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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악마의 검, 다마스쿠스이의 검

by 靑野(청야) 2020. 5. 26.

출처: http://cafe.daum.net/Damascus-No1

“사막에 떠오르는 태양같이 빛나도록 가열하고
황제 옷의 자줏빛이 될 때까지 식힌다.
강건한 노예의 육체 안에 찔러 넣으면
그의 힘이 칼로 옮겨올 것이다.”

 

이 기괴하고 섬뜩한 이야기는 소아시아에서 발견된 다마스쿠스 검의 제작 방법입니다. 중세 시대, 동양과 서양의 대립 구도 속에 유럽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최강의 무기 다마스쿠스 검. 유럽의 왕들은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이 검의 제작 방법을 알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중동지역의 일부 사람들만이 그 비밀을 알고 있었고, 18세기 이후로는 제조법의 전승마저 완전히 끊기게 됩니다. 그렇게 다마스쿠스 검의 제작 방법은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던 중 고대 문헌에서 중요한 단서가 될 내용이 발견됩니다. 바로 위에 언급된 구절이지요. 과연 이 이야기가 다마스쿠스 검의 비밀을 풀어줄 수 있을까요?

 

다마스쿠스 검 (모조품). by Holger Müller CC-BY-SA-3.0 (Wikimedia)

 

진품 다마스쿠스 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물결 무늬. by Rahill Alipour Ata Abadi GFDL (Wikimedia)

 

 

다마스쿠스 검의 상징, 무함마드의 사다리


칼날 부분의 물결무늬는 다마스쿠스 검의 상징입니다. 무함마드의 사다리라고도 불리는데, 마치 검은 바다에 흰 물결이 치는 것 같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지요. 이 무늬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검의 성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검색 포털사이트에서 ‘다마스쿠스 칼’을 검색하면 여러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런 다마스쿠스 칼은 패턴 웰딩(pattern-welding) 방식으로 만든 모조품입니다. 제작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강도가 다른 두 종류의 철판을 얇게 만들어서 여러 겹으로 번갈아 쌓은 후 접거나 꼽니다. 그리고 고온에서 망치로 두들기면 압력에 의해 두 종류의 철판이 접합되면서 무늬를 형성합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동안 다양한 무늬를 만들 수 있지요.

 

‘진짜’ 다마스쿠스 칼은 두 가지 다른 쇠를 접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우츠(wootz, 인도 칸나다어로 ‘강철’을 뜻함)라고 불리는 인도산 강철 한 가지를 사용해요. 그래서 패턴 웰딩 방식으로 만든 검과 구분하기 위해 우츠 다마스쿠스 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 종류의 강철을 사용했음에도 아름다운 물결무늬가 나타나지요. 무함마드의 사다리는 왜 생기고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강하지만 부드럽게, 튼튼하지만 가볍게


무늬의 비밀을 밝히기 전, 우선 합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보통 ‘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단단함과 강함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는 반대로 순수한 철은 매우 무른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무기로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아요. 철을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탄소를 첨가해야 하지요. 이렇게 금속에 다른 원소 한 가지 이상을 넣어서 금속의 성질을 향상하는 것을 합금이라고 부릅니다.

 

탄소를 넣으면 강도를 높일 수 있으니까 많이 넣을수록 좋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단하면 쉽게 깨지거든요. 무쇠솥을 생각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무쇠로 만든 가마솥 뚜껑은 단단하긴 하지만 차력사 아저씨들이 맨주먹으로 내려치기만 해도 깨져버립니다. 이렇게 깨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칼을 두껍게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너무 무거워서 실전에서는 사용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칼의 역사는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칼을 만드는 노력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마스쿠스 검은 같은 시기에 유럽에서 제작된 철갑옷을 단칼에 잘라버릴 정도로 강했을 뿐만 아니라 칼끝이 자루 부분에 닿을 정도로 휘어도 부러지지 않을 만큼 유연했다고 합니다. 과장이 어느 정도 포함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유연함과 강함은 특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칼을 만들기 위해서는 탄소의 함량을 적절하게 잘 조절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스틸(steel)이라고 부르는 강철에는 대략 2% 이하의 탄소가 포함되어있어요. 탄소 함량을 조절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합금은 조성이 0.01%만 바뀌어도 성질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거든요. 온도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요.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숙련된 기술자의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그 당시 인도의 기술공들은 뛰어난 제련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만든 우츠에는 1.5%의 탄소가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다마스쿠스 검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합금에 포함된 탄소는 금속 원자와 결합하여 탄화물을 만드는데, 철과 탄소가 결합한 탄화철을 시멘타이트(cementite, Fe3C)라고 해요. 시멘타이트는 매우 단단하지만, 충격에는 약해서 잘 깨집니다. 다마스쿠스 검을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조약돌처럼 약간 길쭉하게 생긴 시멘타이트 입자가 모여서 띠 형태를 이루고 있는 걸 볼 수가 있어요. 각각 띠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평행하게 분산되어 있습니다.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다마스쿠스의 검을 관찰한 모습

 

칼을 만드는 마지막 단계에서 산으로 표면을 살짝 부식시키면 시멘타이트가 하얗게 나타나면서 무늬를 만들게 되지요. 칼의 검은색 바탕 부분(현미경 관찰 그림에서 빗금 표시 부분)은 비교적 질긴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충격에도 잘 깨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조직이 혼합되어 만든 물결무늬 덕분에 다마스쿠스 검이 유연하면서도 강한 성질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다소 허무맹랑하게만 보였던 소아시아의 고대 문헌에 적힌 내용이 이 물결무늬를 만드는 비밀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문헌 내용을 다시 살펴보죠.

 

“사막에 떠오르는 태양같이 빛나도록 가열하고
황제 옷의 자줏빛이 될 때까지 식힌다.
강건한 노예의 육체 안에 찔러 넣으면
그의 힘이 칼로 옮겨올 것이다.”

 

철을 높은 온도에서 가열했다가 아주 빠르게 냉각시키는 것을 담금질이라고 하지요. 담금질은 철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의 하나예요. 그런데 이때 철을 700도가 넘는 온도에서 가열하는 것이 중요해요. 온도계가 없던 시절에는 정확한 온도를 측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색깔로 구분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태양과 같이 뜨겁게 달군다는 것은 가열 온도를, 자줏빛이 될 때까지 식힌다는 것은 냉각 온도와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노예의 몸에는 왜 찔러 넣는 것일까요? 바로 칼의 질기고 연한 부분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입니다. 달군 쇠를 빠르게 식히면 단단해지지만 쉽게 깨지기 때문에 뜨임이라는 작업을 거쳐서 부드럽고 질기게 만들어줍니다. 다마스쿠스에서 관찰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적합한 뜨임 온도는 250~400도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강건한 육체를 가진 사람은 피도 뜨거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노예의 몸에 찔러 넣는다는 말은 아마 이 뜨임 온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이 부분은 저의 상상입니다.

 

불순물은 강철을 더 강하게 만든다

 

바나듐 입자 @ Free Art License

 

우츠에는 탄소 외에도 바나듐(V), 몰리브덴(Mo), 크롬(Cr), 망간(Mn)을 비롯한 다양한 불순물들이 극미량씩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합금 원소들 중 특히 바나듐과 몰리브덴은 시멘타이트 띠를 형성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혀졌어요. 그뿐만 아니라 바나듐은 단 1%만 포함되어도 강철의 강도와 내구성을 향상하게 시키며 무게는 줄일 수 있습니다. 탄성도 좋아서 충격을 잘 흡수하고요.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가 “바나듐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자동차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바나듐은 합금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우츠에는 0.01% 이하의 바나듐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예측되어요.

 

고대와 중세 사람들이 바나듐의 존재를 알았던 걸까요? 아마 그럴 가능성은 작았을 것 같습니다. 혹시 알았다고 하더라도 극미량을 의도적으로 첨가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우츠를 만드는데 사용된 철광석은 인도 특정 지역의 광산에서만 채굴되었는데, 그 철광석에 바나듐이 자연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말 그대로 신의 선물이었지요. 하지만 신의 선물을 함부로 사용한 대가를 치르게 된 걸까요? 18세기가 되어서 광산의 철광석이 완전히 고갈되어 우츠를 생산할 수 없게 되었고, 그에 따라 다마스쿠스 제조법도 영원히 사라져버렸습니다.

 

다마스쿠스 검이 정말로 강했을까?

 

세계적인 화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 @ Public Domain.

 

다마스쿠스 제작법이 완전히 사라진 후 수많은 칼 덕후와 금속 덕후들이 다마스쿠스 검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했어요. 반 농담으로 덕후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 대단한 과학자들이 우츠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전기학의 아버지 마이클 패러데이도 한때 우츠를 연구했거든요. 전기와 화학 분야에서 중대한 업적을 남긴 패러데이가 강철을 연구했다니 의아하게 느껴졌는데요. 패러데이가 대장장이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다마스쿠스 검의 전설을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패러데이는 합금의 역할에 주목했고, 특히 알루미늄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합금에 대한 접근은 좋았지만, 패러데이는 우츠 강을 만드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패러데이의 연구에 주목했던 러시아의 과학자 아소노프는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다마스쿠스 검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합니다. 쌍둥이 칼로 유명한 독일 졸링겐 시의 금속 장인들은 그의 말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지요. 그러자 아소노프는 자신의 다마스쿠스 칼로 튼튼함의 대명사인 독일제 칼을 두 동강 내어 그 우수성을 증명했다고 합니다.

 

현대에는 보통의 탄소강보다 훨씬 더 강한 재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마스쿠스 검이 현존하는 최고의 검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 사람들의 기술력이 생각보다 대단했다는 것만큼은 인정해야겠지요?

 

다마스쿠스 검에 최신 나노기술이?

 

8~90년대에 시멘타이트 띠와 바나듐의 역할을 밝혀내는 것으로 다마스쿠스 성능의 비밀이 거의 해소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2006년,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의 연구진이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에 매우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합니다. 다마스쿠스 검에 탄소 나노 튜브(CNT)가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그들은 탄소나노튜브가 시멘타이트를 캡슐처럼 감싸고 있어서, 충격에 약한 시멘타이트를 보호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비슷한 시기, 풀러렌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로버트 컬 박사도 탄소 나노기술이 고대 인도에서도 적용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표적인 탄소동소체들 a) 그래핀 b) 풀러렌 c) 탄소나노튜브 d) 흑연 (A Comparative Study of Graphite Growth in Cast Iron and in Analogous )

 

탄소동소체는 탄소가 원자의 배열 또는 결합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여러 가지 단체(單體)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핀(graphene)은 탄소원자 6개가 육각형의 벌집 구조를 이루며 평면으로 넓게 퍼져있는 물질입니다. 그래핀이 김밥처럼 한 방향으로 말린 원통형 구조를 탄소 나노 튜브(carbon nanotube, CNT), 축구공처럼 동그랗게 말린 구형 구조를 풀러렌(fullerene)이라고 부릅니다. 이 나노물질들은 20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실험적으로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14년 국내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가 그래핀 나노 리본이 DNA처럼 나선형으로 말린 구조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대의 사람들이 탄소 나노 튜브를 합성할 수 있었을까요? 세 가지의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츠에 포함된 합금 원소들이 탄소나노튜브 합성의 촉매 역할을 했다는 가설입니다. 촉매는 화학반응에서 자신은 변하거나 소모되지 않지만 반응 속도를 변화시키는 물질을 말해요. 촉매가 있으면 대개는 반응 속도가 빨라지지요. 실제로 우츠에 포함된 니켈(Ni), 코발트(Co), 몰리브덴(Mo), 구리(Cu)는 탄소나노튜브 합성 촉매로써 널리 사용되는 원소들입니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 적어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었을지는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우츠를 만들 때 도가니에 나무나 잎을 넣는데, 그 식물들에 의해 탄소 나노 튜브가 생성된다는 것이 두 번째 가설입니다. 특정 조건에서 열처리를 반복하면 식물 섬유로부터 탄소 나노 튜브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 안으로 시멘타이트 입자가 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시멘타이트 그 자체가 촉매가 되었을 가능성입니다. 철 역시 대표적인 탄소나노튜브 촉매인데, 시멘타이트가 탄소 나노 뷰트 성장을 할 때 유효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들이 이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왜 탄소나노튜브가 시멘타이트를 감싸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답이 되고요. 하지만 촉매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온도나 압력을 비롯한 많은 조건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었을까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가설이 가장 신빙성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때 세계를 벌벌 떨게 했던 악마의 검. 3세기부터 17세기까지 세상을 지배하던 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30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비밀과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다마스쿠스 검은 정말 우연의 산물이었을까요? 아니면 고대에 우리가 몰랐던 첨단 기술들이 발달해있었던 걸까요? 세상에는 아직도 과학으로 풀어야 할 미스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출처: http://cafe.daum.net/mbgg>

 

Damascus Steel

인도산 강철의 우수함은 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원정에서부터 기록이 남아 있다.
고대 로마도 인도에서 우수한 철을
수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그러다 십자군 전쟁 등을 거치며 중동과의
교류(좋든 나쁘든)를 거친 유럽인들도
십자군이 쓰던 칼보다 월등한 성능의
다마스쿠스 검의 위력을 접하면서,
다마스쿠스 강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다마스쿠스 검은 가볍고 두께가 얇고 탄력성이 좋고
매우 예리하면서도 바위에 쳐도 이가 나가거나
무뎌지지 않아서 두텁고 무겁고 충격을 받으면
잘 부러지는 그 당시의 유럽의 전투 도검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검으로 여겨졌다.

또 모하메드의 사다리로 알려진 독특한 무늬가
신비하고 주술적 의미까지 더하며
유럽인들의 두려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중세 유럽의 많은 대장장이 들이
이 같은 검을 만들기 위해 도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금속학이 발전한 현대에
들어서야 그 비밀이 풀렸다.

우츠 강의 독특한 무늬는 바나듐,
몰리브덴과 같은 철과 같이
탄화물(Fe-C-X 형태의)을 이루는
미량의 금속 원소가 든 철광석을 특유의 방법으로
제련하고, 열처리하여 나온 것이다.

제련과정 중에 미세한 편석(Micro-Segregation)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철에 탄화물이 있는 층과 없는 층이 생기게 된다.
이때, 탄화물의 존재에 따라 부식되는 정도가 달라지므로, 탄화물 층을 부식시키면 하얗게,
없는 층은 검게 나오게 된다.

유명한 모하마드의 사다리 무늬는 철의 일부분을 파내고 단조를 해서 평평하게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철과 탄화물이 이루고 있던 층이 구부러지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다.

이런 독특한 무늬는 장식으로서도
매우 아름다워서 전투용 도검 뿐아니라
호신용이나 장식용의 단도나 패도에도 널리 쓰였다.

특유의 금속 원소가 든 철광석이 나오지 않게 되면서,
제조가 어려워져 맥이 끊기게 되었다.

만드는 방법 역시 실전(失傳)되었고...
현대에 들어서 제철기술의 발달로 원하는
원소를 넣을 수 있게 되다 보니
다시 만들어보려고 연구 중이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츠 강(鋼)

다마스쿠스 스틸이라는 명칭의 기원은 불명확한데,
이슬람 산의 다마스크 천처럼 무늬가 화려하다는 데서 붙여진 것이 아닌가, 혹은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 철괴를 도검으로 제조해서 그렇게 붙여진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유럽인들은 우츠 강조차 중동산으로 여겼지만
사실 우츠 강 자체는 중동산이 아니라
인도와 스리랑카 쪽에서 수입한 것이다.

그런데 저 우츠라는 말 자체도,
인도 칸나다어에서 "강철"을 뜻하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뭐 지금은 우츠 강 자체가 특수한 강재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으니 동어 반복은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영국에서 노벨상수상자가 다마스커스검을
분석한 결과 탄소나노튜브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사실 저 탄소 나노튜브는 우츠강 제련 과정에
목질 재료를 첨가했고, 나무 섬유가 탄화하면서 미세 탄소 섬유형상이 되어 탄소 나노튜브가 된 것이다.
탄소 나노튜브를 만들어 넣었으니 우왕 킹왕짱인 게 아니라, 그냥 현미경 놓고 들여다보니 그렇다는 말.
저 탄소 나노튜브가 우츠강 도검의 성능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는지는 미지수.

게다가 탄소나노튜브는 전혀 신경도 안쓰는
현대의 일반 균질강이나 특수강이
이미 우츠강의 퍼포먼스를 압도했으니
별 의미는 없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났던 다마스쿠스 강이라도
결국 과거의 얘기지, 그 뛰어난 성능이라는 게 지금은
킬로당 천 몇백 원 하는 특수강판보다도
떨어지는 성능이다.

과거의 다마스쿠스 도검에 관한 기록을 보면
바위를 깨트린다느니,
철판을 찢는다느니 하는 게 있는데
실제로 요새 나오는 현대 도검 중에서
좀 터프하게 만든 물건들도 벽돌 깨트리고
드럼통 모서리 찢어놓으면서 칼날에
칩이 나가지 않는 강성을 자랑한다.

이건 이걸 마케팅전략으로 하는 콜드스틸뿐 아니라
웬만한 메이커는 전부 해당되는 이야기.
오히려 콜드스틸 '따위'는
씹어먹는 내구성을 가진 물건들도 많다.
그나마도 과거에는 저 도검이 당대 최고의
기술력을 동원한 물건이지만,

현대 도검 갑주 분야에는 딱히
현대 첨단 기술이 동원되지 않는다.
최고의 기술력은 커녕 그냥 동네 철공소에서 사온
철판을 그라인더로 자르고 깎아 열처리해서 만드는,
동네 철공소 수준의 기술력으로 만드는 물건.

아무튼 과거의 기술에 너무 맹목적으로 환상은 갖지 말자. 애초에 천년 가까이 넘어간다.
현대에 이런 공법을 사용하거나 연구하는 이유는
보통은 미술적인 용도에서,

그리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과거의
공법을 재현해보는 데 의의가 있을 뿐이다.
한옥이나 기타 과거 건축물들을
복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진짜 우츠강 다마스쿠스 활이나, 도검 유물 같은 것이 제법 있지만, 사용하다 보면 바깥의 부식된 층이 닳아버려서 무늬가 희미해지기 때문에 주로 장식용으로 사용한다. 원래 만들면 무늬가 생기기는 하지만, 좀 더 도드라지게 부식 처리를 해서 강조하기 때문이다. 패턴 웰딩도 마찬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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