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 아버지께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 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아내 올림
<420년전 ‘원이 엄마 편지’ 英 고고학저널 표지에>
“그리운 당신, 언제나 나에게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1998년에 발견되어, 안동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원이 엄마의 편지’가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 고고학 저널 앤티쿼티(ANTIQUITY) 2009년 3월호 표지에 소개됐다.
‘응태의 무덤: 한 조선의 인물과 그를 사랑한 사람들의 편지’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기 때문.
이 논문은 2007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미라 학회에서 발표되기도 했으며,
한국 미라의 제작 과정과 묘제, 문화적 배경 등을 다루고 있다.
또 ‘원이 엄마의 편지’와 무덤 주인인
이응태(1556∼1586년)의 형이 남긴 한시(漢詩) 등이 영어로 번역돼 있다.
‘원이 엄마의 편지’는 고성 이씨 이응태의 부인,
즉 원이 엄마가 당시 31세의 젊은 나이에 숨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마지막 편지로 적어서 관 속에 함께 넣어둔 것이다.
1998년 안동시 정하동 택지개발 당시에 발견돼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안동대 관계자는
“‘원이 엄마의 편지’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세상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면서
“한국인의 정서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매우 귀중한 문화콘텐츠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출처: Naver 2009-03-06,
사부곡(思夫曲) : 4백년전 무덤 속에서 발견된 한글 편지
'응태의 무덤' 속에는
'원이 엄마의 편지' 뿐만아니라, 망자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형이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도 함께 있었다.
거기에 그녀는 미투리 짚신을 엮어 무덤 안에 함께 묻었는데....
그 짚신은 삼과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짚신이었다.
그녀의 남편이 빨리 병에서 나아져 신켜 주고 싶은 마음에서 엮었을 것이다.
그 당시의 언문과 짚신...
어쩌면 죽은 남편에게 하고싶은 말과 그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한 신발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 짚신을 삼으면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그러니까 삼과 머리카락 그리고 눈물로 삼은 짚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내셔날 지오그래픽 2007년 11월호가 소개,
이를 'Locks of Love'이란 제목으로 원이엄마의 '사부곡'을 소개하여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23개 언어로 28개국에서 동시 발행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이
안동대 박물관에 전시된 미투리 한 켤레를 소개한 것은 코리아의 신발이 아니라
조선의 한 여인의 뜨거운 사랑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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