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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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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

by 靑野(청야) 2016. 3. 10.

[인간 對 인공지능 두뇌전쟁]


- 낙관·비관 교차한 각계 반응


김명자 "기술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압도하는 게 아닌가 두려워"

이어령 "알파고를 만든 사람도 인간… 본질적으로는 인류의 승리"


9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벌인 바둑 대결에서 3시간 30분 만에 열세를 인정하고 돌을 던지자 대한민국은 충격과 함께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였다.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섰다는 흥분과 함께 기계에 맞선 인류의 '우세선'이 무너졌다는 두려움이 혼재했다.


알파고의 이번 승리가 인류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알파고가 승리한 세상이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모르겠지만 농업·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한 인류 역사의 거대한 전환기를 본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인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과학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인공지능이 발전한 것 같아 흥분된다"면서도 "이번 알파고의 승리로 기술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압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기계가 인간을 압도하는 것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으스스하다"고 했다.


문학평론가인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은 "인간이 유일하게 지능을 가진 존재라는 자부심이 깨어질 때가 되었다"고 했다.

침통한 바둑팬들 - 9일 서울 명륜동 아름다운극장에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중계를 지켜보던 바둑 팬들이

이 9단의 불계패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주완중 기자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인간의 패배가 충격적이지만 본질은 인류의 승리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알파고를 만든 사람도 인간이므로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공지능을 만드는 특이점(singular point)을 넘어설 때가 인공지능이 실질적으로 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인공지능 덕분에 사람이 편리해진다 해도 '사람의 속도'로 살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기술 발전을 중단할 수는 없으니 사람이 기계를 어찌 부릴지 고민하는 자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바둑도 사람의 일부분인데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쪽이 이겨 섭섭하다"고 했다.


시민들이 받은 충격도 컸다.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기원에서 대국을 지켜본 남모(76)씨는 "알파고는 이 9단에게 맞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수를 받아쳤다"며 "인간으로서 자존심 상하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다. 김모(75)씨는 "알파고가 간간이 정석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수를 뒀을 때 '컴퓨터의 실수'일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를 보니 수십수를 내다본 계산이었던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기술의 진화'를 확인했다며 환영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진형 소장은 "알파고의 승리를 보며 인류의 과학기술이 한 걸음 더 진전했다는 생각에 과학자로서 통쾌하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오늘은 '기계의 시대'가 열리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카이스트의 알고리즘 동아리 '런'의 고지훈(2학년)씨는 "놀랍다. 인공지능 분야를 더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 9단의 패배가 결정되자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와 인터넷 게시판에는 충격과 불안, 놀라움과 꺼림칙한 반응을 담은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얼마 안 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보던 '인간 대(對) 사이보그'의 전쟁이 벌어지는 세상이 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미국 국방부가 주최한 '로봇공학 챌린지'에서 15위를 차지한 로보티즈 김병수 대표는 "과학기술은 인류의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는 한 인류를 위협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유소연 기자]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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