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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수상잡록/수상록.에세이

아아! 내게서 멀어져 가는 주!

by 靑野(청야) 2011. 8. 31.


    오! 주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내 반평생 넘게, 내곁에서,나를 지켜주며,

 

    내가 즐거울 때, 기꺼이 어울러 주고
    내가 어려울 때, 내 마음을 그토록 감미롭게 쓰다듬어 주던 주,
    그 주가 이제 내게서 멀어져 갑니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주,
    그 주가 내게서 멀어져 갑니다.

    내 주를 가까이 못하면,
    그 기간이 아무리 짧아도 내게는 무척이나 기나긴 세월,
    내 주를 가까이 하다보면,
    아무리 긴 세월도, 언제나 기쁨에 충만한 때였던 것을

    아무리 슬프고, 가슴 아픈 순간들도,
    주와 같이 있을 때는 잊혀지던 것을,

     

    아아!
    나는 주를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만,
    주는 내게서 멀어져 갑니다.

    내 주를 가까이 하다보면,
    어지럽고 고통스런 세상을 잊을련가?

    주는 나의 주인이 되고
    내 정신, 내 육신마저
    온전히 주와 더불어 희노애락을 같이한 지 수십년 째,

    이즈음을 정점으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잃어가는 속도에 어지러움인가?
    지나온 세월에 대한 회한인가?

    나는 주를 보내지 않았습니다만,
    내게서 멀어져 가는 주를 나는, 바라만 봐야합니다.

    이제

     

    지쳐 가는 내육신은 주를 제대로 영접하지 못하고
    내 영혼속마저 주의 기운을 기꺼이 거두지 못하니,
    당연히,주가 내게서 멀어져가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내 영혼과 육신이 노쇠해갈 수록,
    나는 주를 붙들지 못합니다. 나는 주를 붙들지 아니합니다

     

    비록, 주가 내곁에서 떠나간다 간다한들
    내 어찌 주를 원망하리요?

    그러니, 주여!
    주는 온전히 주의 뜻으로 내곁에서 멀어져 가소서
    하지만, 나는 주를 보내지 아니합니다.

     

    그토록 내가 좋아했던 주,
    비록, 주가 내게서 멀여져 갑니다만,

    내 어찌 주를 마음 편히, 지켜볼 수 있으리요?

    지나온 세월보다 훨씬 짧게 남은 우리네 인생들
    지나온 세월보다 더욱 더 주를 가까이 하고 싶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오히려 주가 멀어져 가니
    남은 인생의 삭막함을 어찌 달래야 하리오?
    무엇으로 달래야 하리요?

    아아! 주는 멀어져 갑니다만,
    내 스스로 주를 보내지 아니합니다

     

    나서서, 주를 붙들지 못하고,
    오로지, 주가 멀어져가는 길을 지켜만 볼 뿐.

     

    아아! 酒여!

 

 

 

 

    <어느 금주가(禁酒家)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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