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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백두대간종주

by 靑野(청야) 2012. 12. 16.

 

<나를 구할 것 같은, 나를 구한, 눈덩이에 꼽고... >

 

"김차장, 내일 우짜노?"

 

2012년 12월 14 금요일 오전, 겨울 답지 않게 부슬부슬 내리는 창밖의 비를 바라보며 회사창립 40주년기념 '백두대간 종주 ' 주간 부서 담당과장에게 물었다   한 동안 눈이 온 터라, 내심, '눈이 싸여 산행이 어렵다. 이번 일정은 연기' 라는 대답을 기대하며

 

"오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김과장의 대답이다.

 

오후가 되니, " 비가 와서 눈이 녹고, 기온도 포근하니, 계획대로 산행합니다. 6시30분까지 직결지에 모이세요"

 

수원화성인근의 공장에 6시30분까지 가려면, 이른 새벽 인적이 드물다해도, 족히 1시간은 넘게 걸린다. 오죽 도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나?. 서울 인근 도로망이라는 게. 더구나 차에 장차되어 있는 네비게이션이 얼마나 후진지, 네비게이션 믿다가 낭패 본 것이 한번 두번이 아니다. 그러니 20,30십분 더 서둘러 가자. 그 생각하다 새벽잠을 설치고, 정말로 20,30분 더 일찍 출발했지만, 예측대로 수원-봉담고속도로인지, 고속화도로인지, 공사중인 도로를 지나다 역시나 네비게이션도 헷갈리고, 나도 헷갈려 엉뚱한 길로 접어들다 되돌리기를 두어번, 실랭이 끝에 겨우 시간 맞추어 도착했다.

 

가야할 곳은 백두대간 제 5구간이 시작하는 무령고개이다.  [무령고개~영취산~덕운봉갈림길~북바위~민령~구시봉~육십령]까지, 총길이 14.5km. 이번코스는 회사에사 기획한 전체 백두대간 종주 67구간중 7번째로 이번의 회사대표로 내가 간 것이다. 원래는 종착지로만 회사대표가 가서, 종주하고 내려오는 직원을 맞아, 저녁을 하면서 격려하고 오면 되는 데, 14.5km 정도는 같이 갈 수 있겠다 싶어, 종주에 직접 참가하기로 호기를 부린 것이다. 걷는 것이야 작년말에 그 혹한 속에서도, 남한강변을 하루에 10시간도 넘게, 걸은 경험도 있고, 이 쯤이야....

 

<출발지 무령고개에 도착>

 

차안에서 한 숨자고 났더니, 어느새 출발지다. 주변이 온통 새하얐다. 눈이 녹았다는 정보는 순 엉터리(?)다. '비가 왔으니 눈이 녹았겠지'  김차장이나 듣는 내나 별 생각없이 상황을  받아드린 것이다. 김차장은 이런환경에 순응하고 있는 등반대장의 의견을 그대로 전달했을 터이다. 하지만, 도심에서 고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짐작이나 헸겠나?

 

<14.5km중 절반이 장딴지 위까지 빠지는 눈길이다>

 

무령고개에서 영취산으로 일행은 호호탕탕 방향을 잡았다.

 

영취산은 백운산과 더불어 산세가 깊고 험악해서, 천령(天嶺)지역인 경남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 경계에 있는 산으로, 이곳의 영취산은 전국에 영취산으로 이름붙여진 산중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영취산은 인도 불교의 성지 마가다국 수도 왕사상에 있는 산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하는 데, 그만큼, 산세가 '빼여나다', '신묘하다', '신령스럽다'는 듯이란다. 하지만, 우리가 간 싯점의 영취산은 평범하게 눈에 싸인 산으로 밖에 안보인다. 주변이 온통 눈이고 운해로 가득했으니,,,,

 

무령고개에서 오르는 길과 영취산에서 민령쪽으로 내려가는 길들이 위의 그림처럼, 산행로가 무릅까지 빠질 정도로 눈으로 덥혀있다.  길을 벗어나면, 눈녹은 물과 낙엽덩어리가 범벅이 되어 눈길보다 더 미끄럽다. 사람 두세사람이 지날 수 있는 등성이 등산로, 눈길을 제외하면, 미끄러져 골짜기로 굴러갈 판이다. 그러니 무릅팍까지 빠지는 눈길을 가는 게 더 안전하다.

 

영취산을 넘어갈 때까지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다.  방수등산화를 가져오라 했지만, 상황판단이 안된 대부분이 보통의 등산화를 신고 왔더니, 이 때쯤 등산화는 눈물에 푹 졌고, 신발바닥에는 물이가득하다. 가뜩이나 눈속에 빠진 발을 꺼낸다고 보통 걸음 2~3배는 힘들지 싶은데, 눈(雪)물에 부른 신발까지....한걸음 한걸음이 여간 고통이 아니다.

 

<영취산에 오른 길에 잠시 날씨가 개인 틈을 타 바라뵈는 운해>

 

전체14.5km 중 이때가 약 1.5km 정도 취산 꼭대기 직전에서, 갑자기 날씨가 밝아지더니,  지리산 쪽으로 바라뵈는 운해와 운해을 뚫고 드러나는 산봉우리들. 영취산의 풍경이 아름답기 그지없다지만, 눈과 안개로 뒤덥혀 실감이 나지 않는 데, 잠시 머리를 내미는 저멀리의 산봉우리들과 넓은 호수같은 운해를 굽어보며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날씨가 밝아진 것은 이때 잠시뿐, 내내 안개로 어두컴컴했다.,

 

<눈길을 뚫고 올라온 영취산>

 

이제 출발지에 겨우 1.5km,  13km가 남았다.  등산안내대장이 네게 다가와서 묻는다.

 

'이런 상태로 육심령까지 가다보면 10시간도 더걸리겠다. 여기서 온길로 내려가서, 다른 코스로 가자' 고 내게 의견을 묻는다. 짧은 코스로 코스변경을 하자하는 것이다. 내가 나이 제일 많이 든 것을 아니, 내 의견을 물은 것이다. 내가 못가겠다하면, 코스를 변경해야 할 판이다.

 

원래 14.5km는 휴식과 식사시간을 포함해서 6~7시간정도로 계획한 것이란다. 오전 10시에 출발하여, 오후 4~5시경이면 목적지 도착하여 어영부영하다 저녁먹고 대절버스로 귀환하는 것인데, 10시간 정도 걸리면, 귀한시간이 너무 늦다. 그래서 코스변경을 제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때까지는 겨우 1.5km,, 아무리 눈구덩이에 빠지면서 걸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체력이 쌩쌩하다. 해서,

 

"원래 계획대로 합시다"

 

미친 여행에는 일가견(?)이 있는 나에게 묻는 대장이 잘 못이지, (굴러가나 기어가나 가는 데 까지 가봅시다.)

 

<깃대봉이라고도 하는 구시봉>

 

중간에 민령이라는 고개를 넘어 다시 깃대봉으로 올라 왔다.

 

깃대봉의 유래는 이곳이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로서 군사들이 기를 꽂았다고 하여 깃대봉이라 불렸으나 후에 산의 형태가 구시형이라 하여 2006구시봉으로 지명이 변경되었다

 

깃대봉으로 오는 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인증샷도 생략하고, 허우적허우적 죽을 고생을 했다. 왠 대나무들이 그리많은 지, 여름이면 세죽들이 빳빳이 서기 때문에 등산로를 방해하지 않는 데, 겨울에는 눈에 덮여 눕기 때문에, 길을 막는단다.  매걸음걸음마다 눈구덩이에 빠졌다가  나가는 걸음인데, 한동안 등산로가 대나무마저 길을 막는 바람에 이중, 삼중고를 당했다.

 

<구시봉을 지나 육십령쪽으로 가는 등산로길>

 

<운해에 뒤덥힌 산속의 풍경: 구시봉에서 육십령가는 길>

 

<깃대봉(구시봉) 약수터>

 

구시봉을 지나고 부터는 목적지 육십령까지 2.5km,이제 12km는 지나오고, 2.5km남았다.

 

육십령(六十領)은 백두대간의 산줄기를 이어주는 중요한 지역이다. 신라시대부터, 요충지였다는 데, 이곳에 산적의 약탈이 심하여, 60명이 모여야만 이고개를 넘게 했다해서 뿥여진 이름 이라한다. 

 

그동안, 종일 안개로 자욱하여 어두컴컴한데, 태반이 무릎까지 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눈길을 피한다고 물에 젖은 낙엽위를 걷다가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얼마나 많이 찍은 는지  셀 수가 없다. 한 40~50번쯤은 되지 싶다. 물에 젖은 등산화를 눈속에서 겨우겨우  빼낼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고갈되었는데, 엉덩방아를 찡으면, 그 또한 일어나기가 예사 어려운 게 아니다.

 

사두장!,

 

뱀대가리 지팡이를 이번에 가져 간게 얼마나 다행이였는지,눈속에 빠진 발을 빼내거나 미끄러운 눈길을 내려갈 때, 사두장은 든든한 내버팀목이 되었다. 또 고갈된 체력으로 오르막을 오를 때, 두손으로 지팡이 뱀대가리 손잡이 부분을 짓누르면서 몸을 솟구치치기를 수천걸음, 대신에 두발이 두손을 대신하여 용을 써느라 어깨죽지가 배겨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가려던 몸이, 눈속에 꼽힌 지팡이가 얼른 빠지지 않는 바람에, 저항을 받아 주춤거리기를  역시 수백 수천 걸음.  마침내 육십령에 도착 했다. 오후 17시, 장장 7시간. 생각보단, 걱정보단  일찌기 도착 했다, 애초에 기획예측한 시간에 맞춘 것이다. 그 눈길을 걷고도. 등반대장의 예측보단 3시간 더 빨리 도착했다. 민령을 지나서는 눈구덩이가 좀 앏아진 탓이라. 아니면, 오래 앉을 자리가 없으니, 산행내내 제대로 휴식도 없이 쉬엄쉬엄 걸은 탓이리라. 

 

목적지, 육심령에 도착하니, 한 걸음 한걸음 다리를 들어 옮길 기력도 없다.

 

이번 산행에서 6足중 5足이 완전히 그로기다.  6족이라면? 두다리는 기본이고, 가운데 다리, 두팔, 그리고 나를 구한 사두장이나. 두팔은 사두장을 부여잡고, 두다리 대신 용을 썼다지만, 가운데 다리는 왜?

 

손연재 리듬체조시 하듯 두다리 찟기 비슷한 동작, 눈길에 수십번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 찍으면서 거시기 방아도 찧었으니, 제깐게 버틸 제간이 있었겠나? 쥔이 쓸데없다 별로 보호도 방어도 할 생각도 않고 찧는대로 내버려 두었으니...

 

<지금까지 넘어온 능선의 고도와 모습>

 

 

<종착지 육십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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