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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남긴 세계 최고의 사무실

by 靑野(청야) 2017. 6. 18.
     스티브 잡스가 남긴 세계 최고의 사무실

(펌)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16/2017061602274.html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세계 최고의 사무실 ‘애플파크’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신사옥을 짓는 이유로 “애플은 유능한 IT(정보기술) 인재 유인과 언제나 세계 최고로서 미래 지향적 기업임을 과시하기 위해 독특한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다”고 했다. 최초 프로젝트명 ‘애플캠퍼스2’로 시작된 ‘애플파크(apple park)’은 21세기 미국발(發) IT 혁명 진원지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시(실리콘밸리)에 2013년 착공해 지난 5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애플파크는 연면적 26만㎡(8만평), 지하 6층~지상 4층의 도넛 형태다. 잡스는 죽기 전 세계 최고 사무실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설계를 주문했다. 건물 외관이 우주선이 착륙하는 모습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당초 목표로 한 공사 기간은 26개월이다. 실제 완공은 당초 계획보다 약 2년 늦었다. 투자비는 당초 3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늘었다. 3.3㎡(1평)당 건축비는 6600만원으로 ‘9·11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재건축 비용(39억 달러)보다 많이 들었다. 미국에서 짓는 고급 업무용 빌딩 건축비의 3배가 넘는다.

신사옥 상주 인력은 1만 4000여명에 달한다. PC를 개발한 잡스가 PC을 파괴하는 아이패드를 등장시켰던 것처럼 전 세계 건설 시장에도 혁명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지난 5월부터 입주에 들어간 애플의 신사옥 '애플파크>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설계를 주문했다. 우주선이 내려앉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60억 달러의 건설비가 투자돼 세계 최고의 사무실로 꼽힌다.
 
■스티브 잡스의 독특한 디자인 주문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세계적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에게 4가지 개념을 주문했다. 첫째, 사옥은 공동체 작업(collaboration)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직원들이 언제나 움직이는 느낌을 갖도록 유동성(fluidity)을 가져야 한다. 셋째, 근무자들의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열린 공간(open-space)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내에서 근무하지만 자연 속에서 근무하는 착각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잡스의 주문에 따라 진행된 건축 설계는 외부에서 보면 우주선 모양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도넛 형태의 유리 건물이 숲을 껴안는 모양이다. 환경 친화적인 설계로 일반 업무용 빌딩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30% 적다. 자연 순환식 환풍 개념을 도입해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70% 가까이 줄였다. 사용하는 에너지는 100%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외벽은 이 건물만을 위해 특수 제작한 곡면 유리다. 잡스의 주문은 단 하나의 유리 조각도 평면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애플파크는 건물 외벽 유리가 모두 곡선이다. /애플 제공>
 
사옥 중심부에 있는1000석 규모의 ‘스티브잡스 극장’은 애플의 대표 제품인 ‘맥북 에어’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강당 입구는 금속 탄소섬유 지붕이며, 높이 6m의 유리 실린더 형태로 건설됐다. 2011년 이후 애플 디자인팀은 스프링쿨러부터 문고리까지 모든 것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본관 건물 중앙 등에 약 9000그루 나무를 심어 직원이 근무하는 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 파크 전체 부지의 80%는 공원이며 3.2㎞ 산책로도 있다.

■애플파크 건설이 성공했던 이유

그렇다면 애플 신사옥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을까. 첫째, 발주자의 명쾌한 주문이 있었다. 사옥은 애플사 비전이 담긴 세계 최고의 사무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 선언적으로 보이지만 건물 설계, 건설, 운영 등 전체가 아이패드에 버금갈 만큼 혁신적이지 않으면 불가능한 주문들이다. 외양, 에너지 사용, 사무실 환경, 동선, 마감 처리, 공사 기간 등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잡스는 기술과 자금 수요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다만, 공기만큼은 타협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했다. 신제품을 만들면서 잡스가 개발 기간을 단축한 살인적인(?) 노력을 건축 공사에도 그대로 적용하고자 한 것이다. 잡스가 제시한 공기는 24개월. 잡스의 주문에 건설회사는 최소한 28개월 이상이 필요하다고 버텼지만 결국 26개월로 잠정 합의를 봤다. 월 평균 2020억원 이상을 소화해야 가능한 공기다. 착공과 동시에 공사 소화 물량을 피크로 올려야 가능했다. 통합 발주가 가능하려면 착공 전에 충분한 검토와 계획, 다양한 시나리오 개발이 필수적이다. 발주자를 포함한 사업 참여자 모두가 함께 하는 통합 회의(big room meeting)가 수시로 열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짧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도입한 방법이다. 현장 직접 시공은 최소화하고 구조물과 설비 시공은 거의 100% 사전 조립(prefabrication)하거나 사전 제작(precast) 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주선 모양은 보기는 좋지만 시공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다. BIM을 통해 설계와 시공 사이의 간섭과 시차를 없앴다. BIM 도입으로 일일 및 근로자 개인 단위로 작업 관리를 함으로써 낭비 요인을 없앤 것이다.
<애플파크 지붕에 태양 전지판을 덮고 있다. /애플 제공>

셋째, 현장 착공 전 설계 단계부터 설계사, 엔지니어링사, 종합건설회사, 전문시공회사, 주요 기자재 공급 회사 등이 선정돼 수개월간 작업 계획은 물론 회사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다. 도요타가 도입했던 린(Lean) 생산 방식을 가능하게 했던 공급가치사슬(SCM)이 건설 공사에도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냈다.

넷째, BIM과 린 건설, SCM 등이 상호 보완 관계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려면 통합발주방식(IPD) 도입이 불가피하다. 통합발주가 가능하려면 발주자는 물론 모든 사업 참여자간 호혜 원칙에 기반한 신뢰성이 필수다. 애플파크는 추정가격만으로 설계에서 시공을 포함한 다자간 참여 계약을 할 수 있는 발주자의 재량권이 전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섯째,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건물이 탄생할 수 있게 한 환경이다. 대형 건물의 면적당 의무 주차장 대수나 층수 제한 같은 규제 일변도 제도하에서는 창의력을 갖춘 건물을 짓기 어렵다. 에펠탑이나 구겐하임미술관 같은 명품 건축은 발주자의 창의적인 주문도 중요하지만 건축가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만약 국내 건축가가 제안했다면 가능했을까.

■“건설 산업에도 큰 충격 가져와”

애플 신사옥 건설에 도입된 방식들이 전 세계 건설시장에 주는 충격과 시사점도 크다. 우선 공기에 대한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게 됐다. 중국이 30층 호텔을 1개월 만에 완공한 실적도 공기 경쟁의 방향성을 말해준다. 공기를 단축하려면 전통적 건설 공법이 제조업 방식으로 이동해야 하는 불가피성을 건설업계가 받아들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각기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는 BIM, 린 건설, SCM, IPD를 미래로 가기 위한 한 방향으로 융합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생산 신기술과 프로세스, 제도 기반 등이 동시에 가능한 방식들이기 때문이다.
<1000석 규모의 스티브 잡스 시어터. /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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