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신은 없다', 종교계를 발칵 뒤집은 스티븐 호킹
기사입력 2016.06.23 오후 8:08
[김성호의 독서만세 89] 스티븐 호킹,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공저 <위대한 설계>
[오마이뉴스 글:김성호, 편집:최은경]
스티븐 호킹의 문제작 <위대한 설계>는 그가 우주와 생명의 시원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다. 출간 당시부터 종교계의 뜨거운 반발을 이끌어낸 이 책에서 호킹 박사는 우주의 설계와 탄생, 운행에 있어 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양자론에 근거해 통일장 이론(M-이론)까지 나아가며 없음이 아니라 있음인 이유, 즉 인간과 생명, 나아가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존재는 매우 낮은 확률의 우연이 겹친 결과다. 별이 하나인 태양계에 속해 태양 주변을 원에 가까운 궤도로 돌 수 있었던 덕분에 지구는 생명이 살 수 있는 적당한 온도를 갖게 됐다.
그에 훨씬 앞서 늙은 별들에 헬륨이 축적되고 이것이 다시 베릴륨이 되었다가 마침내 탄소가 되기까지 작용했던 몇 가지 우연들도, 만일 돌이켜보는 게 가능하다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소기반 화합물 집합체가 그를 둘러싼 우주를 논하는 건 그래서 기적에 가까운 일이고 말이다.
공저자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가 적고 있듯이 '탄소가 보르도 와인을 음미하고 불붙은 곤봉으로 저글링을 하고 우주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화합물들의 질서 있는 집합체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기나긴 여정이 남아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 해도 최초의 우연들이 중첩돼 생명과 인간의 기원이 됐다는 사실은 흥미를 넘어 일종의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스티븐 호킹은 이 책의 끝에서 모든 게' 자발적 창조에 의한 것'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신적인 존재가 개입하지 않고도 생명의 탄생과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적적인 우연에 의해서라는 게 그가 내놓은 결론이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넘어 또 다른 세계관을 맞이할 때
▲ 위대한 설계 책 표지
ⓒ 까치글방
그는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법칙들이 차지하는 위상과 의미, 양자론을 거쳐 M-이론에 이르는 과학의 발전상을 설명하고 현재의 앎이 양자론에 크게 의지하고 있음을 보인다. 스티븐 호킹에 따르면 우주는 단일하고 확정적인 게 아니다.
무한히 많은 우주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다양한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지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우주의 전면을 이해할 수 없지만 양자론이 지나친 수많은 실험들이 그것이 진실임을 입증해왔다고도 말한다.
양자역학으로부터 파생된 현대 물리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과학이라기보단 사람을 현혹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그러나 수많은 실험을 극복하며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고 있는 이 이론에 일류 과학자들조차도 애를 먹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란 명언을 남긴 것도 양자역학의 세계적 권위자 리처드 파인만이 아니었던가.
한때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으로 믿어졌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이 뉴턴에 의해 깨지고, 뉴턴의 이론은 다시 아인슈타인과 만나 제한적인 공간에서만 통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뉴턴, 아인슈타인을 넘어 전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완전한 이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M-이론을 앞에 두고 있다. 아직 미완성의 이론일 뿐이지만 스티븐 호킹은 M-이론이 인간으로 하여금 위대한 설계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줄 바로 그 이론인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어렵지만 이보다 쉬운 대중 물리학 책도 없을 것
M-이론은 시공간이 11차원으로 이뤄졌고 초끈이론의 끈이 11차원의 막으로 말려있는 2차원 형태라는 미완성 이론으로 쉽게 말해 다중우주 이론이라 할 수 있다. 호킹 박사는 M-이론이야말로 아인슈타인이 발견하기를 원했던 완전한 통일이론일 수 있다며 M-이론을 통해 우주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게 되는 날 인류는 위대한 설계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주장한다.
<위대한 설계>는 스티븐 호킹의 저서 가운데서 손꼽을 만큼 쉽게 쓰였지만 물리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라면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물리학 박사로 현대 과학을 대중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해온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의 열정이 독서를 더욱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M-이론과 양자론에 대해 이보다 쉽게 다루고 있는 책은 흔치 않다. 이 책이 어려운 건 M-이론과 양자론이 보통의 인식 범위를 초월하는 것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위대한 설계>가 향하는 목적지는 '신은 없다'는 한 마디 결론이다. 무엇이 우리를 있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건 신이 아니고 차라리 '자연발생적 우연'에 가깝다는 게 호킹 박사의 굳건한 생각이다. 그가 모든 비밀을 풀어줄 열쇠로 생각하는 M-이론이 정말 모든 비밀을 풀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의 말처럼 M-이론은 더는 이론만은 아닐것이다
2014년 10월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종교계와 과학계를 대표하는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국출신의 이론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를 만나 그의 어깨의 손을 올려 축복하며 따뜻한 환영인사를 했다.
교황이 호킹 박사와 만나게 된 것은 이날 교황청 과학원 주최로 열리고 있는 정기 학술대회에 나란히 참석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호킹박사는 '빅뱅이론'으로 우주의 기원을 해석한 물리학자다. 특히 지난 2010년 출간된 그의 저서인 '위대한 설계'에서 빅뱅은 신이 아니라 중력에 의해 생긴 자연현상이라고 주장하며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이에 종교계가 발칵 뒤집어진 것은 자명한 일. 특히나 이는 종교와 과학 사이에 내려온 해묵은 갈등의 역사가 다시 표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지난 2014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과학원 회의에서 의미있는 연설을 했다.
교황은 "우리가 세상의 기원으로 여기는 빅뱅이론도 신성한 창조자로서 하느님의 개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진화는 원천적으로 진화할 존재의 창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곧 빅뱅이론은 맞지만 이것이 하느님의 개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철학.에세이.한시.기타자료 > 유익한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전 고리 1호기 40년만의 퇴장 (0) | 2017.06.18 |
---|---|
꽃양귀비와 마약 양귀비의 차이 (0) | 2017.05.30 |
아인슈타인과 신 (0) | 2016.12.16 |
자연안의 인간, 자연밖의 인간 (0) | 2016.12.16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0) | 2016.09.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