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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의 장막을 걷어내면, 비로소 심우주의 모습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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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우주천문

무한한 우주 만든 '급팽창' 증거 찾았다

by 靑野(청야) 2014. 3. 19.

 

138억 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빅뱅) 직후 초기 우주가 급격히 팽창했다는 이론인 ‘인플레이션’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발견됐다.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과학적 발견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는 17일(현지시간)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이론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빅뱅’ 직후 ‘1억분의 1억분의 1억분의 1억분의 1초’보다 더 짧은 시간(10-37초부터 10-32초 사이)에 초기 우주가 ‘1억배의 1억배의 1만배’ 내지 ‘1억배의 1억배의 1억배의 1백만배’로 커지는 급팽창을 겪었다는 이론이다.
 
1980년 앨런 구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가 처음 발표했고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간접적 증거가 이어지면서 주류 이론이 됐지만 30여 년 동안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에 연구팀은 남극에 있는 바이셉2(BiCEP-2) 망원경으로 관측한 ‘우주 배경 복사’에서 이 이론을 증명할 직접 증거인 중력파를 최초로 확인한 것이다.

중력파가 우주배경복사에 원형 편광을 만들었다(색깔이 있는 부분). 원형평광은 중력파만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중력파의 증거라 할 수 있다. -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제공
중력파가 우주배경복사에 원형 편광을 만들었다(색깔이 있는 부분). 원형평광은 중력파만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중력파의 증거라 할 수 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제공
 
우주 배경 복사는 우주 전체를 가득 채우며 고르게 퍼져 있는 초단파 영역의 전자기파로 빅뱅 이론의 가장 중요한 증거 중 하나다. 또 중력파란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사방으로 퍼져가는 물결처럼 시공간에 생기는 파동을 뜻한다. 물 속에 풍선을 넣고 매우 빠르게 공기를 불어넣으면 물과 닿은 풍선 표면의 모든 곳에서 수면파가 발생하는 것처럼, 초기 우주가 급격히 팽창했다면 모든 방향으로 중력파를 발생시켰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예측해 왔다.

중력파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1916년에 발표한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그 존재가 일찌감치 예측됐지만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아 오늘날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중력파를 간접적으로 찾아낸 미국 물리학자 조세프 테일러와 러셀 헐스가 199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중력파의 발견은 천체물리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번에 연구팀은 급팽창으로 인해 발생한 중력파가 빛의 속도로 확산되면서 시공간에 뒤틀림 현상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우주 배경 복사에 독특한 원형 편광 패턴을 만들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현재 망원경으로 관찰이 가능한 가장 오래된 시점인 빅뱅 이후 38만 년 뒤에 우주 배경 복사 속에 남겨진 중력파의 흔적을 찾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의 신뢰수준을 5.9시그마(σ)로 밝혔다. 99.999999636%의 정확도를 의미하며, 2012년 8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이 “힉스 입자를 찾았다”며 밝힌 신뢰수준인 5시그마(정확도 99.999943%)보다 더 정확하다. 증명의 기준이 매우 까다로운 자연과학에서도 5시그마 정도면 통상적으로 ‘확실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세계 과학계는 크게 주목하고 있다. 연구단장 존 코백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 부교수는 “중력파가 만든 신호를 탐지하는 것은 오늘날 우주론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며 “수많은 사람의 엄청난 노력으로 이 지점까지 도달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송영선 한국천문연구원 창의선도과학본부 선임연구원은 “우주의 초기값을 알게 된 만큼 추후 연구로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왜 발생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로 가설뿐이었던 우주의 역사를 인플레이션부터 지금까지 상세히 기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이번 발견을 대대적으로 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가설을 처음으로 제창했던 앨런 구스 교수는 미국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감탄했다. BBC는 이 발견에 결함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노벨상은 확정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발견으로 빅뱅 이론에 다시 큰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엄청난 성과인건 분명하지만 과거 CERN의 오페라(OPERA)팀이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는 실험결과를 성급하게 발표했다가 나중에 오류 가능성을 인정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위 글 출처:동아사이언스 3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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