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양육/늦둥이養育記
59_기특한 어린 중재자
靑野(청야)
2018. 10. 26. 17:37
2006 늦가을, 이 나이가 되어도, 자다가 이불과 요와 내몸이 따로 노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분다던지하여, 일기불순하던지, 환절기가 되면, 등쪽은 침대.바닥의 고온(?)과 접하여 땀이 날 지경이나, 배쪽은 덮는 이불은 어디로 가버리고 싸늘한 공기에 노출되어 수시간 온도차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게 자고나면, 콧물, 재채기가 쉽게 걸리는 약골의 체질이 더욱 부댓끼게 된다.
지금에사 점점 드물어지지만, 간혹, 대단한(?) 울마누라와 다툴 때가 있다. 대부분의 부부쌈이다 그렇겠지만, 시작할 때는 정말 별 일이 아닌 사소한 건덕지로 시작한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장대하리라'하는 경귀가 정말 딱 들어맞는 경우를 우리 부부사이의 다툼에서 종종 경험해 온 터이다. 이런 경험의 현장이 어쩔 수(?) 없이 딸애에게도 공개되기도 한 터였는 데, 한참을 자란 후에도 그런 쓸데없는 경험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던, 참을성 없었던 내 성깔머리와 지혜롭지 못한 대처능력에 무수히 자조한 터였다. 부모로서의 무지와 인내하지 못하고, 그 순간을 슬기롭게 넘기는 지혜를, 다툼을 하드래도, 작전구사하듯이, 딸애 모르게 한다던지 하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하지만, 이런 무수한 반성속에서도, '세살 버릇 여든간다'는 속담을 확인시키듯이, '나이도 나이구나' 속으로 씁쓸해 하면서도, 때가 되고 여건만 되면 그 성질이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그 동안 이리저리 모난 바위 정 맞듯이, 무수히 모난 성질 맞아오면서도 아직 성깔은 몸이 허물어지는 만큼 약화되지 않은 가보다.
어쨋튼, 딸애 키울때의 실패(?)를 늦둥이 녀석앞에서는 보여주지말자 다짐 또 다짐으로 그 동안 성질머리를 잘 관리해왔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터였다.
그러구러 많은 세월이 흘러고 또 흘러...
3년전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너무 높다는 둥(25층중 22층), 늦둥이가 들락거리는 데 불편하다는둥 하면서 마누라가 불평해 쌌더니, 결국 낮은 층으로 갈아탈려고 계약을 했다. 분양받은 걸 팔고, 기존의 전세를 빼서, 좀 더 넓어진 낮은 층 아파트로...이게 우리 마누라의 작전이고 나도 전적으로라기 보다는 어쩔수 없이 동의한 터였다. 헌데, 이게 왼 동토냐?
분양받은 아파트를 팔기도 전에, 낮은 층 아파트를 계약했는 데, 이 때가 2006년 3.30 부동산 대책발표시기가 있었다. 제수없는 놈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살던 곳 전세는 전세대로, 분양받은 아파트 매매는 매매대로, 수요가 뚝 끊기는 바람에, 새로 계약한 아파트 중도금이고 잔금을 대출받아 조달하느라고 뭔줄이 다빠지고, 상당히 오랫동안 분양받은 아파트의 대출이자에 엎어서, 대출받아 추가로 계약한 아파트 이자에다.....살지도 않는 아파드 관리비까지...
이런 류의 피해를 본 사람들이 좀 많을까? 옛날같으면, '애꿎은 정부 탓'한다 하였겠지만, 이번 내 경우 만큼은 대부분 정부탓이다. 빌어먹을 서울의 강남인가 하는 동네 손본다면서, 애꿎게 엉뚱한 동네, 엉뚱한 이사람에게 까지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안겨준게 장난이 아니였다. '* 노무시키들' 몇달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속으로야 저주를 퍼부어댈수 밖에. 이 툼바구니에 낑겨서 엄청 고통을 당한 물질적, 정신적 고통이 장난이 아니였다네
분양 받은 아파트에 들어 갈려고, 1년전에 살던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들어 갔는 데, 그 집마저 전세가 나가질 않고, 전세값도 엄청 내려, 2년이 되지 않았다고, 내몰라라하는 전세집 주인에게, 애꿎게 욕만 해댈 수 없고....
어찌어찌하여 찬바람이 나자,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이 전세값이 전세들 때 값으로 올라, 그제사 집주인의 양해하에, 얼씨구나 하고 덜렁, 전세계약을 하게 되었다.
분양받은 아파트를 팔기도 전에, 전세를 비워져야할 날이 다가오는 데, 분양받은 아파트나, 갈아 탈려는 아파트 모두 아직은 전세, 매매가 되질 않아, 그중 한 곳에 입주키로 했다. 세 아파트를 두고 이런저런 비용에다, 은행이자까지, 골을 썪이는 데, 입주를 준비할려니, 마누라 사소한 행동거지마저, 이런저런 골치 아픈 일에 연계되어 짜증을 일으킬 정도 신경도 곤두섰나 보다.
입주할 집내부수리문제로 사소한 의견차이가 점점 확대되어 고성이 오갔으리라.
늦둥이 녀석이 갑자기 높아지는 고성에 깜작 놀난 모습이다. 이전에도 간혹 이런 경험을 한 녀석, 그 정답던(?) 아빠엄마가 오래간만에, 말다툼이라!!!
나는 거실PC앞, 마누라는 딸래미 방에다 진지를 구축하고 서로 꾸찌(?)포를 난사하고 있는 데...
'고만해라'
상황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녀석이, 얼마나 아빠,엄마 하는 꼴들이 지 수준에도 기가찼던지, 평소 큰소리만 처도 울먹이던 녀석이 답지 않게, '고만해라'고 대갈일성(?)을 지른다.
'움찔', 하면서 성질머리 가속 페달을 밟아도 당장에 멈쳐지나? 여전히, 진도를 뺐다, 녀석이 몇번을 '고만해라' 고함을 지르는 통에,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쨉싸게 집을 나와버렸다. 이런 때는 맞상대보다는 일단 상황을 피해서, 머리를 식히는 게 특효약이라는 게, 경험상 터득한 터이다.
한참을 배외하다, 성질이 가라앉히고 들어가서 조용히 다시 PC앞에 앉아서 노닥거리고 있는 데,
어느새 녀석이 살금살금다가와서는 .
'사과해라. 엄마한테 잘못했다 해라'
제법 어른스럽게, 엄중히(?) 다그친다. 개구장이 모습은 간 데 없고 진지함이 제법이다. 나름대로는 심각했나 보다. 몇번을 다그치는 녀석의 기특함에, 마지 못해,
'알았다. 알았다' 할 수밖에.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녀석은 지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가서는
'엄마, 아빠가 사과했어, 잘못했데, 그러니 엄마도 사과해라'
일부러 아빠가 들어라 하는 소리같게 제법 큰소리로 중재다. '알았다'는 말을 '사과했다', '잘못했대'로 색깔을 칠해 중재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
지 엄마 목소리는 뭐라 뭐라 하는 데, 들리지 않지만, 녀석이 몇번을 왕복하는 것을 보니, 지 엄마 속알머리도 내 못지 않게 들끓었나 보다. 쉽게 녀석의 중재 약발이 않먹히는 게지.
이런식으로 몇번을 왕복사절로 왔다갔다하면서, 엄포를 놓더니, 잠잠.....
더이상 성질을 부리는 것은 녀석이 기울이는 나름대로 중재(?) 노력의 기특함을 죽이는 일일 것 같기도 하고 해서....
가을이지나 상황은 호전되어 비록 엄청 손해(?)를 감수를 했지만, 모든 걸 정리를 다하고, 며칠전 이사를 했다. 다시 1가구1주택으로 돌아간거다.
이사도 이사지만,
이번 경우에는 늦둥이에게 한 수 똑똑히 배운 바 크다.
ㅎㅎㅎ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