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할 것들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칭기스칸의 책사 야율초재의 말이다
"행복을 원한다면 욕망을 채우려 하기보다 욕심을 제거하는 쪽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삶이 허전한 것은 무언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비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이스의 현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한다.
동방의 현인 야율초재의 말이나, 서방의 현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나 그 말의 의미는 모두 일맥상한다.<이상출처: chsjinok.egloos.com/11182837 >
살림을 꾸리고 몇년을 살다보면 구석구석에 못쓴 물건, 못쓸 물건들이 싸여간다. 부셔져서 못쓰고 구형이라 못쓰고, 살 때 생각 쓸 때 생각 틀려서, 쓸 기회를 못찾아 못쓰고, 이런 저런 핑계로버리기는 아깝고 버릴곳도 마땅찮고, 차일피일
구석에 처박아 둔다. 처박아두는 공간이 아까워 그속에또 버려야할 작은 것들 집하장이 된다. 다음 이사갈 때 버리지 뭐 싶지만, 이사가서 막상버릴라 하니 뭔가 아깝고, 용도가 있을 것 같애서 다음에, 다음에,.. 하다보니 창고나 다용도실은 잡탕창고가 된다
살림살이만 그런게 아니다. 회사일도, 사회 모든 분야나, 나라일도 그렇다. 인생이라 피해갈 것 같지만, 이역시 에외는 없다. 환갑진갑 다 지나는 동안, 몸구석구석 노폐물이 싸여간다 열심히 노폐물이 싸여가게 해놓고, 또 이를 제거한다고 법석이다. 의술이나 처방약은 물론이고 음식이나 운동이다 등산이다 노폐물이 안쌓이게? 노폐물 제거에 혼신을 기우린다.
육체적인 인생뿐만아니라 정신적 인생도 마찬가지다.. 마음속에, 생각속에 온갖 욕망이 싹트고 자란다. 지적욕망, 아름답고 싶은 욕망, 건강하고 싶고, 오래살고, 품위있게 살고 싶은 욕망... 그렇게 배우고, 밤을 세워 공부하고, 그렇게 되기를 갈망하며 열심히 세월을 달려 왔다.
그와중에는 나무랄데 없는 욕망과 욕심도 , 꿈도 있지만, 쓸데없는 욕망도 부지기수다. 처음부터 지나쳤던 과대 욕망도 있고, 소박한 꿈도 있다. 그런 욕망과 꿈을 달성할려고 열심히들 달려 온 것이다.
남들보다 더, 적어도 남들만치라도, 성공하고 더 잘살게, 더 행복하게 살려한다. 그와중에 프라이드, 자부심이 개입한다. 아니면, '죽어도 못해' 식으로 다른 사람보기에 민망하고 체면의 문제, 자존심까지 끼어들어 판을 키운다. 어떤 때는 자존심, 자부심에 인생전체를 건다.. 배보다 배꼽이 커진 것이다. 인생이 자존김, 자부심을 낳지만, 왕왕 자부심, 자존심이 인생을 지배하게된다.
환갑진갑 다지나 문득 지나온 인생, 지금의 내 인생을 뒤돌아보니, 오래된 창고를 뒤져보는 것처럼, 처처에 버려야 할 것들이다. 어느듯 오래된 인생의 찌꺼기들이 급기야 생각 저생각에 감놔라 배놔라 내인생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있구나. 그동안 나름대로 경험하고 은근히 자부심으로 간직하고 왔던 경륜이라는 게 한순간에 쓰레기로 보인다. 버려야 할 것들이 지금까지 나를 옭아매고, 그야말로 감놔라 배나라 주인행세를 해왔구나.
출장을 끝내고 돌아가 출장보고서를 쓸 일을 생각하니 뭐하나 제대로 마무리한 게 없다.
발바닥은 굳은 살로 엉망이고 눈은 돋보기 쓰지 않으면 제대로 읽을 수 없다. 머리속엔 온간 지식이 태풍처럼 회오리 치듯 지나왔으나, 봄날의 기운, 햇살처럼 나를 포근하게 해주는 것이 뭣하나 남는 게 없는 것 같다. 잔뜩 욕심과 교만만이 판을 치고 있구나.
도가 무너지면, 덕이 나타나고, 덕이 무너지면 인이 나타나고 인이 무너지면 의가 나타나고 의가 무너지면 예가 나타난다..
노자는 '도는 간난아기와 같다' 했다, 환갑.진갑 다 지난 나는 인의예지신 도 무너지고 그다음은 막장드라마? 출장보고서 쓸 일이 걱정(?)이다. 출장비 반납하라하면 어째야 하나?
자연불인(大自然不仁)!
자연은 인자하지 못하다. 자연은 만물에 공평하기 때문에 굳이 인자하고 안하고 구분될 성질이 아닌 것이다. 인자한 자연이라면 그것은 만물이 아닌 인자함을 느끼는 대상에 한정한다, 그러니 자연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가자, 자연으로 돌아가자,
맑고 신선한 간난아기의 볼에 번지는 미소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가식없는 순수한 생각은 이제 불가능 한 것일까? 진갑이 지난 나이라지만, 반로환동(反老還童), 그런 순수함으로 되돌아갈 수 는 없는 것일까?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 그야말로 선인의 말씀이 피부로 와닫는다.
捨事眞行(사사진행),
문득, 느낌이 뇌리를 강타한다. 버리자, 쌓을 게 아니라 버릴 게 없을 때까지 버려나가자. 무엇을 버릴까?
환갑진갑 다지난 이나이에 무슨 바삐 서둘러야할 출장업무가 있으리오? 마음먹기에 달린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시게를 버려야 겟다. 한없이 큰 시간을 잘게 썰어 사람을 겁박하는 원흉이 시계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그속에 해와 달, 밝음과 어둠 그리고 별과 구름과 물과 산과 나무와 풀이 있으면 족한 것 아닌가?
자동차도 버려야 할 대상이다. 후세대들과 조금씩 나누어 가져야 할 한정된 자원을 기를 쓰고 소모하면서, 맑은 공기를 더럽힌다. 무엇보다도, 구름에 달가듯 두다리로 갈 수 있는 길도 자동차 없이는 엄두를 내지 않는다. 온천지에 자동차가 있다. 자동차 문화가 극에 달해 있는 것이다.
자동차를 없에 버리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