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내의 한 여름밤
2016년 칠월의 마지막 날
- 산속에 어둠이 잦아들자,
천둥. 번개에 이어 소나기가 쏟아졌다.
한낮의 더위에 헉헉대는 대지의 생명들에
마치 미안함을 달래기라도 하는 듯이,
그렇게 한동안 쏟아지던 소나기가 지나고,
산속의 늦은 밤하늘에는 초롱한 별들이 하나둘,
검은 구름을 벗어나 빤짝거리기 시작하네.
산들과 초목이 품어내는
시원하고 맑은 공기는
방안의 에어컨 냉기가 비할 바가 아니다
덕분에, 한낮 대지를 달구던 포악한 열기는 물러가고,
이제 다음날 해뜰때까지는
더위를 잊고도 남을 것이다
며칠째 반복하는 자연의 프로세스다
잘 짜여진 전략처럼,
생명들을 훈련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비개인 어두운 산속의 밤,
멀리 오토캠핑장들의 불빛, 고라니 짝부르는 소리들이
적막속에 유일한 생명의 흔적들이다.
이때쯤이면
아침이면 물안개로 피어 오를
산속 대지의 기운이
초목과 시내와 호수에 스며든다
방을 벗어나, 홀로 데크위에 앉아,
어둠속에서
어느듯 무리지어 반짝이는 별빛과 적막을 벗하며,
살갗을 스치는 서늘한 기운을 안주삼아
소주잔 기울이며
지난 인생, 남은 여생 생각하니,
세상에
아쉬움도, 부러울 것도 없고,
미련도 없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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