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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대란

by 靑野(청야) 2011. 9. 16.

    <난대없는 정전으로 엘레베이트 안에 갇힌 사람 구조차 온 119>

    9월15일, 내 양력생일날이다.

    추석연휴 뒤끝이기도 하고.
    하지만, 양력으로 지내지도 않는 데, 
    어떻게 생일날을 알았는지 축하 메세지가 온다.
    내 신상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증거?

    오후 5시쯤인가 티비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찾아왔다. 예고 없는 정전이다.
    근래에 보기드문 정전사태인 것이다.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하니 계속 통화중이다.

    '나 처럼 성질 급한 사람들이 이 아파트에 많이 사나부다' 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불이 들어 오지 않기에,
    아파트 문을 나섰다. 관리 사무소에 상황를 알아보러 한 것이다.

    엘리베이트 앞에서 119 구조대가 서성인다.

    "무슨 일이래요?"

    "정전 때문에 사람이 갇혔어요"

    '(왠일이래, 요즈음들어 그런 일 없었는 데....중국수준인가? )'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며, 관리사무소로 가서 물었다

    "왜 정전이래요"

    "우리도 모르겠어요, 송파구 전체가 정전이래요"

    컴컴한 사무소를 지키던 아가씬지, 아줌만지 상황파악 못하고 있다.

    나온 김에, 아파트단지를 몇바퀴 돌았다
    아파트 상가 앞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있다.

    정전사태에 놀라 나와 있나 하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길거리에 왠 여자가 누워 있고,
    옆에 소형차가 중앙선을 비스듬이 가로질러 서있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왠 난리야? 오늘 따라"

    아파트단지를 돌고 들어오니, 불이 들어 와 있다
    티비, 인터넷을 켜니 역시 난리가 났다.

    예비전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본 한전에서 단전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아무 예고 없이 취한 조치란다.
    예비전력율이 일정한 수준이하로 떨어지면, 매뉴얼에 따라 단전조치를 취해야 하는 모양이다.

    헌데, 그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매뉴얼은 잘 준비 되어 있을 터이다.
    문제는 그 매뉴얼대로 행동지침이 습관화 되지 않았을 뿐일 것이다.
    매뉴얼이 있다지만, 읽어보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매뉴얼이 있는 지를 모를지도 모른다.

    '매뉴얼대로 지키다 보니,  융통성없이 대응하다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는 일본의 원전사태

    '매뉴얼을 무시하고, 응급대응한 한국의 단전조치...'

    정부의 빗나간 예비전력율 예측,
    한여름이 지났다고  25기의 발전설비의 보수.수리에 들어간  것이나,
    예비전력율이 떨어지자 허둥대다 매뉴얼 대로 처신을 잊어버리고, 앞뒤 생각도 없이 단전시킨 한전,

     

    '전력공급지휘부의 총체적 직무유기' 라 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어디, 이번 일에만 그러하냐?
    어디, 이런 조직, 이런 사회에서만 그러하랴?

    정치, 사회지도자들의 도덕성이나, 국가관은 물론이고,
    덩치는 국가나 국가 급이라도 행동거지 하나하나 뜯어보면, 한마디로 장기판의 졸, 졸판수준들이다.

    오로지 성장만이 살길이라는 기업도 오십보 백보
    반대를 위한 반대, 내가 속한 조직 논리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이기적인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마찬가지다. 
    국가. 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메카니즘이 총체적 부실이다?

    졸판들이 전체를 이루니 얼기설기 모양은 그럴 듯해도,
    총체적 부실은 당연지사이다.

    이런 불안한 사회구조로 성장가도를 달려가?
    勢만 불린다고 성장하고,
    덩치만 퀴운다고 성장이 지속된다?

    하나하나, 행동거지가 절도있고, 지혜롭지 못하면, 사상누각이다.
    창의와 효율이 부단히 살아 있지 않는 성장은
    언젠가는 自重으로 그냥 주저 않게 될 것이다

    기호지세의 문명의 속성상  성장하여야 생존한다.
    하지만, 勢만불리고, 덩치만 키운 성장은 더 큰 화를 초래 할 것이다.

    이 문명사회는 성장하지 않고 생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10여년전의 IMF,2009년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 위기나
    요즈음의 미국, 유럽의 국가적 위기를 지켜보노라면,
    아직도 세계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어찌보면,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숙명일 것이다.
    태생적으로 기호지세(騎虎之歲)의 문명이기 때문이다.

    비록 한시적 사태이지만, 한전의 단전사태를 겪어면서,
    이 문명이 지고 있는 거대한 숙명의 짊을 느낀다.

    에너지 소모가 천정부지로 늘어만 가는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열심히 훈련하여, 매뉴얼대로 한다하여,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차라리 매뉴얼을 무시하고 허둥되는 꼴이
    더 큰 재난을 예고하는 경고로 봐야 하지 않을까?

    경고를 경고로 읽지 못하고
    정부의 빗나간 예측, 한전의 허둥되는 꼴만 나무라서는,
    이 위기의 근본이 덮히게 될 것이다.

    문명의 위기가 막바지에 온 느낌이 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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