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찬 세상
<촌놈에겐, 기가 찬 세상>
"잠시 둘러보고 계세요"
백화점도 아닌, 부산 기장에 있는,
'신세계 아울렛'에 딸래미랑 가서,
3월 중순에 결혼날짜를 잡고, 모든 것을 혼자 잘 처리해 나가는 딸래미
오늘은 여기 가서 '아빠양복'을 사잔다.
내 평생 양복입은 날이 손꼽을 만하다,
현장에 30년을 근무할 때는 물론이고,
선릉 사무실에 6년을 다니면서도, 양복입고, 넥타이 매본 게 손꼽일 정도다
회사의 귀한 손님이나 귀중한 손님이 온다할 때 외는.
넥타이를 매도 콤비로 매지, 정작차림으로 넥타이 맨 것은 더더욱 더물다.
숫제 내 옷장에는 넥타이 매는 밝은 계열의 새 와이사쓰가 없고,
누르끼리 목덜미가 변색된 구형 와이사쓰나,
넥타이 안매도 되는 칼라 남방만 들끓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오래간만이다.
내 양복, 벨트, 넥타이, 신발을 산다고,
백화점이나 아울렛 출입한 것이 아마30여년 만이지 싶다
마누라랑 왔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양복, 벨트, 넥타이, 신발을 산다고 딸래미 따라와서
내가 돈을 낼까 폼잡으니,
그동안 상품권 착실히 모아둔 것 쓴다고, 계산은 자기가 한다나?,
계산한다고 기다리는 동안,
잠시 매장 둘러보며 구경하고 있어란다.
서울 삼성역부근 길거리 가게, 폐업정이라면서
5만 기천원에 파는 외투 사서, 요걸 걸치기를 즐겨,
40주년 홈카밍데이 때도 입고간 내사랑하는 옷
가볍고 따스하고 내게는 그럴 수 없이 마음에 드는 옷이다
오늘도 그걸 입고, 이곳저곳 대충 둘러보는 데,
'헉!, 70배!' 350만원 짜리...
내지금 입고 있는 옷값의 70배다
외투 하나에 거진 350만원이라니,
대폭할인을 하드라도 그렇지...
할인할 옷을 왜그리 비싼가격표를 붙여야 하는 지,
나는 그세상 속을 도대체 모른다
우째튼, 결단코, 평생에 내옷으로
50여만원 넘어간 옷을 사본 경험이 없는 터다.
아마, 그런 옷이 없었던 게 아니고,
내 생긴 꼴이 그런 옷. 저런 옷 걸쳐봐야
옷만 버릴 것이라는, 주제를 아는 터라,
평소 근접도 안해본 매장, 딸래미 덕분에 모처럼 구경이라 둘러 봤더니...
부산 변두리 옷값이 이정도니,
잠실, 명동의 일류 옷점의 옷은
아마도 내 같은 촌놈이 상상을 불허하는 가격이겠지? 세상에!
놀란 김에, 호기심 발동이 곁드려져,
몇 종류를 하나하나 확인해보다,
기절초풍을 하게 된다.
6,985,000원,
8,980,000원,
9,950,000원
...
남자옷이 1 ~2백만원까지는
눈으로 본 경험은 있어도 거진 천만원이라니?
잘못봤나 싶어 다시, 그리고 다시...
눈으로 확인했으니 믿을 수 밖에. 제기럴,
뒤에 들으니, 무슨 가죽 무스땅이라나 뭐라나?
이름은 들어 본 경험이 있어도
내가 어디, 이거다하고 친견해 봤어야지?
지금 걸치고 있는 외투의 무려200배!!!
하도 기가차서 보고나서 걷기가 힘들 정도이다
딱히 가격때문이 라기 보다는
그런 가격이 횡행하였는 데도
이 나이 때까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나의 무지와 좁은 울타리 같은 시야,
그보다, 그런 옷을 입고 내 앞에 여러번 나타났을
지인(여러분 일 수도 있겠지 )들을
전혀 알아봐 주지 못하고
그분들을 엄청 섭섭하게 (?)했을
옷에 관한한 안목 0점짜리 인간,
무지몽매, 한심 (?)에서는 100점 짜리 인생,
그렇다면 이 자리를 빌어 못 알아본 죄 용서를!!
'어쩌면. 그런 옷을, 예사로 입는 인생이
Premium인생일까? 성공한 인생일까?
그럴까? 어떨까?
어째튼, 참으로 기가 찬 세상도 있구나.
참 나도 너무 무지했구나?
나가, 오랫동안 눈떤 봉사였네' 하면서도
옷이 날개라는 데,이런 경우를 두고하는 말인가?
왠지 씁쓸해지네
저런, 프리미엄 옷, 그보다 더한 옷들을
일상으로 태연히, 걸치고 다니는 분들을
제대로 알아 모시지 못한 이 십원짜리 인생을
이 나이에 어째야 하나?
하지만, 1cm밑에 해골 밖에 없는 몸에
쓸데없이 저래 비싼 옷을 걸치다니,
안모씨는
'바이타밀 한포 26,000원이면,
아프리까 아이들 30끼 식사로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 도와 주소 '
하면서 호소해 쌌턴데,
안모는 저런 옷 걸치고 다니면서
도와달라 광고선전 나오고, 광고비 받는 것은 아니겠지?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라,
너무나 차이가 나는 세상이다.
우째, 그런 차이가 날까?
이놈의 사회는 개체 하나하나의 貧富가
운명론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다.
정상적이고 정당한 경쟁을 통해
그런 차이가 난다면, 누가 뭐라하겠는가?
이사회는 그게 아닌 것 같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로비, 부정.부패, 뇌물....
그것도 실력이고 기술인양
결과적으로 이 더러븐 세상을 벗어나
시골로 은둔 결정을 한 것은
나를 위해서나 이 사회를 위해서도
썩 잘한 결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