 빵으로 떼우고, 내가 약속장소를 가기 직전이다.
      딸아이는 시간맞춰 온다하고, 이미 아마도 저번주 나에게 소개시켜 준 남자친구 만나러 나갔다.
      날마다 나가서 늦게 오는 일이 잦아지더니, 딸아이쪽도 급한 모양이다.

      아들녀석, 같이 가자는 것을 끝까지

      "NO!, 나는 안간다. 누나랑 같이가라"

      해서, 그래도 녀석이

      '새 엄마가 생길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구나'

      하는 사실 정도에 만족하고, 딸애랑 둘이서만 나가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는 데,

      녀석이 안가겠다는 고집이 통한다고 느꼈던지, 이렇게 저녁을 떼우니
      나보고 가자는 말 하지마라고 못을 박는
      것인지, 아점으로 먹고 남은 김밥 한 줄을 과 김치통을 당겨 열어놓고 저녁으로 떼울라칸다.
      시위하는 것같다. 썰렁해도 한참 썰렁하다

      같이 가면, 실컷 소갈비를 먹을 낀데, 새엄마 될 분도 보고... (바보같은 놈) 짜증이 난다.

      "빈아, 김밥 더 사오께"

      김밥 한줄로, 저녁 한끼를 떼울라는 녀석, 괘씸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안스럽노!
      그래, 짐짓 김밥을 더 사러 갔다올 폼을 잡는 데,

      "괜찮다, 호도과자도 있다. 그거 먹으면 된다"

      "응?, 호도과자가 오데 있는 데?"

      요 얼마동안은 보통 간식용으로 사두던 호도과자가 코빼기도 안보였다,
      나도 사오지도 않고, 그런데, 갑자기 웬 호도과자? 싶어서 물었더니.

      녀석왈

      "어제, 누나가 사왔는 데, 아빠가 뭐던지 주섬주섬 잘 줏어먹는다고 누나가 감춰 두었다"

      "너거 누나가? 으~으~ 치사하다."
      "진짜가~~~?"

      무척 서운한 표정으로 되물을 수 밖에, 실제로도 사실이라면 너무 뜻밖이로고!!.

      그러자, 순진한 녀석이 때뜸, 실토한다,

      "사실은 내가 감추라 했다"

      내가 한번씩 올 때마다, 시원찮게 먹은 前食 때문에,
      허겁지겁 지놈들 간식을 동을 내니 자주, 지들끼리 주고 받는 소리들인 모양이다

      ...

      그래도, 그렇지, 철없는 녀석이 그런다고,
      낼 모레 시집갈 나이의 녀석이 지 동생 말 듣고, 행동으로 욺겨?
      속으로, 이래 가지고는 노년에 핍박이 말이 아니겠구나?
      순간 앞일이 암울(?)해지는 느낌이 밀려오는 것같다.

      딸래미야, 한번 간식꺼리를 잡으면 방부제등
      결코 노년의 건강에 우호적이지 않는 간식을 허겁지겁 쭁을 빼는 아빠의 속성을 꽤뚫고,
      아빠 건강생각에다, 혼자 먹게 내버려두면
      애들처럼 온 방구석에 부스러기를 흘리는 아빠의 간식 버릇걱정하여 그리 동조한 일일터

      하지만, 머리는 그리 이해하면서. 마음은 그순간 여간 놀랍고 서운한 일이 아니였다

      그래, 겉으로 부끄럼인지 겸손함인지 부산을 떠는 딸보다
      얼떨결에 철없는 녀석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고자질처럼, 
      나역시, 딸애 보고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저거 새엄마로 모실라꼬 소개하는 자리에서
      앞서 꼬마가 한 말을 그대로 내뱉어 버렸다.
      子傳父傳 꼴이 된 것이다

      ㅎㅎㅎ

      오늘 하루종일, 그 일로 집안에 논란(?)과, 웃음거리를 맹글었다.
      하지만, 왠지 저 마음 깊은 곳에, 섭섭함이 아련히 피어 오르다 사라지곤 한다.

      요즈음, 내 딸래미 남자 친구 만난다고 바쁘고,
      애들 새 엄마 될 분의 아들래미도 선본다고 바쁘고,
      나도 애들 새엄마 될 사람 만난다고 바쁘다.

      정신없이 바쁜속에서도 지금 어제 그 호두과자 사건이 자꾸 되새겨 진다.
      경험컨데 오래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같다.

      아마도, 내로서는 딸래미 아빠앞에서 한번씩 큰소릴 칠 때(?),
      이를 받아넘길 비장의 카드를 한장 확보한 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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