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줄 모르면 죽는다네>
-- 서산대사 --
이보게, 친구!
살아 있다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다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가는 길임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다 내 것인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하나도 못가지고 가는 법
쓸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같다네,
천가지 만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위의
한점 눈(雪)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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