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잡록/산을 물로보지마라3
23. 산골에서의 하루
靑野(청야)
2020. 11. 6. 09:09
23. 산골에서의 하루

오늘
해가 뜨니 밝은 날,
해가 지니 다시 어두운 밤
그냥 오늘 하루,
그리고 이틀 사흘....열흘쯤
하루하루를 꼽아 열손가락 넘어가면
지난 세월 언제던가?
앞으로 다가올 언제쯤이겠지?
우리 인생의 셈에
그 한번의 순환, 이른바
'하루'의 순환이면 족하지 않으리요?
그 날이 모여
일주일, 한달, 1년,10년,....
율리우스, 그레고리 할배처럼
굳이 오랜 세월을 셈하여 나누고,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 하며
저절로 다가올 날들을 애태우면서
일희일비할 필요가 있으리?
하루 해가 뜨고 나면 그런가 보다,.
하루 해가 지고 나면 그런가 보다
그 이상 굳이 셈하지 말자
굳이 셈해서 무엇하리?
굳이 세월을 재단하여 어디에 쓰리?
어느 듯, 그날이 멀어져
열손가락 꼽을 날들이 넘어가면
언젠가 그랬나 보다,
아쉬움과 미련을 떨쳐내고,
어느 듯 그날이 다가와
열손가락 꼽을 날들이 되면
그때사 손가락 꼽아보며
그런가보다 ?
그러니
언제나 새날을 맞이하는
하루하루면 족하지 않으리?
사과나무를 심어두면
언젠가 사과가 열리겠지?
꽃이 지고 나면
언젠가 다시 피겠지?
태양이 하루하루를 세며
그렇게 수십억년을 뜨고 지겠느냐?
수십억년을 그냥 하루하루 뜨고 질 뿐
애써, 그날들을 기억하지 말자
애써, 그날들을 기다리지 말자
山內의 숲을 지나는 바람
보이지 않는 바람은
'나를 보아라'
山內의 시내를 흘러가는 물
모양없는 시냇물은
'나를 닮아라'
끊임없이 속삭인다.
2016년 9월16일
靑野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