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농사에 김장에 도전했다.
무모함이라 해야 할지, 무지한 행동이라해야 할지?
초보농부의 첫 가을 맞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요즈음 젊은 부부들뿐만 아니라
독신들, 일반 가정집도
대부분의반찬은 마트에서 거의 사다 먹는다.
마트나 전문반찬가게에는 김치뿐만아니라,
어지간한 반찬들도 없는 게 없다.
대량생산되니 값도 싸고,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사다 먹을 수 있고,
대규모로 보관할 필요도 없어 편리한 데
왠 김장? 왜 고생을 사서 할려고?
그것도 초보농부 첫해에 김장을?
많은 집안에서도 그럴 터이지만
잘 포장된 가지가지 반찬을 사먹어온 나,
내 스스로 해먹어 보자는 욕심도 생기고
사다 먹는 반찬의 그 느끼함과 방부재료내음에 역겨워진 탓?
무엇보다도, 채소의 신선함이 무척 그리워 졌기 때문이다.
밭에서 수확한 재료를 2차~3차 가공없이
바로 반찬으로 연결한 그 신선함, 신선한 향기
그것은 맛으로 느낄 수 밖에 없지만,
매끼마다 반복해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마트나 전문반찬가게에서 만들어진 반찬에 길들여진 이들은
이 신선함의 정체를 모르리라.
그저 가지가지 종류에, 편리하고, 그런대로 맛이 있고,
잘 포장된 식품에다 ,위생적이기도 하다는 선입감 때문에,
점점 대량생산된 반찬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만 가는 것은
부부직업시대의 필연적 조류이고 풍속이 되어가고 있기는 하다
김치는 한민족(?)이 개발한 발효식품으로종류도 많고,
씨뿌리고 묘종을 심는 데부터, 김장에 이르기까지
프로세스도 복잡한 하지만, 반찬중의 반찬이다.
특화된 음식일 수록 표준화란 것이넌센스다.
표준화된 김치는 곧 싫증이 나게 마련이다
숙성될수록 깊은 맛을 내는 김치,
양념과 재료, 숙성조건, 숙성기간에 따라
맛과 영양과 보유기간이 달라지는 그 미묘한 차이,
어릴 때부터 길들여진 우리네가 아닌 타민족에게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에 길들여지기보다
어려운 프로세스, 노하우가 필요할 듯 싶은 데
그런 김치농사를
초보농부가, 첫 농사에 경험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에 맞는 김치농사
초보농부가, 첫 농사에 경험한 것이다.
< 배추.무우 농사>
집주변에 버려두었던 40~50평땅을 일구어,
올해의 김장배추와 무우를 심기로 했다.
이곳 山內는 주변(경주)보다 2~4도가 낮고
습기가 없는 청량한 기온인 '고냉지' 라
이른바 '고냉지 배추' 라
크게 자라지 않되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 한다.
김장은 11월말이나 12월초에 하는 것이라 하니.
9월초에 무우는 씨를 뿌리고 배추는 묘종을 사다 심어야 한다.
8월초 결정을 하고 우선 밭을 일구어 퇴비를 사다가 뿌렸다.
10포대정도 뿌리고, 비료도 한포대 뿌렸다.
산내농협에서 10여포대의 퇴비와 복합비료 1포대를 미리 사두었었다
무우씨와 청강배추 묘종은 언양시장에 구입을 했다
농업경영체 등록하기전이라 할인혜택을 보지 못했지만,
내년부터는 할인 혜택을 받을 터이다.
초보농부 첫해이니
인근 동네 분의 지도와 리더가 필수적이다.
경운기를 가져와서 밭을 일구는 일도 그분의 역활이다.
< 김장 무우,배추밭 조성>
밭을 갈아 두둑을 만들고
잡풀이 자라지 않게 비닐을 덮는다.
띄엄띄엄 약 1자 ?(25.4mm) 간격으로 구멍을 내어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었다.
무우는 250여 개소, 배추 묘종은 150여개소가 된다.
보통, 2인 가족에 큰 배추 5포기~20포기정도 소요된다하니,
시집간 딸래미집을 포함하여 3~4집안용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 우리 집안用으로 약 배추50포기,
밭갈이 해준 분이 약100포기 가져 가기로 나누었다.
< 김장 무우씨뿌리고, 배추 모종 심기>
무우는 한 구멍에2~3개씩 심어 떡잎이상으로 자라면
구멍당 제일 든실한 놈 1개를 남기고 솎아야 한다.
< 열심히 자라나고 있는 배추. 무우밭>
솎고난 잎들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 없어 무우김치로 무쳐 먹었다.
그 신선한 향기와 맛에 그때마다 막걸리만 희생되었다.
< 알이 배긴 배추를 싸서 묶어준다>
배추가 제법 자라 알이 배기면, 포기를 싸주어야 한다.
무우는 수확을 하여 무우김치를 담그고,
일부는 배추김치 속을 할 때 넣기 위해 보관한다.
잎은 시래기로 쓰기 위해 말려 두었다.
무우를 수확할 즈음, 배추는 포기를 가볍게 싸서 줄로 매두는 작업을 했다.
< 사전준비>
대부분의 한국 반찬에 들어가는 고추가루는
김치에도 필수적이다.
대강의 김치 담을 배추 포기수를 고려하여
사전에 고추가루를 준비할 일이다.
텃밭에 고추를 기르기는 하였지만, 턳없이 부족하니,
잘 익고, 잘 말려진 붉은 고추를 직접 주변 농가를 방문하여 샀다.
40~50 포기 김치를 담고, 일상 반찬용 소요를 고려
소요량을 추정해서, 고추14근을 사서
꼭지를 직접 따고, 고추하나하나를 딲아서는
방앗간에 가져 고추를 빵아 가루로 만들었다.
< 고추를 사서 꼭지따고 딲기>
방앗간에서 빵아서 저울에 재니12근이라 한다.
채소 1근이 400g(육류 1근은 600g?)이라 하니 대략 5.6kg?
꼭지 무게가 버려진 탓이다.
'김장용 배추40~50 포기 추정'
이것은 앞으로 담을 김장용 모든 재료를 사는 기준이 된다.
< 첫째날, 11월29일>
아침부터 부산기장의 대변항을 방문하여
젖갈,다시마, 황태등 구입하고
山內로 돌아오는 길에
언양 식자재마트에서 다른 양념 재료등 준비했다.
마늘, 생강, 미나리, 감홍시, 생굴..
그리고 소금과 배추 버무리기할 도구도 샀다
소금은 간수(bittern, 고염<苦塩>)가 빠진 것으로 확인하고 사야한다
소금을 1년이상 두면, 소금속에 녹아 있던 바닷물 성분(간수)이 빠져 나온다.
간수가 빠지지 않으면 쓴맛이 난다고 한다.
소금은 오래 묵힐 수록, 간수가 빠져 나가야 좋은 소금이라는 이유이다.
버무리기할 도구는 큰 대야 같은 것이 필요한데
무거우니, 취급, 보관이 번거롭지 않도록,
최근 시중에 비닐로 만든 버무리기 전용 도구를 산 것이다
점심을 먹고 배추를 수확했다.
무우는 배추밭 옆 두둑에서 재배한 것을 미리 수확해 두었다.
무우는 찬바람를 쐬면 속이 푸석해지는 일이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2주전 미리 수확하여 스치로폴로 주변를 싸서 보관해 두었던 것이다.
< 둘째날, 11월30일>
미리 배추가 큰 포기는 4등분을,
조금 작은 것은 2등분을 내서
소금에 절이고 배추속을 버무리기 용이하게 한다.
물에 소금을 풀고 즉 소금물을 만들고
배추에 묻어 있던 흙덩어리는 대충 씻어
여기에 등분했던 배추를 담구었다가 꺼내 대여섯시간을 둔다.
얼마만한 소금을 풀지는
혀끝에 느껴지는 짠기운의 강도로 판단한다.
그 강도를 결정하는 것은 '경험'이 될 터이다.
< 절이기 전 배추를 2~4등분>
50여포기를 2~4등분 내다보니 100여 쪼가리로 늘어 난다
집안에 있는 큰 대야를 있는 대로 동원하여
여기에 소금물에 담궜다가 꺼낸 배추를 담아 두었다.
다행이 먼저 간 마누라가 어디에 쓴 것인지는 모르지만,
큰 대야는 많이도 준비 해두었다네
그 동안 도심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대야를 쓸 일이 없었을 낀데, 모를 일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소금에 적셔 두었던 배추를
오후 너댓 時가 되어 그러니까 소금물에 담근지 6~8시간만에,
꺼내어 다시 깨끗이 씻는다.
이것을 이번에는 바로 버무리기 할 수 있도록
깨끗한 용기에, 깨끗한 덮개로 덮어 하루 밤 물빼기를 한다.
이른바 '절임배추'를 만드는 것이다.
소금물에 담갔던 배추를 하루 밤 두는 것은
소금이 탈수작용를 하는 데, 이를 이용,
배추에 내재된 수분을 어느 정도 배내야 하기 때문이다.
절임배추는 '물빼기'와 그 과정에서 청정도 관리가 핵심이다.
< 절임배추 만들기>
시중에 파는 '절임배추'는 이렇게 대량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올해 작황기준으로,
20kg(7~8포기)당 3만5천원~4만원정도 하니
20포기 기준으로 절임배추가 10~12만원 정도 할 것이지만
장마나 가뭄이 심해면 더 비쌀 것이다.
우리집 50포기 정도 절임배추를 시중에서 사면 20~25만원 정도?
배추를 절이고 난 다음에는 그대로 김치를 담근다.
배추에 녹아 있는 소금끼나 물기에 변동을 주면
김치양념이나 속 농도에 변화을 주어 맛에 영향을 주니
가능한 절임배추 상태로 배추속을 버무리라 한다.
'최종세척과 물빼기' 가 중요한 이유라 여기에 있다.
시중에서 구입하는 '절임배추'의
'최종 세척과 물빼기'가 얼마나 청정할 지,
직접 절임배추를 만들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절임배추를 만드는 곳을 직접 방문해봐야지!)
< 세째날 12월1일>
배추속을 버무릴 큰 대야에 아래 재료를 넣고 잘 섞이도록 휘젖는다
○고춧가루
○(전어)젖갈
○몇시간전부터 우려낸 다시마와 황태국물
○마늘 이갠 것
○새우젖갈
○채로 썬 무우
○적당한 크기로 짜른 미나리
○생강 적당량
○감 홍시 적당량
...
등을 넣고 골고루 젖는다.
배추 속(버무리는 재료)은
'김치용도나 종류', '양념의 종류나 배합조건'
에 따라 틀릴 것이다
배추 속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숙성기간이나 보관기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김치용도나 종류', '양념의 종류나 배합조건'은
지역, 집안, 김치 만드는 경험자에 따라 틀릴 것이다.
오랜 경험만이 그 미묘한 량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싶다.
대략 중간 크기 50여 송이 배추를 김장하는 데
고추가루만 6근 정도와 황태 우려낸 국물
여기 젖갈을 적당량 붓는다.
모든 재료가 들어가고,
국자로 저을 때 너무 무르거나 너무 빡빡하지 않도록
또, 너무 짜거나 싱겁지 않도록 수시로 혀끝으로 확인하며
젖갈을 넣어 가면서 조정한다.
젖갈의 양은 이것으로 결정한다
'배추 속에 넣을 버무리기 재료'를 골고루 잘 저어야 하는 데,
양이 많다보니, 상당한 저항이 팔에 느껴진다.
이번의 초보 김장에서 물과 양념의 종류와 양은 경험자가 결정할 일이고,
무우채를 썰고, 젖는 일, 배추 꼭지 도려내는 일같은
몸으로 떼우는 일은 대부분 내 몫이 되었다.
한 동안 젖고 나니 팔이 뻐근하다.
●김치찌개 용도
고춧가루. 마늘, 생강, 젖갈만을 재료로 사용하고,
조금 짜개 담아 장기 숙성시킨다. 물론 중간에도 꺼내 먹을 수 있다.
오히려 이렇게 담는 것이 담백하고 김치맛이 더 난다는 이도 있다 한다.
●중장기 반찬용
보통 김치는 찌개용재료에,
새우 젖갈, 황태우려낸 국물, 배, 홍시, 무우채, 미나라, 쪽파, 통깨...등 추가하여
배추 속을 만들어 버무린다.
●며칠내 먹을 김치
당장 먹을 김치는 중장거리 반찬용 재료에 생굴을 추가한다.
< 절임배추 꼭지를 도래내기>
절임배추를 하루밤 물빼기 하고
꼭지를 도려내고, 버무리기 준비를 마무리 한다
< 버무리기 작업>
이른바 '버무리기 작업'이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만들어 둔 배추속을 배추포기 사이사이에 집어 넣고
배추 잎에 양념이 찌들게 한다. 즉,
배추 잎 하나하나에 앞뒤로 속을 바른다.
너무 짜지 않도록, 너무 맵지 않도록
버무린 김치를 먹어보며 수시로 확인한다.
중간에 확인하여 너무짜거나 매우면, 배추속을 적게 넣는다
너무 싱거우면, 배추속을 많이 넣거나
젖갈을 더부어 짜게 한다.
무엇보다도, 배추속을 버무릴 때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김장 담그는 중간에 중간에
생굴을 넣은 김치를 수육과 탁배기로
휴식겸, 제대로 간이 맞는지, 맛이 있는지 확인한다...
크흐, 쥑인다.
< 버무리기 작업중 짠지 싱거운지, 쓴지, 단지,
재료가 잘 섞였는 지, 김치 맛을 확인한다.
하는 김에 생굴을 넣은 김치 맛보기,
막걸리는 필수(?)다>
버무리기 작업이 끝나면
바로 냉장고로 직행시키지 않고
하루밤 쌀쌀한 야외에서 숙성시킨다.
날이 추워서, 얼지 않도록 일기를 잘 확인 할 일이다.
올해는 첫해라 모든 것이 중구난방, 주먹구구식.
지금부터 그동안 경험을 분석하고
공부도 좀하고 일정을 세밀하게 점검하여
내년에는 초봄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해 볼 일이다.
계절별로 시기별로 작물종류와 재배해야 할 량을 선정하고,
작물재배 방법이나 프로세스를 숙지하고 익혀야 하리라
올해의 중구난방, 주먹구구식이
오히려 촌놈으로 정착하는 데 더 도움이 되었지 싶은 데 어떨지?
덕분에,
맑은 공기 속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대충 잊고 사니
딴나라 온 것 같네.
박양이 쫒겨난다나 어쩐다나?
이제,
한두포기 표준 김치 사먹다 싫증나거나
요새처럼 어지러운 세상,
산내를 벗어나기 싫으면 김치나 만들어 먹지 뭐,
반찬없어 굶어 죽을 염려는 한가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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