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평소 들어는 본 것 같기는 한 데, 나에게 얼마전까지는 생소한 느낌의 단어에, 최근 수십일 동안 집착했다.
2014년 3월 기준,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 3항에 따른 대안학교, 즉 문교부 인가 대안학교는 사립 18개교, 공립 6개교등 총 24교이고, 2013년 6월 자료에 보니 전국의 미인가 대안학교는 185개다. 8526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고 한다. 미인가 자료기준는 아마도 2012년 말이지 싶다. 미인가 대안학교는 검정교시를 보고 학력인정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인 간디학교가 1997년 설립된 지 16년 만의 성장과 변화다.
대안학교의 입법 명칭은 '특성화학교' 라 한다. 본래, '조리'고등학교, '애니메이션'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 '농업'고등학교 등, 한 분야에 대한 특성화가 명확한 교육기관과 같이 인문교육기관과 차별화하는 특성을 나타내는데서 비롯되어진 것이지만, 1997,8년에 간디학교, 양업고, 성지고, 원경고, 화랑고, 한빛고 등 6개의 대안학교를 인가하는 과정에서 '대안'이란 말 대신 입법성을 띤 명칭을 정하는 가운데 '특성화'라는 말이 고식화되었고, '특성화교과'라는 명칭 역시 대안교육현장에서 실시한 '새로운 교육적 시도가 담긴 새로운 교육내용을 일반교과와 차별하여 총칭하는 말' 로서 통용되었다.
'특성화 교과 선정에 있어서 대부분의 대안학교에서는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해 나가는 데 필요한 여러 종합적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유형화하면서 다양하게 개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데,
현재는, 대표적인 대안학교 유형으로, 특성화교학교에 더하여, 학교부적응, 다문화가정 자녀, 탈북자녀, ·미혼모자녀, ·선교목적, ·국제교육, 교육방식변화요구등 다양한 교육수요를 공교육이 담아내기에는 한계있어, 공교육의 한계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런 목적의 대안학교 출현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류나 어떤 이유에서건 공교육을 불신하는 부류들, 즉, 공교육으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나 부모가 많은 데, 앞서의 자료에서 보듯이, 대부분 사립이며, 정작 공립 대안학교가 의외로 적다. 비인가 사립 대안학교가 난립하고 있고, 인가학교도 선교등의 목적을 노골적으로 들어내는 기독교 계열학교가 많다. 이런 학교들은 입학조건에 학생과 부모의 교인 자격을 요구하고 면접까지 친단다.
이렇게 사립이라도, 굳이 인가받아서 운영되는 대안학교라면 정책적 보조가 있을 법 한데, 이처럼, 노골적인 선교방편으로, 외국대학 입시 목적으로 설립 또는 운영되고 있는 대안학교들이라면, 인가되어 정책적 보조를 받으면서 운영되는 것이 본래 특성화학교 즉 대안학교 목적에 맞는 것인지? 또 다른 특성화된 입시기관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더 해진다.
그리고, 공립대안학교가 적은 것은, 공교육을 담당하는 정부나 교육관계자들이, 공교육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크서, '고교까지도 무상교육을 실시해주겠다는 마당에 비싼 돈내고 무신 대안학교?' 사립이 잘 나서고 있는 데, 굳이 국가 돈 축내면서, 공립대안학교가 확산하는 것을 인정을 안하겠다는 것인지, 현대적 교육추세를 무시하거나, 교육전략이 부족하거나, 혁신적 사고전환이 없는 것인지? 대안학교의 출현의 불가피성을 제대로 못느끼는 것인지?
무턱대고, 학부모들이, 외국계대학 입시목적으로, 이에 대한 욕구충족이 부족한 공교육이나 공립 대안학교를 기피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이런 대안학교를 지원하기 때문에, 정작 공립대안학교가 적은 것인지?
학교공부에 적응못하고, 방황하는 우리 꼬맹이, 지각등교 등의 사유로 담임으로부터 연락도 오고, 나와 지어미의 역할을 대신하며 동생을 뒷바라지 해온 딸애의 하소연도 있고 해서, 정규교육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대안학교를 모색하자는 생각으로, 9월들어, 전국의 대안학교관련자료를 모으고, 사이트를 들어가 보고, 직접 찾아가서 확인 한 곳도 수 곳이다.
손자재롱을 즐길 이 나이에, 대안학교 찾는 데, 골을 싸매야하는 이 신세가 한심하고, 처량하기 한량없다. 앞으로 찾아가 보아야 할 대안학교도 많다. '데리고 살기 힘드니, 대안학교 보낸다' 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당사자인 꼬맹이가 충분히, 납득하고 동의하는 전제로 대안학교를 보내야 한다기에, 꼬맹이 적응가능여부도 확인하고, 꼬맹를 설득하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어야 겠기에, 설득前에 사전조사를 하는 것이다. 쉽게 '이 학교다' 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며칠전에, 꼬맹이에게 준비없이 대안학교 이야기를 꺼냈다가, 놈에게, 한방먹었다.
"기독교계열 대안학교인데, 학생과 부모가 모두 기독교인이 되어야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된다더라. 니도 알다시피, 아빠가, 니 엄마를 25년동안 교회문앞에 데려다 주고 데려와도 교회문을 안 밟았는 데, 니를 거기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아빠가 기독교인으로 등록하겠다.'
"니 공부도 안하고 방황해 쌌는데, 그래 가지고 세월 보내게 되면, 뒤에 후회하게 된다. 그러지 말고 대안학교에 라도 가자"
포항 한동대학 캠퍼스내에 있는, 선교목적 대안학교인 '한동글로벌학교'를 다녀와서, 꼬맹이한테, 이런 선교목적 대안학교에 들어갈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할까 싶어 꼬맹이 한테 운을 떼봤더니,
꼬맹이 한 칼에 짜른다.
"아빠가 나 때문에 절대 기독교인이 되지 마라. 그런 유치한 짓은 절대하지마라. 나는 절대 대안학교 안간다"
"나 요새 성적 좀 올라간다 그러니, 여기서(부산) 중학 마치고, 고등학교 때 서울 올라가께"
대안학교에 대한 생소함과 부산에서 그동안 사귄 친구들과 어울림이 깨어지고 새로운 환경 적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지, 아빠의 입장을 생각하는 척하며, 강하게 반대한다. 미리 우기는 것인지, 애원하는 것인지 구분이 안된다.
"(아뿔사 그냥 떠 본다는 게, 내가 준비가 너무 부족했구나!) 그래, 오늘은 진지하게 의논한 걸로 의미를 찾고, 다음에 다시 의논하자" 하며, 논의를 접은 일이 있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대안학교 탐방에 나섰다.
그러면서, 나자신 우스워진다. 애들의 학교라면, 딸래미 때부터 학교문턱도 한번 안 넘어보고, 담임선생도 만나보지도 않고, 당연히, 애들문제 상담 한번 안해놓고서, 이제와서도, 정규제도권안에서, 정규제도권 선생과 상담을 통해 우짜든지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정규제도권 선생의 의견도 참고하여, 그 다음에 대안학교를 고려해야되지 싶은 데, 그런 주제에 무슨 바람이 들어서, 뭘 믿고, 왜?... 때뜸 대안학교 부터 찾아다녀? 대안학교를 찾아 다니면서,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이런 의문과 자책감이 발길를 더디게 한다.
꼬맹이 말은 그걸 꼬집는 것 아닐까?
'아빠는 학교에 자주 찾아와서 선생님께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 한번 해보지도 않고, 엄마잃고 우왕좌왕하다, 사춘기로 접어들어, 방황이 한참인 나!, 나자신도 주체 못하는 나를, 감당하기 힘드니까 무책임하게 대안학교를 생각하는 것' 이라고
우리 꼬맹이가 대안학교를 다녀야 한다면, 당연히, 다문화가정 자녀, 탈북자녀, ·미혼모자녀대상학교는 물론 아니다. 선교목적 대안학교, 국제교육, 특수목적교육 대안학교가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데,
국제학교 성격의 대안학교나 특수목적 대안학교는, 참인지 사기인지 모르지만, 외국대학인정 학교, 즉 외국 대학에 지원할 때, 이 학교를 졸업했다면, 고등학교학력을 인정해주는 그런 대안학교란다. 이런 학교중 유명한 곳이 인천송도국제학교다.
선교목적 대안학교는 무수히 많다. 포항 한동글로벌학교, 충주나 문경의 글로벌선진학교, 두레자연중학교 같은 기독교게열, 경주 화랑고등학교나 용인 헌산중학교 같은 원불교계통이다.
기독교계열의 대안학교는 알아볼 수록, 이 계통을 다니기 위한 걸림돌은, 아빠인 내가 되어버린다. 내가 입학조건인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과 부모가 교인일 것' 이 입학의 주요조건이다. 이놈의 학교들이, 학생만 받아서 교인으로 만들면 되었지 부모까지 교인으로 만들라고? 기독교 특유의 배태적 처신에 속으로 강한 분노(?)가 끌어오른다.
'니를 거기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아빠가 기독교인으로 등록하겠다.' 고 떠봤지만, 녀석은 아빠가, 이런 기독교적 형태에 속으로 분노를 갈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일까? 한마디로, '그런 쓸데없는 짓 하지마라' 일갈(?) 한다. 속으로 얼마나 고마운지....
국제학교이든, 선교목적중 기독교계열학교는 대부분 80%이상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학교들이다. 많은 영미권 선교사 교류등 통해 확보되는 지도자 자원의 풍부함 대문인지, 기독교, 원불교등 종교집단이 운영하는 대안학교중에서도 기독교계열이 많다.
또, 들어가서 '학력을 인정해준다는 외국대학교'로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덩달아 많은 분량의 공부를 소화해야 한다. 한마디로, 입학하기가 쉽지 않다. 이전의 명문학교, 지금의 유명사립학교는 저리 가라다. 부모의 배경등이 주요한 입학요건일 뿐만아니라, 성적도 상당히 상위 클라스라야 한다.
그외 현 교육제도하의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 못하거나 특기를 살기기 위해 학생을 수용하는 특수학교등이 있다. 산청간디중학교, 간디고등학교, 청학동 어울림학교등 이런 부류이지 싶다.
그렇다면, 우리 꼬맹이에 맞는 대안학교는 어떤 부류인가? 그런 대안학교가 있기라도 한 것일까? 공교육을 충실하게 받도록 힘써 주는 게, 최우선 아닐까? 녀석의 사춘기 고민을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이해해주고 감싸주고, 옆에서 보살펴주면서 우선 공교육에 충실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의무와 역활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녀석의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 가야 한다. 녀석을 다시 불러 올리든, 내가 부산으로 내려가든 올겨울 방학때 녀석에게 다가가는 결정을 해야한다. 올봄 부산으로 녀석을 내려 보냈던 것은, 당시로서, 녀석의 소원을 꺾을 수 없어 결정을 했는 데, 내가 너무 고민없이 너무 가볍게, 애들의 의견만 들어주었다는 후회가 막심하다.
많은 이들이 찾아다니는 대안학교의 불가피성이, 깊은 교육적 성찰로 부터 도출된 결론이라면, '공교육에서도 대안학교로 떠돌아 다녀야 하는 아이들을 왜 수용하도록 성찰하지 못하는 가? 깊은 고뇌와 성찰이 부족한 것 아닌가? 내가 학교의 실정을 모르듯이, 성찰이 부족하니, 학교 역시 어린애들의 고민은 물론이고, 학부모의 고민이나 바람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물론, 개개교사의 사명감과 노력만으로 될일이 아닐 것이다. 학교운영전반의 시스템문제인가? 교육제도의 문제인가? 왜 정규학교가 있는데, 또 그렇게 전국 구석구석에 인가된 대안학교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지?, 아마도 빌어먹을 예산문제가 크지 싶다. 아니면 예산핑계로, 공교육에서 '혁신과 창의 교육' 이라는 대안학교식 교육을 굳이 회피하는 짓인지도 모르겠다. 공무원 연금파동에서 보듯이, 타 직종에 비해, 두둑한 노후생활이 보장된 쌤들이 굳이 나서서 애들하고 씨름하며, 애를 쓸 필요가 없다는 복지부동의 한 형태인가?
'90%는 어린에 같은 마음, 10%정도는 말귀 알아듣는 정도, 그런 모습의 우리 꼬맹이, 이전에는 100%가 어린애적 사고이더니만, 조금씩 상황을 인식해가기는 한다. 언제, 4~50%정도만이라도 어른스러움이 돌아올까?
홀애비 생활,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느껴가는 체력의 부담, 마감이 임박해 가는 직장생활등에 대한 회한, 그것만으로도 벅찬데,
'미래가 없다'
'날마다 스트레스가 쌓여만 가고, 줄어들지를 않는다'
고 하소연하는 녀석에게 미래에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녀석의 스트레스까지, 어찌, 어디까지 해소해 줘야하나? 녀석이 이런 하소연을 할 때까지, 아빠로서 뭐했는 지 후회막급이다.
그러니, 공부는 않고 방황하는 녀석을 공교육이든, 대안학교든 어떻게 공부자리에 앉혀서, 무사히 학창시절을 마치고,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성년까지 우찌 이끌어야 할지?
신문지상에서 진짜로 고생하는 사람들에 비한다면, 행복한 고민이라 하겠지만, 나로서는 유달리 올부터, 4重苦, 5重苦의 '苦'의 파고가 밀려오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아니, 보인다. 이제야 내가 철(哲)이드는 것인지? '철(哲)이 든다'는 의미를 이제야 깨닫는 것인지? 그렇다면, 아무래도, 철드는 때가 너무 늦은 것같다.
어쨋거나, 더 큰 부담은, 당장에 그 4중고 5중고를 덜어줄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곤데 대안학교도 다시 다녀보는 쓸데없는(?) 계획은 있다만, 녀석을 설득하는 일도 만만찮은 부담이다.
이 시점에 기대하는 해결책중 가능성이 큰 것은, 시간을 떼우고 어영부영 지나다보면, 거짓말처럼 문제로부터 비켜나 있을 것이라는 경험적 믿음뿐이다. 정영 그 길밖에 없으리?
<다녀본 대안학교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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