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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전원생활/전원주택

상록수의 낙엽

by 靑野(청야) 2016. 6. 20.
                        

      작년 여름,
      경주시 山內에  집을 짓고, 뜰에 상록수 몇 그루를 심었다.
      시골에 집을 짓다보니 나무 몇그루를 심게 된 것이다.

      상록수종은 헤아일 수 없이 많다.
      그중 소나무, 금송,주목, 금목서, 은목서...등,
      몇 종류를 뜰에 심은 것이다.
      사전 조경지식이라고는 일푼도 없으면서,
      우짜다가 '남들 따라 장에 간다'는 식으로 심게 된 것이다.

      '상록수' 하면 '사시사철 푸른 잎이 달려 있는 나무' .
      나무를 심은지 1년이 다 되가도록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게 내상식이였다.

      푸른잎을 달고 있기에 한 겨울 삭막함도
      그 푸르름으로 위안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겠지?.

      경주시 산내는 해발 500M~ 1100M 산이 겹겹히 둘러싸고 있어 말 그대로 '山內'다
      그러니 기온이 주변 山外 즉, 경주시보다  거의 3~4도 낮다고 한다 
      인근 남쪽인 울산, 부산지역보다는 때론 6~10도 낮은 것이다.
      올 봄 울산 지역 벗꽃이 한창 개화기를 지나, 눈꽃처럼 길거리에 흩뿌려질 때,
      이곳 산내는 막 벗꽃이 꽃몽우리를 터뜨리기 전후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과'로 과거 잘 알려졌던 대구지역도
      사과농사는 오래전에 파장된 것으로 알고 있다
      상주지역이상으로 사과산지가 더 북쪽으로 올라간 것이다.
      이른바, 지구 온난화 영향인가?

      하지만,
      그쪽보다 훨씬 위도가 낮은 지역인 경주시 山內,
      밀양 얼음골과 더불어 달고 맛있는 사과산지로 유명하다
      고냉지 식물재배지다. 이를테면 강원도 고냉지역과 같은...
      주변 산세가 기온을 떨어뜨리나 보다.

      비록 그런 山內라 치더라도.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올 1월 중순인가 말 경에 혹독한 추위,
      경주시가 영화 13도로 내려갔을 때 산내는 영화 17도를 기록했다.
      인근 주유소 사장이 이 때문에 사무실 수도관동결로 두어달을 고생했다고
      머리를 쩔래쩔래 흔들어 대던 것을 떠올린다.

      나도 이때에 '하루 종일 수도관동결의 수모'를 당했다.
      피나는 노력끝에 하루로 동결을 마감하고
      다음날 한낮이 지나서야 다시 물길을 열었지만,
      냉.온방이 기본인 중부지방式 집을 남쪽에 지은 때문에
      保溫에서 덕을 보고, 그나마, 그정도 수모에 그친 것이리라

      하지만, 영화20도에도 끄덕없다던 常綠樹,
      정원에 심어둔 그놈들이 추위를 탓나보다
      늦게 심어 뿌리의 활착이 늦어 그런지?,
      이른바 백수십년만에 닥쳤다는 추위땜에 그런지?,
      북쪽을 면한 쪽의 잎이 시들하더니
      겨울 막바지, 초봄에 걸쳐 그 잎들이 죄다 떨어지는 것이였다.
      얼어죽었나? 겨우내 디게 신경쓰이게 하더니
      그러나 4~5월이 되자,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가지에서
      다시 움이 트고, 새 잎이 돋아 났다.

      평소, 겨울날씨와 달라
      나무마저도 제대로 대응 못하고 얼어서 그랬는 지,
      移植하고 뿌리가 제대로 땅에 적응하지 못해
      生氣가 부족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마치 낙엽수가, 가을이 되어 온통 벗어버린 텅빈 나무가지에
      봄이 되면 파릇파른 새 잎으로 단장하듯이.
      상록수가 낙엽수처럼 바뀐 것이다.

      호된 추위를 이기고 난 가지는
      다음번 이런 추위정도는 아마도 잘 견뎌내겠지?
      어떤 추위가 몰아쳐도, 사시사철 싱싱한 이파리를 달고 있겠지?
      상록수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 오겠지?
      근거도 없이 은근히 기대도 된다.
      정말그럴까?

      조경지식이 전혀 없지만,
      그렇다고  게으런 내가 다시 어려운 전문 책을 들여다보고 공부랍시고 할게제도 아니다.
      한해두해 사계절을 지나다보면 몸으로 체득하고, 알게 되겠지?.

      그런데,

      '상록수도 낙엽은 진다'

      지나는 길에 물어본 네이버의 대답이다.
      수천번 수만번 네이버를 방문 해봤지만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상록수의 낙엽' 에 대해 물어본 것이다.

             <작년8월의 금목서>

           <낙엽이지고 다시 새싹이
             돋아난 4월의 금목서>



      오래된 잎은 4~5월경이나 수시로
      새잎이 나면 자리를 양보해주고 떨어져 나간다'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다.
      다만, 떨어져 나가는 이파리 보다
      남은 잎에, 새로 생기는 잎이 더하여 항상 푸르게 보일 뿐.

      진작에 그 생각을 했다면
      여름,가을, 겨울, 봄 내내 물주어 키웠던 자식같은 나무가
      얼어 죽어간다고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이노무 동네 추위를 원망하지도 않았을 것을!

      맞아, 맞아 소나무는 상록수였지
      그러니까, 불쏘시개를 위해
      소나무 밑에 소북히 싸이는 마른 솔잎들을
      지겹게 긁어 모으러 다니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새롭다.
      하지만, 왜 그기억을 더올리지 못했을까?
      어찌보면, 나도 어지간히 무식했다. 무관심했다.

      그러고 보니
      상록수의 잎사귀들이 지속적으로 낙엽으로 바뀌고
      가지 끝이나 가지줄기에 새잎이 돋아나는 것이 확연하다.
      겨울에도 봄에도 파릇하던 잎사귀들도
      어느 듯 누렇게 물들어 가고 누렇게 물들어 가는
      가지 끝이나 어딘가에는 푸릇푸릇 새 잎이 돋아난다.
      새잎이 돋아나는 기미가 안보이는 가지에는
      기존의 잎들이 무성하다.

      지난 여름에 移植시에는 누런 낙엽이 안보이고
      모든 잎들이 푸르러고 무성만하더니,
      올 겨울을 지나자
      어떤 나무는 그래도 생생하게,
      어떤 나무는 북쪽의 찬바람을 맞는 면이 낙엽으로,
      어떤 나무는 전체가 완전히, 낙엽수처럼 바낀 것이다.
      새삼 신기하고 신비롭기만 하다.
      이같은 생명의 질서가.

      생생하게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나무잎들 사이에는
      작년8월의 移植때와 다르게, 봄이 되고 초여름이 다 되가는 데도
      간간히 푸른잎이 누런 낙엽으로 끊임없이 변해간다.
      아마도 이식때 사러간 나무농원에서 본 상록수들은
      4~5월 낙엽시기를 지났던 모양이다.
      그걸 모르고 상록수는 상록수니까 항상 그렇게 푸르런 줄 알고...

      잎이 떨어진, 죽은 듯한 가지끝에는 푸른 잎이
      무성하게 돋아나는 것을 보니, 죽은 것은 아닌 것이다
      낙엽수처럼, 모든 잎들이 동시에 낙엽으로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오래된 잎이 어린 새싹에게 생명의 기운을 넘겨주고
      서서히, 점진적으로 낙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생명이 숨쉬는 사회'

      마치 인간의 사회처럼,
      나무는 이파리 하나하나의 생명이 모인 사회와 같은 느낌이다
      전체 사회인 나무를 성장시키고
      새 생명을 태어나게 하고자
      오래된 잎들은 낙엽의 길을 택하나 보다

      이 땅의 모든 생명의 기반이 되는 대지와,
      그 속에 자라나는 초목에 스며있는 자연의 질서,

      이제사 이 아름다은 생명의 질서를,
      뜰의 나무에서도 확연히 느끼게 된다.

      어찌보면, 인간만이 자연의 질서를
      끊임없이 배반하고, 무너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인간의 특성일까?

      인간의 특권일까?


      경주 山內에서
      靑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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