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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玉忠錫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by 靑野(청야) 2021. 2. 20.

어느날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중학교동기회 총무한테서 전화가 왔다.

수화기를 들자, 다짜고짜,

 

(총무)
"니 錫이(서기) 맞제?

錫아(서가)! 니 오래 살끼다.

어제 저녁에 니 조문갔다 아이가. 

부산 사는 동기들 다 왔었다.

가시나들도 거의 다 왔는 데,

동창들이 니 죽은 덕분에

오래간만에 부산 사는 아~들

거의 다 모여서 동기회 했다."

 

(나)
"아침부터 니 지금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 찌꺼리노?

자슥이 뭘 잘못 묵은나 ?"

 

(총무)
"아이고! 서가 들어봐~라.

어제 저녁에 회장이 전화가 와서

서기 니가 술마시고 오토바이타고 가다가

트럭에 치어서 즉사 했단다.

니가 죽었다 그말이다

 

'동기들한테 연락해서

저녁 10경에 모병원 영안실로 집합시켜라'

해서 사발통문 연락해 다 모였다 아이가.

연주(시골 동기이자 친척)는

저거 신랑이 태워주는 차로 허겁지겁 왔는 데,

 

'아이고 서가 서가….'

 

하고 울면서 빈소로 찾아왔고,

재서기는 오로지 이 형님 생각하면서 향피우고 절하고

나서 사진 한번 마지막 본다면서 올려다 보니...

 

(나)

"지랄! 그러면 나한테 확인해보지"

(총무)

"야, 니 죽었다는데 죽은 놈한테 무신 확인이고,

니가 죽었다 하니 니 빼고 다 연락했다 아이가,

어디 천당으로 연락하라 말이가

지옥으로 연락하라 말이가"

 

(나)

'미친놈의 자슥들 멀쩡한 사람 두고…..

당최 무슨 소린이지!!"

 

(총무)
"사연은 뒤에 듣고, 니 술한턱 내라,

산사람이 조문 받으면 오래 산다더라.

술 살끼가 안 살끼가?"


중학교는 거제도 연초중학교.

남녀공학임. A반은 50여명 모두 남자.

B반은 반은 남자, 반은 여자 해서 총동기 약 100명.

그 중학 동기중에 한자와 한글 성명이 똑 같은 이가 둘 다녔다.

 

나와 또 다른 忠錫이를 우리 동기들은

'큰 忠錫이', '작은 忠錫(나)이'

또는 '오비 忠錫이', 연초 忠錫(나)이' 라 불렀다.

(오비는 큰 忠錫이가 살았던 지역명)
오비 忠錫는 키가 좀 크고, 오비 국민(초등)학교를 나왔고

나는 연초국민(초등)학교를 나와서

모두 연초중학교에 들어간 것이다.

그 忠錫이 중의 한 명인 오비 忠錫이가

중학교 졸업후 거의 동창회 교류가 없었다.

해서,중학교 동기들중 오비忠錫이와

같은 초등학교 동기들만이 그와 알고 지내는 사이로,

오비忠錫이와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 아닌 동기들은

忠錫이' 하면 연초 忠錫이 만이 머리에 자리잡게 되었다.

졸업후 생활 전선을 열심히 전전해온 오비 忠錫이가

여차저차한 관계로, 밤에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트럭이 싣고 가는 나무을 받고 돌아가셨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또 다른 忠錫이인 나에게는

그 때문에 기막힌 사연을 겪게 된 것이다.


우쨋거나 다시 한번,

 

'돌아가신 忠錫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그리하여, 오비忠錫이의 초등학교 동기이기도 한

중학동기가 중학교동기회장한테 다급하게 알린것이다.

 

'忠錫이가 죽었다'

.

회장은 총무에게 총무는

다시 중학교 동기들한테 알리고,

거제에서, 부산에서, 마산에서

동기들이 막 조문하러 달려 온거라네.

ㅎㅎㅎ


이 과정에 누구도

 

'어느 忠錫이 말이고?,

오비忠錫이가 연초 忠錫이가'

 

라고 물어보지도 않고,

설명도 안 해주고,

누구나 당연히 忠錫이 하면

부산의 모모 명문고에 들어간

그 연초 忠錫이로 안거지.

여러 친구들이

향을 피우고 절하고 나서 사진을 보니,

 

'이거 아이다'

 

했다는 게야.그 때사 번개처럼

어찌된 사연인지 머리를 스쳐가는 데,

사연이 너무 웃기게 되었지만,

 

조문중에 웃을 수도 없고,

정숙히 조문을 끝내고 조위금까지 내고 나왔다네.

 

어짜피 동기는 동기니까

조문온 동기들은 모두 조문을 하기로 하고,

조문 끝난 후에 모여서 임시 동기회를 하면서

그날의 사태에 대해 너무나 어이없어했고,

기막혀 했다는 군. .

그 소릴 듣고 내가 그랬지,

"어이 총무, 그날 내 조문하러 안 온 놈들 명단 적어내!!!"

 

2002년 6월 어느 날에 있었던 사연이였다

이 글은 www.kng27.com '나도한마디'에 올렸던 글이다

지금 생각해도 기가막힌다.

아직 까지도 중학동기들 만나

그때 일을 떠올릴 경우가 있으면

박장대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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