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포밍을 통해 엿보는 테슬라 전기차의 가능성
테라포밍(Terraforming) [terəfɔ:rmɪŋ]
1) 행성을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지구처럼 만드는 것 2) 행성 개조술
위는 '테라포밍'의 사전적 의미를 뜻합니다. 즉, 다시 말해서 테라포밍이란 구화(地球化), 행성 개조(行星改造)라고도 불리며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및 위성이나 기타 천체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꿔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말합니다.
지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행성의 환경을 의도적으로 변경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행성에 지구처럼 생물권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행성 중에서도 테라포밍의 유력한 후보로 간주되는 곳이 있으니 바로 화성입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화성의 기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상태이며 또, 테라포밍에 소요되는 긴 시간과 실용성, 테라포밍의 방법 등에 대한 논란도 많습니다.
새로운 사업이나 상품을 탄생시키는 추진 과정에서 기술 등 일부 면에서 분명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지만 소비자나 시장환경 등 그 외적인 요소가 해당 신사업이 '생존하거나 성장하기 어려운 상태'일 때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며 어떻게 이 사업을 진행시켜야 할까요? 이번에는 이 보고서를 통해 테라포밍의 개념을 테슬라의 신사업 추진에 적용해보고자 합니다.
전기차가 살 수 없는 행성
<엘론 머스크>
세계적인 혁신가인 엘론 머스크는 2003년 테슬라 모터스를 설립하며 말했습니다. "나에게는 세 가지 꿈이 있다. 인터넷,우주, 그리고 청정에너지산업 진출이다. 테슬라는 꿈을 향한 징검다리다"
그러나 테슬라 설립 당시 자동차 시장은(그가 꿈꾸는 우주에 빗대어 말하자면) '전기차가 살 수 없는 행성'이었습니다. 지구의 미래 에너지 전망, 환경변화를 생각할 때 전기차는 분명 매력 있는 사업 분야였고,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전기차의 개발과 양산에 성공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차는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고, 일반 휘발유 차량에 비해 유지비용도 적게 들며 엔진이 없기 때문에 오일을 교환할 필요가 없고 트랜스미션 교환도 5년 이후에나 하면 될 만큼 관리도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 등 풀어내야 할 기술 과제가 적지 않고 충전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이 약점으로 부각됐습니다. 이 때문에 상용성이 떨어지고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어 자동차의 주류로 떠오르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전기차의 대표주자로 꼽혔던 GM 볼트, 닛산 리프, 미쓰비시 아이미브 등이 예상보다 판매량이 떨어지며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1차적인 문제는 전기차 자체의 속력과 충전시간 등 실용성이 떨어졌고, 2차적으로 충전 인프라 미비 등 시장 환경 역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테슬라 이전의 전기차는 전기 저장용량이 작아 장거리 주행이 어려웠고, 배터리 기능도 약해 낮은 속력만 낼 수 있었으며, 높은 언덕을 오를 만큼의 가속력도 없었습니다. 지구에서 전기자동차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골프장 뿐이었습니다.
표1. 신사업추진 10단계로 본 전기자동차 사업의 타당성
충전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다면 최고시속 150킬로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과 긴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로 인한 불편함은 저렴한 충전비용과 미래와 환경을 생각하는 당위성으로 어느 정도 커버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구축 작업은 한 기업이 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작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가능성’
결국 GM을 비롯한 많은 대형 양산차 업체들조차 ‘전기차는 안 된다’ ‘전기차는 틀렸다’고 회의하게 되었고, 더 이상의 투자에 대해 망설이며 눈치만 보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슬라와 같은 작은 회사가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테슬라의 손에는 사용하기에도 어렵지만 포기해버릴 수도 없는 카드 한 장이 들려있었습니다. 바로 "작고 효율 높은 'PC용 배터리'를 연결해보자"는 한 직원의 엉뚱한 제안이 탄생시킨 '테슬라식 리튬이온 배터리'.
[직경 18㎜,길이 65㎜ 크기의 소형 리튬이온전지 6831개를 병렬 연결한 이 ‘테슬라식’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392㎞를 달렸고 이는 150㎞ 안팎인 기존 전기차의 두 배가 넘는 성능을 발휘하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충전시간도 7시간에서 45분으로 단축돼 기존 전기차 자체의 문제 대부분 해결해냈습니다.
누구도 가지지 못한 획기적인 기술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기술을 상품화시킬 수 있는 자금도, 이 기술을 자동차로 완성시켜낼 수 있는 기술력과 인프라도,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을 때 단숨에 세상의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인지도도 없었습니다.
표2.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신사업 가능성 분석
가장 큰 문제는 제품을 출시했을 때 이를 소비할 시장이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전기자동차가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대기업도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GM이 전기자동차를 상용화했다가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접은 것이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전기자동차는 충전소 등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 없이 제품의 우수성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다시 말해 한 기업의 자금력이나 능력만으로 성공시키기 어려운 사업 분야입니다.
위 표에서 볼 수 있듯 테슬라에게 전기자동차는 더 이상 추진해서는 안 될 사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포기할 수 없었고 마침내 '지구에서 전기자동차는 살 수 없다'는 기존의 결론을 '지구를 전기자동차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자'는 생각으로 전환했습니다.
Terraforming of Tesla
전술했듯 테라포밍(Terraforming)은 지구화(地球化), 행성 개조(行星改造)라고도 불리는데,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및 위성, 기타 천체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꾸어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말합니다. 테라포밍의 과정은 미생물을 투입해 생명체 생존조건을 만들고, 대기를 만들어 인간 생존가능환경을 만들고 신진대사가 가능한 에너지원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작업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시장에 도전장을 낸 이래의 행보는 전기자동차사업이 뿌리내릴 수 없는 시장환경을 자신들이 가진 기술, 네트워크 구축능력을 이용해 생존가능환경, 나아가 성장가능환경으로 바꾸는 과정이었습니다. 사실 설립 당시 테슬라가 가진 것이라고는 '배터리 기술' 하나뿐이었습니다. 테슬라에게는 인지도도, 기술을 제품으로 완성시켜낼 제조 및 양산능력도, 시장을 바꾸는 데 필요한 자금력도, 전기자동차 시장에 필수적인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낼 능력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을 테슬라는 다음과 같이 개조해왔습니다.
테라포밍 1단계
: 행성에 미생물을 들여 보내 생명체 생존 조건으로 만든다.
: 시장에 전에 없던 제품을 통해 최소한의 생존조건을 만든다.
<테슬라의 최고급 전기자동차 스포츠카 '로드스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자동차 업체들이 움츠러들었던 2008년, 테슬라는 최고급 2인승 전기자동차 스포츠카인 ‘로드스터’의 생산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중의 최고가 아닌 모든 차 중의 최초, 즉 가솔린·디젤 엔진 못지 않은 성능을 발휘하는 전기차를 내세웠습니다. 소위 ‘전기차의 포르셰’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엘론 머스크는 전기차를 친환경 차라는 콘셉트로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테슬라가 자신들의 첫 작품으로 최고급 스포츠카를 선택한 것은 원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웃돈을 지급할 의향이 있는 고객들이 있는 고급차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저렴한 양산 전기차로 시장을 넓혀나가겠다는 의도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원가경쟁력이나 경험부족에서 오는 낮은 생산성도 프리미엄제품을 선택한 원인이기는 했습니다.
원래 전기차는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출발했습니다. 전기차는 분명 기름값이 적게 든다는 이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배터리 가격을 대폭 낮추는 데 실패하면서 기름값이 적게 든다는 장점을 부각하기도 전에 ‘가격이 높은 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얻었습니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정의를 바꿔버림으로써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전기모터의 강점을 부각시키며 전기차를 고유가 시대에 적합한 차에서 그냥 성능 좋은 차로 재정의한 것.
머스크는 "싸게 만들기 어렵다면 우선 브랜드 인지도부터 쌓자"며 앞장섰습니다. 머스크가 직접 발품을 팔며 연예인들을 찾아 다녔고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여서 '소장 가치'가 높다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였습니다.
로드스터는 “제로백”(Zero-to-Sixty, 순간 가속력의 단위) 3.7초, 최고속력 320㎞/h, 한 번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었고, 가격은 10만 9000달러에 이르렀습니다. 로드스터는 수퍼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페라리와 견줘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특별한 마케팅이나 홍보 없이도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생겼습니다. 주행거리(100㎞ 안팎)의 한계를 탓하며 좀더 값싼 ‘도심형 세컨드카’ 콘셉트의 소형 전기차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과는 확실히 달랐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가능성을 증명해냈습니다.
결론적으로 로드스터를 통해 테슬라는 센세이셔널한 제품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고 최소한의 구매를 일으킴으로써 전기자동차가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고, 시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이는 미생물을 이용해 생물체 생존조건을 만드는 테라포밍의 첫 단계와 유사했습니다. 이제 테슬라는 생존 조건을 넘어 성장환경을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표3. 로드스터 개발 전과 후의 테슬라의 변화
이때 판매된 2,500대의 로드스터는 테슬러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실, 2,500대라는 판매실적을 대단한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머스크는 적은 투자비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얻었고, 생산 라인을 운영하는 노하우도 터득했으며 테라포밍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자금력도 확보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렇게 얻은 인지도와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투자금, 우수한 파트너를 똑똑하게 얻어냈다는 점입니다.
테슬라가 성공가능성이 불투명했던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자 테슬라에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었고 그들의 성공 기반인 기술을 공유하고자 하는 기업도 늘었습니다.
표4. 로드스터 출시 후, 모델S 출시 전까지 받은 투자
다임러 메르세데스벤츠는 2009년 5월 5000만달러를 주고 지분 10%를 인수했고, 도요타도
그 해 12월 5,000만 달러어치 주식을 매입했습니다. 특히 도요타는 당시 대규모 리콜 사태로 추락한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스타트업 벤처 기업 테슬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공장을 낮은 가격에 파는 것은
물론이고 50만 달러의 지원금을 보탰습니다. 테슬라는 2010년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사업에 더욱 탄력을 붙였습니다. 자본금과 생산시설을 확보한 머스크는 경제위기 속에서 자동차 생산 인프라를 저렴한 가격에 구축하며 효율적경영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테슬라는 로드스터의 성공으로 자금, 네트워크 등 이제 생존환경을 넘어선 성장환경을 마련해냈습니다.
테라포밍 2단계
: 식물을 이용하여 산소를 포함한 대기를 형성한다.
: 제품, 성과를 이용해 자금을 비롯한 성장환경을 만든다.
앞서 언급했듯, 로드스터의 2500대라는 판매실적은 대단한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엘론 머스크는 2012년 6월 로드스터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델 S’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돋보인 테슬라의 면모는 전통적인 투자결정 시각을 벗어난 투자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전통적인 투자 결정의 시각은 분자의 Cash Creation에 집중되어 있는데, Tesla는 Discount Rate를 낮추는 방법을 통해 투자의 결정을 했던 것입니다.
표5. 불확실한 시장에 대한 투자결정을 만들어낸 발상의 전환, 새로운 시각
이러한 결정을 통해 테슬라는 한 번의 배터리 충전(완전충전)으로 최대 502㎞까지 주행이 가능한 모델 S를 시장에 내놓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모델S는 지난해 미국 컨슈머리포트 품질평가에서 역대 자동차 최고점인 99점을 받았습니다. 10만 달러가 넘은 로드스터의 절반 가격으로, 로드스터보다 낮았지만 고객이 전기차에서 누릴 수 있는 만족도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모델S는 다른 전기차처럼 배터리 무게나 차체의 크기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7만1000달러(75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차 값에도 불구하고, 닛산 ‘리프’에 이어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 판매(2만 3800대) 순위 2위를 기록했습니다.
표5. 가솔린 차량과 테슬라 모델S의 성능 및 경제성 비교
다른 전기차와 달리 모델S는 빠르게 시장을 파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단일 모델로만 2만 2500대를 팔았으며 미국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 25곳 중 8곳에서 4만 달러 이상 고급차 중 판매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모델 S의 인기로 2010년 나스닥 상장 당시 19달러에 불과했던 테슬라의 주가는 2013년 5월 100달러 선을 넘어선 데 이어 300달러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무려 1000% 이상 폭등한 것입니다. 이는 시가총액기준 GM의 절반 수준으로 일반 대중이 전기차를 믿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표6. 전기차 판매 모델별 비중(2014 3월 기준) & 테슬라 주가변동 추이
테슬라는 모델S의 성공적 출시를 통해 전기자동차 생존가능성을 넘어서는 성장의 가능성을 증명해냈습니다. 전기자동차를 위한 테라포밍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자 그 동안 전기차시장 진출을 망설이던 BMW, 르노 등 대형 양산차 업체들도 새로운 전기차 출시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순수)전기차의 판매(9만 5000대)가 111.1%나 증가했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전기차가 본격적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표7. 주요 대형 양산차 업체의 전기차와 테슬라 모델S의 사양 비교
테라포밍 3단계
: 신진대사를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만든다.
: 전기자동차 시장의 유지와 성장을 위한 에너지원을 만든다.
테슬라는 향후에도 전기자동차가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유지,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에너지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판매 방식. 테슬라는 현재 세계 31개 직영 판매점과 온라인 매장을 통해 차를 팔고 있습니다. ‘가격 흥정’ 위주로 굴러가는 기존 시장에서 전기차를 제대로 알리고 판매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초기부터 테슬라는 당장 차 한 대를 파는 데 주력하기보다 ‘잠재 고객들’에게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차량 보관을 위해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여타 프랜차이즈 딜러들과는 달리 쇼핑몰이나 극장가 등 이동자가 많은 주요 거리에 매장을 설치해 쉽게 다가오도록 했습니다
<테슬라 매장(in CORTE MADRINA) & 슈퍼차저(Supercharger) 전경>
테슬라의 혁신은 수익 감소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프랜차이즈 딜러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주 자동차위원회가 “프랜차이즈 딜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차를 소비자에게 팔아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데 이어, 뉴욕주도 테슬라의 직접 판매에 제동을 걸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테슬라의 직판을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혁신을 막는 것”이라며 “테슬라는 이런 위헌적 상황에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는 가장 어려웠던 전기차시장의 과제였던 인프라 구축입니다.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성능을 탓하며 전기차 생산을 망설일 때, 테슬라는 로드스터 이후 투자받은 자금을 전용 급속충전소인 ‘슈퍼차저’ 설치에 투자하며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2012년 9월 처음 발표된 ‘수퍼차저’는 당초 테슬라 고객이 외출 전 차를 충전하기 위한 네트워크로 개발됐으며, 현재 전 세계 85개 이상의 충전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표8. 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 현황 및 계획
<테슬라 모델 S>
올해 2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가 미국 대륙 횡단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모델S'의 횡단에는 미국 전역에 위치해 있는 초고속 전기차 무료 충전소 '수퍼차저(Supercharger)'가 이용됐으며 전체 주행 시간의 1/5이 충전에 소요됐습니다. '모델S'는 LA를 출발해 약 76시간 만에 뉴욕에 도착했으며 총 5515km를 주행했습니다.
엘론 머스크는 "이번 횡단으로 테슬라 전기차 '모델S'가 아무런 불편 없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는 '모델S'를 '최단 시간 충전으로 미국을 횡단한 배터리 전기차'로 기네스북 세계 신기록에 등재할 예정입니다. 테슬라는 2012년 8곳에 불과하던 이 충전소는 2015년까지 북미 전역으로 확대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엘론 머스크는 올해 6월 전기차 충전관련 특허를 무료공개했습니다. 혹자는 그의 이러한 결정을 에디슨의 그것에 비유하지만 배경은 ‘전기차 인프라 구축 및 표준 마련’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이 팔리는 전기차 테슬라, 도요타 리프, BMW i3만 살펴보더라도 충전방식이 약간씩 다릅니다. 특허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충전 네트워크를 쌓을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엘론 머스크 회장이 충전방식을 모두 무료로 공개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통일된 방식으로 전국적인 충전 네트워크를 쌓자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테슬라의 경쟁대상은 아직까지는 전기차업체가 아니라, 휘발유나 디젤엔진을 쓰고 있는 내연 기관차들 완성차업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국적인 충전 네트워크 없이는 현재의 전기차의 성장세가 꺾일 수도 있습니다.
Terraforming of Tesla
: 전기자동차가 생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 자동차시장 개조술
테슬라의 테라포밍은 전기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환경변화, 전기자동차시장 개조였습니다. 테슬라의 테라포밍은 전기자동차가 뿌리내릴 수 없었던 기존의 자동차시장의 환경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생존가능환경, 성장가능환경을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출발 당시 뛰어난 배터리 기술 하나만 가지고 있었을 뿐, 자동차시장을 테라포밍하는데 필요한 양산기술과 막대한 자금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테라포밍에 필요한 충전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성공가능성에 대해 소비자, 경쟁자, 사회, 시장 대부분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테슬라는 현재까지 자신들만의 테라포밍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월등한 기술력을 갖고 있으나 시장형성 수준이 미흡해 진출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고 시장 형성을 촉진하는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 경쟁 구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경쟁자들, 대상 시장을 육성하는데 공공 자금을 투입할 의사가 있는 지역 정부, 관련 신사업의 중장기적 가치를 인정하는 투자자 또는 고객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시장 환경의 개선을 주도하고 선점하는 새로운 전략을 사용한 것입니다.
전통적인 신사업 전략이 바라보는 시장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비가역적인 환경이지만 테라포밍 전략으로 바라보는 시장은 내부 전략에 따라 운용 가능한 전략적 요소일 수 있습니다.
지금도 테슬라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노력은 거침이 없습니다. 전문가들 또한 2020년 즈음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이를 것이란 전망에 크게 이견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세계 양산차 업체들이 전기차 신모델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고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와 차량 경량화, 각종 스마트 기능 관련 산업들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테슬라의 테라포밍이, 불모지였던 전기차시장을 숨쉬고, 살고, 성장할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완성시켜낼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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