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지세(騎虎之勢) 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를 타고 가는 기세라는 뜻으로. 일을 시작한 이상 그만둘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굳이 해설을 사족처럼 붙여 본다면, 어떤 인간이 어찌저찌하여 호랑이 등에 타기는 탔는데, 이게 아니다 싶든지, 어쩔수 없이 호랑이 등에서 뛰어내리거나 호랑이로 하여금 달리기를 멈추게하는 순간, 호랑이가 눈치를 채고 '내 등에서 호령하는 자가 요런 싸가지 없는 인간?'하며 냉큼 잡아 먹을까봐, 실제로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니, 간이 작은 인간, 호랑이와 겨루어서 이길 수 없는 불쌍한 인간들은 호랑이가 제풀에 자빠지는 순간까지 계속, 호랑이 칼퀴를 부여잡고, 달리는 수 밖없지요. 그러니 달리는 호랑이 등쌀에 계속 기댈려니 그렇고, 뛰어 낼리려니, 잡아 먹힐 것 같고.....죽을 맛일 수밖에.
'현대문명의 속성' 이라는 게 바로 그렇습니다. '기호지세(騎虎之勢)' 라 해야겠지요?
작년만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세계의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세상이 좀 시끄러웠습니까? 작년의 중반기이후, 한국경제가 5%인가 6%인가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측되고 실제로 그런 상황으로 몰리자, 완전히 나라가 파산나고 절단 난듯하지 않았습니까? 나자신도, 연봉 10%반납에 싸인을 했지요. 개인적으로야 5%, 10% 소득감소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나라전체로는 이만큼 심각한 위기가 없다 그말입니다. 이정도로 몇년만 지속되면 나라가 절단나고 소멸하는 지경으로도 갈 수 있는 것은 필연적으로 보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런 전차로, 무조건 나라경제는 성장해야 한다 그말이외다. 성장이 더디거나, 정체되면, 여기저기에서 파열음이 생기고 급기야 나라가 붕괴되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성장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현대적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문명의 숙명이지요. 다시말하면, 현대문명은 기호지세의 문명입니다. 죽을둥 살둥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망할 수 밖에 없는 '騎虎之勢'. 10년전의 IMF사태나 작년의 세계경제위기가 그것을 웅변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나라의 경제가 그러할 진대, 기업은 어떻습니까?
기업이야 말로 가장 '기호지세'의 환경에 노출된 집단입니다.
기업은 세금받아 그 범위안에서 요리조리 쓰임새를 요리하는 정부와는 또 다르지요. 기업이야 말로 돈벌어서 고용을 유지하고, 인건비, 재료비, 제반 경비상승에 대처해야 합니다. 또 품질, 가격, 성능에 있어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고, 기술이 발전하며, 시장의 동향에 따라 잘 나가던 상품판매가 줄어들고, 새로운 상품으로 대치되면 거기에 부응하여 기술개발, 새로운 상품의 사업화 전략도 부단히 수립해야 합니다. 모든 경영도 그런 환경에 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 활동이 부단히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한순간 멈칫하다가는, 어느 새 대세에 밀리고, 어느 새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이 현대산업의 속성입니다.
기업이 성장을 멈추면, 성장의 지연에 따르는 변동비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모든 고정비는 순식간에 기업을 덥치게 됩니다. 10년을 잘 나가던 기업도 1~2년의 성장이 정체되면 걷잡을 수 없이 고정비의 압박으로 비틀거리다가 자멸하게 됩니다. 더구나 기업의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고정비의 부메랑은 무지막지한 압박과 부담으로 기업을 덥치게 되는 것이지요. 가장 최근의 쌍룡자동차의 사례를 피부로 절절히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잘 나갈 때 씀씀이로 인하여, 어려울 때는 그것이 압박과 부담을 줄여줄 여유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지요. 잘 나간다고 투자를 줄이고, 이익을 유보한다던지, 잘 나가는데, 구조조정이다, 리엔지니어링이다하여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경영에 목메달기란 사실상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기업은 항상 성장을 모색하지 아니 할 수 없고, 성장을 더하고 덜하는 한이 있드라도 멈춰서는 아니되는 거외다. 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규모에 매달리게 됩니다. 규모에 매달릴수록, 성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이것은 보통 기업의 숙명적 굴레입니다. 그러니, 많은 기업들이, 성장의 기회가 있으면, 기를 쓰고 잡을려고 합니다. 성장하는 기업이 성장을 멈추는 것은 앞서의 그 고정비의 압박 때문에, 잘 나갈 때 할 수만 있다면, 이 때하는 구조조정은 제값받고 할 수 있지만, 어쩔수 없이 하는 구조조정은 x값으로 하거나,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벼랑끝에서 애걸복걸 신세로 전락합니다.
그러니, 기업을 하는 것이야 말로, 현대문명의 꽃이긴 하지만, 흥망의 시각으로 관찰해보면, '기호지세'라는 문명속성의 첨단을 대변하는 창구에 다름아니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맹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지네요. 대부분의 기업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최소한의 고정비로, 규모만을 고집하지 안해도 되는 유연한 체제의 기업이 그런 부류라 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효율의 추구와 사회, 문명의 Trend을 빨리 예측하고, 예측된 처방대로 변신할 수 있는 유연한 체제가 그것입니다. 경영의 지혜, 업무의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업무는 당사자의 입장, 당대에 큰 성과에 집착하는 패러다임이 아닙니다. 지혜로운 업무가 집착해야 하는 것은 극도의 효율과 미래에 닥칠 고정비의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입니다.
기업의 생존능력의 향상과 경쟁의 우위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극심한 경쟁속에서 강력한 효율의 추구가 당면의 해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Long Run하는 기업은 그 효율 추구마저 한계에 봉착했을 때를 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찾고 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의 추구가 단순히 경쟁의 회피수단으로 이해되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기호지세'를 피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호랑이와 맞서 이기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기호지세의 처지로 몰리지 않는 대비야 말로 이시대의 기업이 추구해야할 지혜로운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효율의 추구, 성장할수록 더욱 강도높은 효율성의 추구와 그 바탕위에서 새로운 문명의 변화를 읽고 미리 대비하는 것' 이야 말로, 문명의 속성인 '기호지세'의 딱한 처지에 빠지지 않는 지혜로운 대비지요.
'기마지세(騎馬之勢)' 라 할까요? 달릴 때는 거침없다가도,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면서 산천을 구경하기도 하고, 오아시스에 내려 목도 축이는 여유도 가지는 그런 기업활동!
DEC, IBM, GM, 크라이슬러, Sonny, 도요타, ....
내노라하는 많은 거대기업들도, 기호지세에 몰리다가 소멸하는 경우도 있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호지세를 벗어난 경우도 종종 봅니다. 반면에 소리 소문없이, 기호지세에 빠지지 않고, 오랫동안 생존과 성장을 이어온 기업들도 많습니다.
장기적인 문제로 볼 때, 현재 성장을 구가하는 많은 한국기업들이, 기호지세의 입장이나 기마지세의 입장이냐 그것이 관건입니다.
삼성, LG,현대자동차, 여러조선사들, 포스코....이들 대기업뿐만아니라, 수만은 협력업체나 독립적 중견, 중소기업들....
국가적으로 볼 때는, 쌍룡자동차처럼, 사회적 시끄러운 문제야기만 아니라면은 기업의 부침은 적자생존의 현상일 뿐일 수 있습니다. 회사가 소멸하거나, 인수합병을 거쳐 재탄성하기도 하겠지요. IMF나 2008년의 위기처럼, 모든 기업이 일시에 그런 조짐을 보이지 않는 이상, 생태계의 적자생존처럼, 사회현상일 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침을 당하는 기업인, 임직원들에게는 엄청난 시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시련이 닥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지 싶은 데, 많은 이들이 지혜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대의 성과, 규모의 확장에 집착합니다. 성장만을 추구합니다. 내달릴 때 시원한 그 맛에 눈이 어두워지고 지혜를 가린 결과이지요. 아예 지혜가 결핍되었든가!
"일단 고(Go)!' 하고 나서 '안되면 되게하면 될 꺼 아이가?' 기호지세의 대표적인 발상이지요.
왜그럴까요? 마땅히 지혜로운, 임직원이라면은 기호지세에 빠지지 않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한정된 자원, 한정된 시간을 이유로 '선택과 집중' 을 이야기 합니다. 선택은 부단히 하면서 집중을 하지 않는다면, 깊이가 없게 될 것입니다. 결과가 얕을 수 밖에 없으니, 불만족 하고 또 다른 선택을 찾아갑니다. 반면에, 선택을 게을리하고 집중만한다면,변화의 시대에, 그것은 집착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집착의 결과는 어쩌다 큰 성공을 반짝 이룰 수 있을 지 모르지면, 결국은 경쟁에서 탈락하고 소멸의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은 동시에 추구해야 제값을 하는 것이지요.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할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은 지혜의 한 방편이지요.
무엇을 하면 롱런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지, 어떤 방법이 기마자세의 여유로움을 안겨주는 것인지?
말은 쉽게해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해는 수이한다하여도 이런저런 제약의 굴레를 내치지 못하면 행동은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는 방편의 하나로, 고정관념의 탈피, 경계를 허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공학도가 철학과 예술에 조예를 가지는 것, 인문을 하는 사람들이, 공학적 상식과 원리의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상의 바다속에 창의는 무궁합니다. 창의는 비젼입니다. 창의력은 창의를 구체화시키는 능력입니다. 구체적인 능력은 자기분야에서 발현된다하여도, 창의는 여러방면에서 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귀와 마음을 열어야되고, 의지가 있어야 되는 것이지요. 스스로 다방면의 조예를 가지는 것이 창의을 가속화하고 경쟁력을 가지는 지름길일 수도 있습니다.
우찌하든, 가장 효율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고, 가장 창의적인 것이 가장 지혜로운 것 입니다.
기호지세!
유연하고 여유있는 기마지세의 체제 구축을 소홀히 하고, 호호탕탕, 내달리며, 규모의 성장과 당대의 성과만에 집착한다면, 현대 문명의 속성에 충실한 용기는 가상하다만, 지혜가 부족하거나 결핍된 처신에 미래산업환경, 미래문명이 그리 호락호락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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