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소티세나 왕자에겐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왕자비가 있었다. 게다가 왕자비는 진심으로 왕자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왕자의 손등에 작은 종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온몸이 종기와 고름으로 뒤덮였다. 숱한 궁녀와 신하들은 흉측한 왕자를 피하였고 왕자는 몸과 마음이 함께 병들어 버렸다.
왕자는 자신이 놀림감이 되는 것 같아 아내와 함께 숲속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자연 속에서 아내는 극진하게 남편을 보살폈다. 열매를 따와서 식사준비를 하였고 맑은 물을 길어 와서 고름으로 가득 찬 남편의 몸을 씻어 주었다. 아내는 남편의 극진한 병간호로 하루 하루를 보냈고, 그렇게 세월이 흐르자 남편의 아픈 병이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아내는 맑은 샘에서 머리를 감으려고 검은 머리를 풀어헤쳤다. 바로 그때 숲에 살고 있던 귀신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보고 반하여 겁탈하려 하였다. 자신이 변을 당하면 남편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어 할까만을 걱정한 아내는 필사적으로 반항하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귀신에게 붙잡힌 순간, 아내는 이렇게 소리 질렀다.
“네 아무리 귀신이라지만 이렇게 무도한 짓을 범해도 좋단 말이냐! 정의를 지키고 있는 하늘의 신들은 모두 어디에 계신단 말인가!”
아내의 목소리는 제석천의 궁전을 두드렸고 제석천의 도움으로 아내는 귀신의 손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돌아온 아내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깊은 의심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아내는 마침내 물 항아리를 들고 이렇게 노래하였다.
“진실이야말로 그대를 지켜 주리니 진실이여! 내게 가피를 내리소서. 나는 남편 아닌 다른 이를 사랑하지 않았네. 남편보다 더 사랑하는 이가 내겐 없나니 오오, 이 말이 진실하다면 내 남편의 병은 치유되리라.”
그녀가 남편의 머리에 물을 붓자 기적처럼 온 몸에 났던 종기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허물이 벗겨진 피부도 예전의 몸으로 되돌아갔다. 마침내 그들은 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에 대해 불만이 가득 찬 남편은 궁으로 돌아가서 다시 왕자의 신분을 회복하자 아름다운 궁녀들과 어울릴 뿐 아내의 처소에는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남편의 사랑을 얻지 못한 아내는 차츰 야위어 갔고 아름답던 피부도 거칠어져 빛을 잃어갔다. 이런 일들을 지켜본 부왕은 왕자에게 일러주었다.
“다른 여인들은 네가 병들었을 때나 건강했을 때나 한결같이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었지만 왕자비는 오직 너와 함께 지내면서 사랑으로 마음을 주고받았다. 여인의 응석을 받아주는 남자는 많지만 남자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여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왕자여! 그런 여인을 배신해선 안 되느니라.”
부왕의 가르침으로 아내를 찾아간 왕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내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다. 왕자비는 그런 남편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 왕자비는 바로 승만 부인의 전생이다. <본생경> 중에서
'철학.에세이.한시.기타자료 > 유익한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년 한국관광공사 공모 수상작 (0) | 2019.09.24 |
---|---|
[서평ㅣ<산해경과 한국 문화>, <제3의 동양학을 위하여>] 中 신화집 나온 우리 산신·단군신앙 ‘독립 神話학’ 가능한가 (0) | 2019.09.23 |
상수도 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 (0) | 2019.09.11 |
실업급여 신청방법 (0) | 2019.09.11 |
나는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0) | 2019.08.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