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野(청야) 2016. 1. 31. 11:58

        <버릴줄 모르면 죽는다네> 
              -- 서산대사 --



        이보게, 친구!
        살아 있다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다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가는 길임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다 내 것인양
        움켜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하나도 못가지고 가는 법

        쓸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같다네,

        천가지 만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위의

        한점 눈(雪)이로다