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님, 면체육대회 안가고 뭐합니까?
가서 점심한끼 챙기고 소주한잔하입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두둑을 만들고 있는 나에게
앞집 횟집사장이 전화를 했다.
원래, 오늘 계획은,
산내텃밭에서 오전에는 쪽파와 시금치를 심을 두둑을 만들고,
엇그제 산내 시장에서 사둔 쪽파와 시금치를 심은 후,
점심으로는 역시 엇그제 산 미꾸라지를 집에서 잡고 요리한 추어탕을 끓여 먹고,
오후에는 산내고원의 참숯가마에 가서
올여름 내내 텃밭적응에 고생하느라 시원찮아진 어깨를
이글거리는 참숯 찜질을 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오늘 계획을 수정했다.
젊은이들이 드물어진 시골, 그것도 산골마을의 체육대회.
누가 어떤 게임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
응원은 누가 어떻게?
갑자기, 은근히, 이런 산골의 면민체육대회가 궁금해진 것이다.
그곳에가 구경도 하고, 점심을 해결하고, 참숯가마로 가기로 한 것이다.
'경주마케팅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체육대회가 개최도고 있었다.
집에서 승용차로 오분거리다
도착하니, 체육대회가 한창열기를 품고 있다.
운동장을 둘러가며 리(理)단위로 천막이 쳐저 있고
그아래 주민들이 옹기종기 제법 모여
응원보단, 술과 음식을 앞에두고 대화하기에 바쁘다.
평소지나치면서 막연히 궁금해하던 '마케팅고등학교'
학교안의 몇몇 구호나 홍보간판을 보건데,
농촌지역 농산물이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배우는 그런 커리큘럼으로 되어 있나 보다.
옛날의 농업고등학교의 변형일까
경주시장이 참석하여 둘러가며 인사를 한다.
"내년에 지방선거제? 그러니 시장이 안올수 없지",
정치분석을 해대는 사람도 있고
"경주시장급은 직급이?"
누군가 궁금해 하고, 누구는 열심히 핸드폰을 뒤져보고 뭐라하기도 한다.
사회자의 떠드는 소리, 응원열기가 뒤섞여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아득한 옛날 시골동네축제나 운동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겨우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옆에 앉은 분과 인사를 나누다 보니
내보다도 늦게 대현리에 정착했다 칸다,
여기에 정착하기전에는 울산에 살았다 하네
특히 울산지역의 50~60세대들이 은퇴하여
부근으로 많이 귀촌한다카더니 그것이 현실인 모양이다.
울산에 있는 회사에 26년을 다니고 울산에서만 근무를 18년을 한 나로서,
소맥을 주거니 받거니, 이러쿵 저렇쿵 이야기가 길어질 수 밖에,
동네 아지매들과 아마도 그분들의 자식들인 자원봉사(?) 젊은이들이,
음식을 해 나르기 바쁘다. 완전히 시골동네 잔치나 운동회나 때 모습이다
때로는, 아지매들이 음식을 해 나르는 것보다
운동장에서 일어나는 헤프닝에 깔깔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운동회랍시고 하는 데, 선수들이 거진 50대,
관객들은 거진 60대 이상
뛰고, 달리는 것 보다 나딩굴어지는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시골이라 나름대로 근육을 많이 사용했을 지 모르지만,
운동신경이야 어디 제대로 가꾸었겠나?
누구 할 것없이 뛰뚱거리고 나딩굴아지고.
코메디도 그런 코메다가 없다.
모두들 응원보다는 웃기에 바쁘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는 초가을,
산내의 푸른 하늘, 더 없이 맑은 공기속에
새로운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즐거이 담소하며 마시는 소맥이라 그런지 취할기미가 없다.
'시간을 거슬러간 추억의 체육대회'
선수든, 관객이든 모두다 반백의 어른들이
아득히 젊었을 때 즐기던 그 추억속의 그 체육대회를
이 나이에 여기서 생생하게 복기하고 있는 것이다.
오후에는 우리쩨자 저거사모와의 약속 땜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 산내고원으로 향했다.
참숯가마 입구에 둘러앉아 그 열기에 온몸을 두 세시간 맡겨두면
땀이 비오듯, 온몸이 구어질듯..
이곳 산내고원 참숯가마집에도 사람들이 제법 찾아든다.
땀이 비오듯, 온몸이 구어질 듯하는 뜨거움 속에 느껴지는 시원함,
찜질사이사이 빠져나와 땀을 식힐 때의 상쾌함,
참숯불에 삼겹살을 굽고, 닭이나 오리백숙에 소맥을 곁드리는 맛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 기분,
겪다보면, 그 기분, 이루 말할 수 없다.
추억의 체육대회, 숯불가마 찜질...
오늘도 종일 상쾌하고 유익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전원생활 > 전원주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형비닐하우스 (0) | 2019.12.12 |
---|---|
맨땅에 헤딩하듯 집짓기 (0) | 2018.05.15 |
콘크리트 수평보는 법 (0) | 2017.05.17 |
콘크리트 수평보는 법 (0) | 2017.05.17 |
농어촌주택 (0) | 2016.12.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